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워낸지 꼬박 3년하고도 한달이라는 시간을 더 지나간다 아이는 이제 두발로 걷고 뛰고 물어보면 답하고 원하는 것을 요구하기도 하고 때에 따라 거짓말도 하고, 엄마아빠를 말로 골리기도 한다 이렇게 잘 웃고 건강하게 이만큼 키워내다니! 아이도 대견했지만 사실, 스스로가 신기하고 기특했다 신생아를 키운다는건 정말 하루하루를 견뎌내는일이었다 모유양은 충분하다 했지만 커가며 모유가 부족했던 아이를 위해 물지 않는 젖병을 울며 굶겨가며 빨게 했고, 모유와 분유를 함께 수유하는 혼합수유까지 하게 되었다 지금에야 와서 다시금 생각하니 10개월이면 이유식 양을 늘렸으면 되는거였나? 싶기도하지만 당시에는 이런 고민끝에 그렇다할 해결책을 내어줄 사람이 없었고,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것 자체가 아이의 울음과 맞바꿔야 하는거라 그게 너무 지치고 버거웠다 아무튼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냈다
가끔 아이가 웃거나 멀뚱히 초점책을 바라보면 귀엽기도 했다 목소리 톤을 올려가며 아이 영상을 찍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는 별로 이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조리원에서는 황달 수치가 높아 얼굴이 노란채로 퇴원했고 집에와서는 태열 때문에 나의 아이는 더 이쁘지 않았다 ' 태열에는 보습이 중요하다던데 로션을 바를라 치면 아이는 울었다. 가만히 있는 아이 로션을 바르겠다고 아이를 울리기 싫었다 달래는게 버거웠다 옷을 갈아입히는것도 일이었다. 제대로 된 힘을 쓸 줄 모르는 아이는 안고있다가도 휙휙 고개를 뒤로 젖히기도 하고 발버둥을 치기도 했다.
이제 막 신생아를 졸업한 작은 아이를 키우는게 정말 너무 힘들었다. 오죽했으면 신생아 기간이 너무 무섭고 싫어서 둘째계획도 과감하게 접어버렸다. 사실 무서운건 신생아가 아니고 신생아를 키우는 내가 무서웠다. 단순히 '육아 우울증이었구나' '하는 말로 차치해버리기엔 신생아를 키우는 나의 손은 너무 험하고 과감했다
그렇게 조리원에서의 2주 집에서 독박 2주를 혼자 해내고 나니, 남편이 육아휴직 한달을 받아왔다. 18년도면 정말 엊그제 같은 재재작년이겠지만 대기업이 좋지 라는 말이 무색하게, 육아휴직 결제가 2주나 걸린거였다 남편이 아이를 돌볼때 나는참 행복했다. 인생에서 처음 느껴보는 행복한 기운이 내 몸에 가득채워진 느낌이었다 그렇게 하루를 버티고 견디고 지내고 아이가 눈을 마추고 소리를 내어 웃어보이면 내 입가에도 웃음이 지어졌다. 나의 움직임에 반응하고 내가 두드리는 토닥임에 안정을찾았다
두돌이 되기까지 단 하루도 아이를 누군가게 맡기지 않고 키워냈다 누가 시킨것도 아니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그렇게 키워냈다
친정은 가까이에 없었고 시댁은 하루도 쉬는날 없이 장사를 했으며 나는 워킹맘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을거다 손에 힘이 턱하고 풀릴 듯이 힘들었고 한번씩 탈출을 하고 싶기도 했지만 울며불며 엄마 아빠를 뺀 모든 이에게 낯을 가리는 예민덩어리 아기를 두고 하는 육체적 탈출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었다 근데 지금은 안다. 그렇게 육체적 탈출이라도 가끔했어야 했다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