여전히 신분제는 끝나지 않았다.
2년 전쯤에, 별생각 없이 지나가다 본 유튜브 영상 하나에 댓글을 달았다.
그 영상을 올린 유튜버는 구독자도 3천 명 안팎으로 그리 많지 않았고, 그 영상 자체도 내가 보던 그 순간에는 조회수가 그렇게 높은 영상은 아니었다. 다만 내가 새로운 노트북을 구매하고 오래 지나지 않았을 시점이라, 알고리즘에 의해 노트북 관련으로 마주쳤을 뿐이었다.
내용은 그 유튜버가 1년간 맥북을 써본 '개인적인' 경험에 대해서 다룬 영상이었다.
컴퓨터 전문가도 아니었고, 적당히 일반인의 기준에서 느낀 점을 써놨길래 영상을 보다가 '개인적으로' 조금 다르게 느꼈던 점을 적었다.
딱 그 정도였다.
하루도 지나지 않아서 그 댓글을 달았던 것을 잊어버렸다.
하지만 댓글을 달았던 것조차 잊어버리고 신경을 끈 한 달여 사이, 그 영상은 조회수가 급증했다.
심지어 좋아요는 유튜버의 구독자 수를 넘어섰고, 조회수는 10만 단위를 향하고 있었다.
영상이 히트한 이유가 어느 쪽이 먼저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그 영상 댓글에서 가장 많은 댓글이 달린 댓글은 내가 달았던 댓글이 되어있었다.
밑의 대댓글에서는 싸움이 벌어졌고, 나는 처음에는 한두 번 오해하는 부분들을 정정하려 들다가 이내 신경을 꺼버렸다.
꽤나 오래 지나서 잊어버릴 때쯤, 유튜브 댓글 알림이 왔다.
그 댓글에 누군가가 다시 댓글을 달았다. 처음 댓글을 단 지 6개월이 넘었는데?
오랜만에 들어가 보니 이미 영상의 조회수는 30만이 넘어있었다.
그리고 내가 모르는 사이에도 여전히 거기서 댓글로 전쟁이 이어지고 있었다.
내용은?
당연히 그대로였다.
애플이 좋은가 윈도우 노트북이 좋은가의 쓸데없는 논쟁이었다.
윈도우 - 맥에 관한 논쟁이라든가, 애플 - 삼성에 대한 논쟁 같은 것들에 수많은 사람들이 열을 올린다.
개인적으로는 참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모든 사람들이 삼성이나 애플의 주주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하지만 아무리 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싸우는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의 '맹신'에 있다.
특정 시스템이 일반 사용자들에게는 조금 불편할 수 있다는 말이 그들에게 그렇게 불편하고 발끈해야 할 이유가 무엇일까? 심지어는 그게 아주 정확하게 결판이 날만한 종류의 논쟁도 아닌데도 말이다.
'삼엽충' '앱등이'
인터넷에서 삼성을 '맹신'하는 사람과 애플을 '맹신'하는 사람을 비하하여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어쩌다 보니 사람들은 삼성 갤럭시를 쓰기만 해도 삼엽충, 아이폰을 쓰기만 해도 앱등이 취급을 받게 되어버렸다.
이전에 다루던 허세의 문화와도 닿아있는 이야기다.
한 때는 노트북에 애플로고가 있어야 스타벅스 입장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밈처럼 돌았다.
학생들은 아이폰을 안 쓰는 친구가 별로 없어서 갤럭시를 쓰면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한때 등골브레이커의 상징이었던 노스페이스는 한참 전에 지나가고 아이패드가 그 자리를 차지했었다.
쓰는 물건이 신분을 증명하는 게 아님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그렇게 여긴다.
사람들이 차에 집착하는 이유는 차로 신분을 '증명'한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나쁜 짓을 해서 돈을 버는 범죄자 치고 좋은 차를 먼저 안 사는 경우는 드물다.
우리는 좋은 차 좋은 집에 좋은 옷을 입고 다니면 일단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거의 들여다보지 않는다.
어느 날 지인이 자신의 조카가 대학교 입학하는데 아이패드를 사주기를 원한다며 고민하고 있었다.
나는 그 어린 친구들이 아이패드를 얼마나 활용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있어서 굳이 비싼 걸 사줄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부모나 그걸 직접 선물해 주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사용성의 문제가 아니라, 좋은 걸 사줘야 아이가 다른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부모의 그런 생각들은 거의 다 아이들에게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그 지인은 가장 비싸고 최신이었던 아이패드의 '프로' 모델을 샀다.
전문가용 장비를 쓴다고 해서 전문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유튜버들은 유튜브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대부분은 '비싼 장비로 시작하면 아까울 수 있다'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막상 유튜브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비싼 장비를 구입한다.
왜냐 하면 그들이 보게 되는 대부분의 유튜버는 그런 장비를 쓰기 때문이다.
그들은 실패할 것을 고려하기보다 그 정도는 써야 자신들이 유튜버로 보일 거라는 생각을 한다.
아마 그 지인의 아이패드 역시 다르지 않았을 거라고 본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그런 종류의 소비를 '과소비'라고 인식했지만 이제는 그런 건 없다.
신분상승의 욕구와 보여주기 위한 욕구는 새로운 신분제에 적응하게 만들었다.
왜?
우리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많이 보이는 '초 연결성' 세상에 살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유행하는 좋은 것들에 목을 메어도 결론은 늘 같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