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낯선 도시에서 집을 산다는 것

by 취미부자 노마드

집을 산다는 건 단순히 지붕 아래 머물 공간을 마련하는 일이 아니에요. 어떤 사람에게는 안정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투자와 꿈이 되기도 하죠. 저에게 첫 집은, 외국에서 매번 반복되던 불안과 불편을 덜어주는 버팀목 같은 존재였습니다.


제가 처음 일본에서 생활을 시작했을 때 가장 큰 어려움은 ‘이사’였어요. 지금은 잘 상상이 안 되겠지만, 그때만 해도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집을 구할 때 제약과 차별이 정말 많았습니다. 방을 보러 갔는데 집주인이 얼굴만 보고 고개를 젓는 일도 있었고, 보증인이 없다는 이유로 계약이 막판에 무산되기도 했죠. 이사 비용은 또 얼마나 컸는지요. 보증금, 사례금, 중개 수수료, 관리비 선납금까지—한 번 이사할 때마다 돈이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게다가 일본은 보통 2년마다 계약을 갱신해야 해서 짐 싸는 일이 주기적으로 반복되곤 했어요.


그 과정은 말 그대로 고역이었죠. 회사 일로 지쳐 돌아와도 이사 준비를 해야 했고, 이사 갈 집이 외국인 거절로 막판에 무산되면 정말 길바닥에 선 기분이 들곤 했습니다. 그래서 ‘내 집’에 대한 갈망은 점점 더 절박해졌어요.


작은 집이었지만, 제 이름으로 된 공간을 처음 갖게 되었을 때의 안도감은 말로 다 하기 어렵습니다. 은행 대출이 대부분이라 집의 주인은 사실상 은행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어요. 더 이상 2년마다 짐을 싸지 않아도 된다는 것, 집주인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세상이 달라 보였으니까요.


물론 ‘내 집’이 안정만 주는 건 아니었어요. 매달 꼬박꼬박 갚아야 하는 대출 이자, 유지·관리 비용, 예상치 못한 수리 문제들은 또 다른 숙제로 돌아왔습니다. 그래도 집을 가진다는 건 ‘삶의 무게중심’을 어디에 둘지 스스로 정했다는 의미였어요.


그렇게 일본에서 첫 집을 마련한 뒤, 비슷한 방식으로 홍콩에서도 집을 구했습니다. 홍콩은 일본과 또 다른 규칙과 리스크가 있었죠. 하지만 그 과정을 지나며, 부동산이 단순한 거주 공간을 넘어 투자와 인생 계획의 일부가 될 수 있음을 분명히 깨달았어요. 가족을 돕는 일부터 은퇴 준비까지, 어느새 제 삶에서 부동산은 큰 축이 되어 있었습니다.


돌아보면, 부동산 때문에 울고 웃은 시간이 참 많았습니다. 계약이 막판에 틀어져 발을 동동 굴렀던 날들, 은행 서류 준비하느라 며칠씩 잠을 설쳤던 기억, 그리고 마침내 제 이름으로 된 등기부등본을 손에 쥐었을 때의 벅참까지—이제는 모두 제 인생의 일부가 되었죠.


아마 저만큼 부동산 때문에 속을 태운 사람도 드물 거예요. 그만큼 많이 배우기도 했고요. 그래서 이 글을 쓰는 건 단순한 ‘투자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분들이 있을 테니까요. 그분들께 작은 길잡이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얼마 전에는 제 동생도 일본 부동산에 관심을 보이며 도움을 요청했어요. 함께 알아보며 실수도 하고, 예상 못 한 벽에도 부딪혔죠. 그 과정에서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경험에서 얻은 작은 노하우라도 누군가에게는 꽤 쓸모 있을 수 있다는 걸요.


그래서 앞으로 일본, 홍콩, 한국에서 제가 직접 겪은 이야기들을 차근차근 풀어보려 합니다. 성공담만이 아니라, 그 사이의 넘어짐까지 솔직하게 담아볼 생각이에요.


다음 글에서는 제가 일본에서 첫 번째 집을 마련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그리고 외국인으로서 마주해야 했던 현실적인 벽들이 무엇이었는지 천천히 이야기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