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든 영화는 역사책보다 낫다, <왕과 사는 남자>

by 두디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지만, 잘못된 역사는 반드시 바로잡힌다. 아무리 지우려고 해도 과오는 드러나게 마련이다. 수양대군과 한명회는 17세 밖에 안 된 어린 왕을 죽음으로 몰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조선을 차지했다고 기뻐했을까.


이 영화는 단종의 삶이 얼마나 비극적이었는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서울의 봄> 이후로 역사를 다시 찾아본 건 처음이었다. 고작 12살이었던 아이는 한 나라의 왕이 되었고 삼촌에 의해 자리를 뺏겼다. 삼촌과 그 세력은 그를 죽음으로 내몰고도 시신을 처리하지 못하도록 했다.


엄흥도. 그럼에도 단종의 시신을 수습해 장례까지 치렀다. 역사책에서도, 강의에서도 들어보지 못했지만 그의 행동은 마음에 새겨지기에 충분했다. 감시 임무를 하면서 단종과 가까워지고, 삶에 대한 그의 의지까지 돋구었다. 영화에서는 이 때문에 단종이 복위를 꿈꾸다 역모죄로 처형당하지만, 단종을 변화시켰단 점에선 완벽한 동기부여자가 아니었을까 싶다.


영화에서는 두 사람의 관계가 급격히 가까워져서 조금 의아했지만 러닝 타임 이내에 모든 걸 보여줘야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서로를 걱정하던 눈빛을 잘 담아냈고, 엔딩에 실제 사료에 기록된 내용을 적어줘서 좋았다. 덕분에 상상력이 가미된 영화임에도 두 인물의 존재와 사건에 대해 알게 되었다. 잘 만들어진 영화 한 편은 이렇게 역사를 기억하게 만든다.


개봉 1주 만에 100만을 기록했다고 하는데 점차 더 많은 관중을 끌어들일 것 같다. 나는 완전 추천이다. 앞으로도 이런 의미 있는 한국 영화가 많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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