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되는 순간에 마음을 어루만지는 법

후회할 게 있다는 건 뭔가를 해봤다는 뜻이야

by 소머

나는 예전부터 감정적으로 강렬했던 기억은 잘 잊지 못하는 편이었다. 한번 실수했다는 생각이 들면 그 기억을 오랫동안 붙잡고 놓지 못했다.


후회하며 마음 졸이고, 이렇게 했다면 어땠을까 무언가 조금 달라졌을까 고민하면서 왜 그때의 나는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는지, 그토록 부주의했는지를 생각했다. 미숙했던 나 자신을 돌아보는 순간은 고통스러웠다. 한껏 힘이 들어간 가슴으로 얕게 숨을 쉬면서 몸은 긴장으로 굳었다.


유난히 일이 잘 풀리지 않은 날엔 그런 기억들이 불청객처럼 밀려들어와 우울에 잠기는 일도 있었다. 스스로가 초라하게 보일수록 거기에 맞는 과거가 다시 조명되는 느낌이었다.


이런 성향에 고통스러워하는 한편, 떠오르는 생각들을 피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과거의 경험을 되새기지 않으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느냐며, 아무리 다시 보기 싫은 기억도 억지로 들이밀며 스스로를 도망가지 못하게 했다.


그로 인해 우울해져도, 무기력해져도 다 내가 강하지 않은 탓이라며 자책했다.


나는 그렇게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분리시키며 실수 없는 삶을 꿈꿨다.


나를 용서하지 못하고 되어야 할 모습만 그리던 어느 날, 나는 왜 스스로를 이렇게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는지 처음 의문을 갖게 되었다.


나에게 제일 가까운 사람이 나인데도 가장 모르는 남처럼 대하고 있었다. 그렇게 과거를 떠올리고 후회하면서도 나는 나를 변호해주지는 않고 있었다. 내가 왜 그랬는지, 그때의 나는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는 전부 빠진 채로 바깥의 시선에서 부자연스러웠을 내 모습을 책망했다.


채찍질하는 서커스단의 조련사처럼 나는 나에게 누구보다 비정했다. 잘못하면 당연히 고통스러워야 하는 줄 알았고, 실수는 용서받지 못하는 일로 취급했다.


하지만 내가 왜 후회를 하고 있는지 본질적인 이유를 들여다보며 나는 그게 나를 공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앞으로의 삶을 잘 살아가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미래를 산다는 것은 부족해보이는 과거의 나를 용서하고 같이 걸어가야 하는 것이었다.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무언가를 시도했기 때문에 지금의 후회도 있고 교훈도 얻었던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것이 그때의 나에겐 최선이었고, 돌이켜 그것이 실수을 알게 된 것도 내가 그걸 해봤기 때문이라는 것을.


과거의 나는 부족함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무언가에 도전했고, 비록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했을지라도 거기에 닿고자 했던 용기와 노력은 내게 남아서 소중한 지혜가 되었다.


이런 생각을 하며 나는 과거의 나를 토닥여주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생각해보면 아무리 멋져보이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과거 자신의 행동이 모두 잘한 것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경험과 깨달음 시차가 존재하는 이상, 지금의 내가 보기에 과거의 나는 항상 부족해보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 후로 나는 이제 과거의 선택이 후회되더라도 그 선택을 한 나와 깨달음을 얻은 지금의 나를 모두 애정을 가지고 바라보게 되었다. 어쩌면 인생의 긴 트랙에서 그 일을 나중이 아니라 미리 겪어본 게 나을지도 모른다고도 생각하게 되었다. 후회할 것이 있다는 것은 어쩌면 다행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후회할 것조차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고 그것은 더 슬픈 일이었을 테니까.


나아지고 싶다는 마음은 현재의 내 모습에서 부족함을 자꾸 찾게 만든다. 그를 통해 발전할 수도 있지만 중요한 건 그 순간에도 나 자신을 부정하지 않고 안아줘야 한다는 사실이다. 나와 함께 멀리 가는 것이 중요하지, 나를 버리고 과거를 타인처럼 대하면 내 일부를 잃으며 달려가는 것과 같으니 말이다.


결국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은 모든 나를 끌어 안고 하나가 되는 과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