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거북이
어떤 날,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아침에 눈을 떠서 저녁이 되기까지 내가 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밥은 먹었고 잠은 잤고 창밖을 바라본 적도 있었다. 그런데 세상은 그것을 낭비된 하루라고 말했다. 주변의 누군가는 항상 바쁘다고 했고, 이루어낸 것들을 자랑했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칭찬받았다. 그 사이에서 나는 아주 작아졌다.
하기로 한 것을 멈춰버린 나, 남들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스스로가 미웠다. 발걸음마다 작은 돌 하나가 발을 거는 것만 같았다. 호기롭게 시작하고 금방 멈추는 패턴이 반복되었고, 그때마다 스스로를 꾸준히 탓했다. 그러면서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스스로 선택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했다.
어떤 날,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멈추는 것은 포기가 아니라고. 그 말이 깊은 곳을 건드렸다. 진짜 포기는 아무런 의지도,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하는 것이라는 걸 그때야 깨달았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고 여겼던 날들을 다시 보게 만들었다. 길을 걸었던 것, 꽃을 눈에 담았던 것, 누군가에게 다정한 인사를 했던 것, 작은 친절을 나눠했던 것. 아무것도 안 한 것이 아니었다. 내가 한 행동들의 의미를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우리는 종종 멈추는 것을 실패로 본다. 잠깐 쉬면 뒤처진다고, 무언가를 놓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짜 멈추는 것의 의미는 다르다. 그것은 지금 이 순간을 제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바쁘게 움직이면서 스스로를 돌보지 못하는 것, 감정을 밟고 지나가는 것, 주변의 작은 변화를 놓치는 것. 이것이 진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과 다르지 않다.
멈춰 선 자리에서 다시 나아갈 방향을 바라보고, 한 걸음 나아가면 된다. 잠시 쉬면서 보다 힘차게 한 걸음 나아갈 힘을 모으면 된다. 그것은 포기도 아니고 실패도 아니다. 잠시 중단했다는 걸 알아차리고, 다시 의지를 가지고 시작하면 된다. 이 발걸음의 의미를 떠올리면서요.
내가 원하고 내가 해야만 하는 길이라면, 다시 시작하면 된다. 멈춰 섰다고 스스로를 비난했던 마음을 이제 내려놓자. 멈춤은 나를 포기하게 하고 실패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하기로 한 일, 해야 하는 일에 지쳐서 중단했던 그 시간들이라도 괜찮다. 다시 방향을 점검하고,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이니까.
중단했다가 다시 시작해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