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끝에서
회사 문을 나왔지만, 마음은 아직 거기 있었다.
내 이름을 불렀던 상사의 목소리,
화면에 띄워뒀던 회의 자료,
돌아서며 떠오른 대답 하나.
걸음을 옮기는데, 발이 참 무겁다.
몸은 퇴근했는데, 나는 아직도 일하고 있는 기분.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이렇게까지 열심히 해야 하지?’
그러다 곧,
오늘 하루 잘 버틴 내 모습이 떠올랐다.
피하지 않고 일했고,
아무도 모르게 속상했지만
적어도 끝까지 내 자리에 있었다.
아, 나는 잘하고 있었구나.
이건 느린 퇴근이 아니라,
천천히 나에게로 돌아오는 중이었구나.
오늘도, 잘 버틴 나에게
조용히 안아주는 말.
“몸보다 마음이 늦게 퇴근하는 날도 있지.
괜찮아. 그만큼 애썼다는 뜻이야.
나에게로 돌아왔으면,
그걸로 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