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노자의 현실 조언
이번에는 일본 회사와 외국계 회사에서 일할 때 가장 큰 결정 기준,
그리고 외국에서 살아남기 위한 현실적인 조언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앞으로 몇 회에 걸쳐 홍콩에 있는 외국계 회사들에서 일한 경험들도 소개할 예정이지만, 일본뿐 아니라 외국에서 외노자로 살아가려면 꼭 알고 있어야 할 현실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비자 문제는 그 나라에 합법적으로 머물며 일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죠. 하지만 실제로는 비자 조건이 까다롭거나 회사 사정으로 비자 연장이 어려워지는 경우도 있고, 그로 인해 경력이 단절되거나 갑작스러운 귀국을 해야 할 상황도 생깁니다. 따라서 외국에서 일할 계획이라면 자신의 비자 상태와 유효 기간, 그리고 만약의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플랜B는 반드시 마련해 두어야 해요.
또 하나는 네트워킹이에요. 외국에서는 실력만으로는 부족한 경우가 많고, 누가 나를 추천해 주는가, 어디에서 어떤 기회를 얻는가가 매우 중요해요. 하지만 이 네트워킹이 단순히 한국인 커뮤니티에 의존하게 되면 ‘현지의 한국 사회’에 갇히게 되기 쉬워요. 편안함은 주지만, 성장이나 확장에는 한계가 있어요. 외노자라면 낯선 곳에서 스스로를 내보이고,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입니다. 회사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갑작스런 구조조정에 휘말릴 수도 있어요. 그런 경우,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고, 어떤 법적 절차나 보호 장치가 있는지를 사전에 알아두는 게 중요합니다. 외노자에게는 누가 대신 싸워주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정보력과 대응력이 곧 생존력이에요.
사실 외노자의 삶은, 늘 생존이 걸린 싸움과도 같아요. ‘내 나라’가 아닌 곳에서 나를 증명하고 살아남아야 하니까요. 그래서 저는 외국에 나가 사는 걸 누구에게나 추천하지는 않아요. 사람마다 삶의 기준도,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도 다르기 때문이죠. 하지만 한 번쯤 외국에서 살아보는 경험은, 내가 몰랐던 나를 발견하게 해주고, 내 나라가 가진 장점도 더 분명히 보이게 해줍니다.
외국에 살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많아요. 하지만 그걸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요. 오히려 잠시 몸을 웅크리는 시기, 다음 도약을 준비하는 시기로 받아들이면 좋겠어요. 세상에 끝은 없어요. 회사가 없어졌다고, 일이 끊겼다고 내가 끝나는 건 아니에요. 죽는 날이 진짜 끝이지요.
대부분의 아시아권 사람들은 회사와 나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가족보다 일이 먼저고, 많은 부분을 희생하게 돼요. 하지만 외국계 회사에 있다 보면, 아시아 문화권 회사와 외국 회사가 얼마나 다른지 몸으로 느껴요. 일과 삶의 경계가 다르고, 나라는 사람 자체를 존중받는 분위기도 차이가 크죠.
예를 들어 일본 회사는 업무 시간 중에는 개인 전화도 보지 못하게 하고, 메일이나 사내 메신저도 모두 상사나 인사팀이 감시해요. 극단적인 충성심과 통제 속에서 일하게 되죠. 반면, 홍콩에 있는 일본계 회사들은 외국계 회사인 척하지만, 실상은 일본적 사고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외국계의 단점—예를 들면 고용 불안정이나 일방적인 구조조정 같은—만 가져온 경우도 많아요. 이런 회사를 선택할 땐 특히 조심해야 해요.
외국계 회사는 크게 미국계와 유럽계로 나눌 수 있어요. 이 두 부류는 문화적인 차이가 확실해요. 홍콩에서 보자면, 일본계와 중국계 회사는 외국계로 분류되긴 해도 그 성격이 매우 달라요. 일반적으로 일본계와 중국계는 자국민 중심의 문화가 강하고, 외국인 직원은 주변인으로 머무는 경우가 많아요.
