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거북이
내 삶에서 빼고 싶지 않은 것을 하나 꼽으라면 단연 독서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활자를 눈으로 훑는 행위가 아니다. 생각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고, 그 축적의 시간이 조금씩 나를 다른 사람으로 만든다. 그 변화를 스스로 느낄 수 있기에 독서는 내게 즐겁고 소중한 일이 되었다.
SNS를 보면 읽은 책의 수를 자랑스럽게 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빼곡히 쌓인 책 사진과 꼼꼼한 독후감을 보며 감탄하면서도, 나는 그들처럼 빠르게 혹은 많이 읽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다. 한 권을 읽더라도 오래 마음에 담고 싶은 것이 내 방식이기 때문이다. 천천히 읽는다는 것은 게으름이 아니라, 깊이 머물겠다는 선택이다.
책 한 권을 읽는다는 것은 한 사람을 마주하는 일과 같다. 그 사람의 인생을 따라가며, 그의 생각과 행동을 그려보고, 내가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를 조용히 묻는 시간이다. 특히 소설이나 고전 문학은 내가 살아 본 적 없는 시대의 삶을 통해 지금의 나를 돌아보게 한다. 시대는 바뀌고 세상은 변해도, 사람은 여전히 혼자 살 수 없고, 함께 살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다듬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결국 문학이 가르치는 것은 타인과의 관계이기 이전에, 나 자신과의 관계다.
어릴 때 읽었던 책을 나이가 들어 다시 펼치면 같은 문장이 다르게 읽힌다. 그것은 책이 변한 것이 아니라 내가 변했기 때문이다. 독서는 그렇게 지금의 나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한 페이지를 읽더라도 천천히, 깊이 사유하고, 넓게 받아들여, 삶 속에서 실천해 보려 한다. 그 작은 시도들이 쌓여 조금 더 나은 내가 될 것이라 믿는다.
독서는 취미가 아니다.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에 휩쓸리지 않겠다는 선언이자, 삶의 주인이 되겠다는 다짐이다. 문학이 천천히 건네는 교훈을 서두르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 그 시작이 나를 단단하게 하고, 나아가 세상을 조금 더 다정하고 따뜻하게 만드는 일이 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