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의 해지 방어

원인을 삭제하겠습니다.

by 게인

최근 인터넷에서 봤던 웃긴 이야기가 있었다.


전화상담원의 과거와 현재에 관한 내용이었다.

내용을 축약해 보면 아래와 같다.


과거에는 고장이나 불만으로 인해 화가 난 고객들이 가끔 있음.

현재에는 수많은 절차와 뺑뺑이로 일반 고객을 화가 나게 만들어서 통화하게 됨.


납득도 가고 웃기기도 한 이야기였다.

이게 내 이야기가 되기 전까지는.








우리 집은 꽤 오래전부터 '클로바'라는 AI 스피커를 쓰고 있다.


중간에 화면이 달린 구글 스피커도 써보고 이것저것 바꿔본 적이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시계 용도가 강하면서도 편하게 쓸 수 있는 클로바에 적응했다.


특히 10살 6살 아이들조차 쉽게 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었다.

어린이집이나 태권도학원에서 들었던 노래를 틀어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애초에 L사에서 인터넷 가입하면서 준 것이라서 돈 들여서 산 것도 아니었다.




AI 스피커는 음악 재생을 위해서 음원 앱을 연결해야 한다.


다른 스피커는 안 써봐서 모르겠지만 클로바는 3가지 앱 중에 선택을 할 수 있다.


네이버에서 서비스하는 바이브,

LG의 기본앱에도 깔려있는 지니,

그리고 벅스.


벅스는 추억의 이름이지만 안 쓴 지 오래됐고

LG유플러스를 쓰는 탓에 지니는 꽤 오랫동안 쓰다 말다 하고 있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지니를 클로바에 연결해서 쓰고 있었다.




지니의 문제점은 괴랄한 요금제 체계가 자꾸 바뀌는 데 있었는데, 해지했다가 다시 하는 걸 반복하면 더 싸게 이용할 수 있다는 (그래봤자 달에 몇 백 원 차이지만) 점이었다.


이번에 지니 요금을 갱신하려고 하다가 문득 바이브와 지니 중 뭘 쓰는 게 나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예전에 바이브를 고민하지 않았던 이유는 '스마트 요금제'(스마트 기기 전용 요금제)가 AI 스피커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당연하지만 지니는 되는 부분이었고...

거기에 추가로 재생 음질 역시 지니가 더 넓은 대역폭을 지원하는 점도 소소하게 작용했다.




하지만 지나가다 누군가 올린 블로그에서 (적어도 AI가 쓰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벅스의 인식률이 처참하고 클로바에서 쓰기에는 '같은 네이버'인 바이브의 음성 인식률이 가장 훌륭하다는 이야기를 보게 되었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같은 네이버라면 적어도 같은 기반으로 되어 있을 테니 인식률이 더 좋을 수도 있겠지.


바이브에서 스마트 요금제가 아닌 일반요금제를 선택해서 12개월 약정을 하면 월에 7000원 중반 정도의 가격이었다.

어차피 지니에서 12개월 약정 요금제를 쓰면 6000원 중반 대니까 천 원 정도의 차이인데 네이버가 인식률이 더 좋다면 써보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래서 덥석 물어버렸다.

12개월 약정으로 바이브 결제를...




바이브가 정말로 인식률이 좋았다면 굳이 글을 쓸 일도 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지니에 비해서 클로바 서비스에서 '현저하게' 인식률이 떨어졌다는 점에 있었다.


애들이 즐겨 듣던 '케이팝 데몬헌터스'의 노래들을 틀기 위해서 수십 번을 음성인식 시켜 보았지만 정말 별별 이상한 노래들로 우리에게 답변을 들려주었다.


아... 망했구나.


바로 바이브를 해지하려고 가입했던 바이브 페이지에 들어가서 해지하기 위한 절차를 찾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없었다.


뭔 소리냐고?

약정으로 결재한 것에 대해서는 당일이 아니라 10분 안에 취소를 하려고 해도 방법이 없었다.




아무리 '가입은 쉽게, 해지는 어렵게'가 마케팅의 기본적인 방침이라지만 적어도 '가능'은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심지어 가입 후 몇 시간도 되기 전에 품질에 불만이 있어서 해지를 하려고 한다면 방법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결국 그다음 날이 되어서야 전화 고객상담을 통해서 겨우겨우 하루 분량의 금액을 차감하고 해지가 가능했다.


해지를 어렵게 하기 위해서 해지창을 없앤다고?


하...










예전에 사고에 대한 책임을 물어 해경을 해체하던 순간 수많은 사람들이 할 말을 잊었던 기억이 난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기상천외한 해결방법들이 존재한다.


최근에도 미국에서는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심지어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정책의 창시자에 가까운 인물로 불리던 미국 보수계열 운동가가 총기에 목숨을 잃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트럼프는 특히 학교에 대한 총기 테러에 대해서 강력한 유감을 표시하며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 해결책은 바로

학교 경비 인력과 교사들의 총기 무장이었다.


아니 요즘 시대의 해결책들... 정말 해결책이 그게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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