미국계 회사는 대체로 연봉이 가장 높아요. 하지만 단점은 고용 안정성이 낮다는 거예요. 경기가 나빠지면 가장 먼저 감원을 하고, 경쟁도 치열해서 젊고 체력이 있을 때만 버틸 수 있는 분위기예요. 매일매일이 피를 말리는 전쟁 같죠.
유럽계 회사는 연봉은 미국계보다 낮지만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고, 가족 중심적인 문화가 있어요. 워라밸을 중시하고, 일도 비교적 덜 스트레스 받아요. 다만, 자국민 중심의 문화는 강하게 남아있어서 외국인 직원이 소외감을 느끼기도 하고, 내부 정치가 심한 편이에요.
중국계와 일본계는 유럽계의 단점에다 월급도 가장 낮은 편이라 3류 버킷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요. 긴 근무 시간을 요구하고, 자국민 중심으로 인사와 승진이 이루어져요. 다만 외국계 진입을 위한 스텝핑 스톤처럼 여겨져서 처음 외국계에 도전하는 분들이 선호하기도 해요.
회사 선택 시에는 퇴직금 적립 여부, 의료 보험 커버리지, 유급휴가 등 기본적인 복지 항목을 반드시 확인해야 해요. 그리고 가능한 경우, 해당 부서에 외국인이 얼마나 있는지도 체크해 보는 걸 추천해요. 외국인이 많을수록 분위기가 자유롭고, 융통성 있게 일할 가능성이 높거든요.
또 구직 방법도 중요해요. 최근에는 링크드인이나 각 회사의 공식 홈페이지에 채용 공고가 많이 올라와요.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외부 헤드헌터를 쓰지 않고 내부 추천이나 리퍼럴을 통해 인재를 뽑는 경우가 많아요. 따라서 링크드인을 잘 활용하고, 평소에 네트워크를 넓혀두는 것이 중요해요. 반대로 경기가 좋을 땐 헤드헌터들이 더 좋은 포지션을 들고 있기 때문에, 여러 채널을 동시에 활용하는 것이 좋아요.
하지만 홍콩의 헤드헌터들은 실력 차이가 너무 커서, 정말 사람 보는 눈이 필요해요. 저도 hiring manager일 때 간이라도 내줄 것처럼 굴던 헤드헌터들이, 막상 제가 구직자가 되자 완전히 모른 척한 경험도 있었거든요. 토사구팽이 따로 없었죠. 그래서 사람은 믿되, 너무 의지하지 않는 태도도 필요합니다.
또 하나 유의할 점은 ‘시용 기간’이에요.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잘 보지 못하는 문화인데, 홍콩에서는 채용 후 시용 기간 중에 해고되는 일이 꽤 많아요. 면접을 4~5차까지 통과해 오퍼를 받았다고 안심할 게 아니라, 시용 기간 조건도 꼭 확인해야 해요.
이직 시 급여 협상도 중요한데, 일반적으로는 기존 연봉보다 10~20% 정도 인상된 수준을 요구하는 게 보통이에요. 다만 현재 연봉이 시장보다 지나치게 낮거나, 새 회사의 예산이 타이트할 경우 협상 여지가 있어요. 어떤 회사는 이전 회사의 급여 명세서를 요구하거나, 연봉 인상 폭에 제한을 두기도 하므로 유연하면서도 전략적으로 협상하는 게 필요해요.
그리고 이직 시 조심해야 할 것 중 하나가 ‘카운터 오퍼’예요. 현 직장에 사표를 제출했을 때, 더 높은 급여를 제시하며 붙잡는 경우죠. 단기적으로는 좋아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보너스 조정이나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고, 대부분 1~2년 내에 결국 회사를 떠나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카운터 오퍼는 추천하지 않아요.
마지막으로, 회사에서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 주제는 너무 중요해서 다음 회차에서 일본과 홍콩의 사례를 비교하면서 더 자세히 이야기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