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작까 Jul 02. 2021

아들에게 보내는 엄마의 일기

수호야, 엄마는 네 인생이 행복했으면 좋겠어 '행복이 뭔데?' 라고 묻는다면 '음, 이런거?' 하면서 너를 꽈악 껴안고 까르르르르르 웃음이 간지럼을 태울때 뱅그르르 뒹굴면서 '이런 거!' 라고 답을 대신할거야


산책중에 지나온 과일가게에서 본 복숭아를 먹고싶다고 말하는 너에게 '아빠아게 전화해서 복숭아 사오라고 할까?' 하며 아빠를 기다리는 너와의 시간이 행복이란걸 초여름 바람이 어깨위로 지나는 그떄 엄마는 깨달았어 시시때때로 너랑 감정소비를 하는것도 얼마나 건강한 일상 인가 돌아보게 된단다


신생아 떄부터 너는 눈으로 웃으며 태어났지, 황달때문에 노랗게 뜬 얼굴로 반짝 웃는 너를 보고 원래 아기들은 그렇게 웃는건줄 알았어, 보다 예민한 아이라 글속에 '여러분 제가 이렇게 힘들어요! 저희 아이는 좀 많이 별나요 키우기 힘들어요' 라고 뒷담을 종종 했었는데,예민한엄마가예민한아이를낳는건어쩌면당연히 예견된 일 아니었을까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왜 나는 그 작기만한 너에게 탓을 돌린걸까


엄마와 아빠의 세상에서 너는 가장 사랑스러운 수호야잘 웃고 잘 울고 요즘에는 울다가 웃는게 조금 머쓱한지 입가로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기도 하는 널 보면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몰라. 신나게 울다 뚝 하고 멈추는게 조금 이상해도 괜찮아 어른이 되면 아이처럼 울 일도 많지 않지만 가끔 울고 싶은 날도 있어 그럴땐 술 말고 자책말고 지금처럼 울어버려. 소리쳐. 나 지금 힘들다고 위로가 필요하다고 말해 나를 잘 표현하는 건강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아이를 낳고 얼마 안됐을때는 '엄마의 인생' 이라는 사회적 슬로건이 유행처럼 번졌었는데 그땐 나도 엄마가 아닌 '나'로써만이 인정받아야 할 것 같고 육아는 마치 내가 없는, 나를  잃어버린 방황의 시간일뿐이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일, 엄마의 세상이 전부인 아이를 키워내는일 또한 나를 완성시키는 대단히 매력적인 일이라 생각해 . 너와 함께 하는 인생의 짧지않은 순간, 엄마로써 시간이 영원하지 않고 나의  일부로살아 갈 너의 날이 머지 않았구나 라고 생각하니 갑자기 마음이 바빠진다


수호야 엄마는 네가 일상의 것에 행복을 느끼고 그걸 감사하다고 이야기 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내것의 소중함을 알고 가진걸 나누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자유롭게 선택하고 책임을 다하는 사람,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엄마는 그게 행복으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해 나중에 네가 엄마의 일기를 본다면 '맞아, 엄마는 이런사람이었어' 라고 기억할 수 있게 나도 그렇게 행복으로 가는 길을 가고 있을게


바운더리가 크지 않아 찾으러 다니지 않아도 되고

풋고추 오이고추도 쌈장에 콕콕 찍어 서슴없이 먹고

자동차 영상을 보면 맥주 한 잔 먹을 시간을 주고

설명을 줄 곧 잘 이해하고 받아드리고

싱크대에 자리를 마련해주면 삼십분은 너끈히 놀고

웃음이 커 옆 사람도 같이 웃어버리게끔 만들고

약속된 시간이 되면 스스로 약속을 지키려하고

자신의 물건을 잘 정리하고 소중히 여기는


이게 요즘의 너야 이런 너를 키우는 엄마와 아빠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오늘도 크게 감사해


사랑해 수호야






작가의 이전글 1주택의 의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