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페이스를 지키는 용기

나는 거북이

by jooni

세상은 빠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앞서 달려가고 있고, 뉴스에는 최단 시간, 최연소, 최고 속도의 기록들이 쏟아진다. SNS를 열면 누군가는 새벽 4시에 일어나 운동을 마쳤고, 누군가는 점심시간에도 부업으로 수익을 올렸으며, 퇴근 후에도 자기 계발을 이어가고 있다.


그 속에서 나만 느린 것 같다. 남들이 한 시간에 끝내는 일을 두 시간 걸려 하고, 모두가 빠르게 결정을 내릴 때 나는 아직 고민 중이다. 퇴근 후에는 쉬고 싶은데, 그런 나 자신이 게으른 것만 같다. 그렇게 자책은 커져만 갔다.


하지만 이제 깨달았다. 빠름이 능력의 척도가 될 수는 있어도, 삶의 척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고, 효율이 아니라 지속 가능성이라는 것을.


내 페이스를 지킨다는 건 남들보다 느리게 가겠다는 선언이 아니다. 그것은 나에게 맞는 속도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강도로, 내가 의미를 느낄 수 있는 방식으로 살아가겠다는 결단이다. 남들의 시선이 두렵고, 뒤처지는 것 같은 불안이 밀려와도, 나는 내 속도로, 지금, 이 속도가 맞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다.


실제로 내가 보내온 시간이 이를 증명했다. 일을 할 때도, 보고서를 작성할 때도 남들보다 항상 시간이 더 걸렸다. 하지만 천천히 하는 만큼 실수를 감지할 수 있었고, 꼼꼼하게 확인한 만큼 잘못을 줄일 수 있었다. 급하게 처리하다가 처음부터 다시 하는 동료와 후배들을 보며, 스스로에게 조급하지 말자고 다짐할 수 있었다.


내 속도를 지키는 일은 외롭기도 하다. 빠르게 달려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며 조급해지고, '나도 저렇게 해야 하나?' 하는 의심이 들 때가 있다. 주변에서 "빨리할 수 없냐"는 말을 들을 때도 있다. 하지만 나는 깨달았다. 남의 속도로 달리다 보면 언젠가 숨이 차서 멈추게 된다는 것을. 억지로 페이스를 맞추다 보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된다는 것을. 빨리 가는 것보다 멀리 가는 것이, 많이 하는 것보다 오래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그래서 오늘도 나는 나의 속도를 지킨다. 남들이 뭐라 하든, 세상이 아무리 빨라도, 나는 내가 견딜 수 있는 속도로 나아갈 것이다. 그것이 나를 지키는 방법이고, 나를 잃지 않는 방법이며, 결국 나답게 사는 방법이라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나를 거북이라 불렀다. 어릴 적엔 그 말이 놀림처럼 들렸지만, 이제는 안다. 나의 페이스를 지키는 용기, 그것이야말로 거북이에게서 배우는 가장 큰 힘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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