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만 보고 어떠한 내용인지 짐작할 수 없었지만 그저 알록달록하고 톡톡 튀는 그림 하나하나의 요소가 마음에 들었다. 사실 이 책 표지가 주는 느낌이 이 책을 다 읽은 후에 내가 받은 느낌과도 비슷할지 모른다.
(*이 글은 책에 대한 약간의 스포일러와 개인적인 의견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든다. 그 '허구'라는 게 꿈일 수도 있고, 아예 인간이 아닌 존재의 시선에서 쓰인 이야기도 있다. 혹은 우리가 상상으로만 닿을 수 있는 미래의 모습일 수도 있다.
내가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 허구가 사실은 그 무엇보다도 현실과 닮았기 때문이다. 현실보다도 더 현실 같을 수 있고, 현실의 그 누구보다도 소설 속의 주인공은 솔직할 수 있다.
단편소설집인 이 책에는 다양하게 소외된 사람들이 나온다. '할로우 키즈'에서는 눈에 띄기 위해 발버둥 치지만 결국 사라지고 마는 아이가 나온다. 아이라서 그런지, 요즘따라 부모의 방치 속에서 버려지는 혹은 원치 않는 죽임을 당한 아이들의 소식이 많이 들려와서 그런지, 그렇게 세상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줄 알고 떠나가 버린 아이들이 떠올랐다. 따스한 어른의 손길이 너무 늦게 도달해버린 아이들. 그 어른들의 온기만이라도 전해지면 좋을텐데 ..
'고기와 석류'에서는 비록 자신이 아플지라도, 피부가 찢기고 뼈가 드러날지라도 혼자 외롭게 죽고 싶지 않은 사람이 나온다. 자신은 항상 다른 사람을 위하며 혹은 위한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가둔 채로 평생을 살아왔는데, 아이러니하게 자신의 곁에는 결국 아무도 남지 않는다. 오늘날 고독사를 하는 사람들이 떠올랐다.
'새해엔 쿠스쿠스'에는 부모님의 요구에 따라 평생을 살아온 사람이 나온다. 자신은 분명 의사를 표현했음에도 결국 부모님에게는 들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그 사실을 알았을 때 자식이 느꼈을 허무함.. 슬픔.. 외로움..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이기에 미워할 수 없는 그 마음이 안타까웠고, 화까지 났다.
이러한 분노는 그 주인공의 상황이기도 하지만 나의 상황 또한 되돌아보게 된다. 나도 사랑한다는 이유로 원하지 않는 모습을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지. 혹은 강요받고 있지는 않은지. 이것이 제대로 된 사랑의 방식인지 되돌아보게 된다. 왜 있는 모습 그대로를 사랑해 주기가 어려운 걸까. 사랑할수록 기대하고, 상처를 주고받으며, 미워함에도 또 용서하고 사랑하게 되는 걸까. 우리도 어쩌면 우리가 정말 원하는 ‘쿠스쿠스(책에 등장하는 외국의 음식)’는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트로피컬 나이트
'릴리의 손'과 '푸른 머리칼의 살인마'가 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진부하지만, 어쩌면 소설에서만 가능할지 모르지만, 그래서일까 그리움과 사랑이라는 그 감정들만으로 시공간을 넘나드는 게 좋았다.많고 많은 감정들과 상황들이 현실에서는 그리움과 사랑이라는 감정을 옅게 만들지만 이 소설에서는 또렷하게 남는 모습이 좋았다.
@트로피컬 나이트
책의 내용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내가 이전에 무엇을 읽었는지, 지금 무엇을 읽고 있는지, 다음에 어떠한 내용을 읽게 될지 감이 안 잡힐 수도 있다. 감히 말하자면 그것이 이 책의 묘미일지도 모르겠다. 잠깐 꿈을 꾸다가 일어난 느낌.
책을 다 읽고 이 책의 표지를 보니 익숙한 모습들이 눈에 들어온다. 피 같기도 한 붉은 석류 알들, 연우의 로봇 손, 터진 곰인형과 도도하게 걷고 있는 고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