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제가 처음 일본에 갔을 때는 외국인에게 집을 빌려주기를 꺼려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일본 버블이 꺼지고 얼마 지나지 않은 때라, 엔화는 달러보다 강했고, 일본인들은 세상에서 자신들이 가장 안전하고 강하다고 믿던 시기였죠. 그때 외국인으로 살아남는 건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일본에는 한국의 전세 개념이 없습니다. 모두 월세입니다. 그런데 집을 얻으려면 생각보다 훨씬 많은 초기 비용이 필요했습니다.
레이킹(礼金): 집주인에게 감사 인사 겸으로 주는 돈인데, 두 달치 월세 정도를 내고 절대 돌려받지 못합니다.
시키킹(敷金): 보증금으로 2~3개월치 월세.
중개 수수료: 한 달치 월세.
그 외 선납 관리비 등.
이렇게 합치면 최소 6~7개월치 월세가 필요했습니다. 게다가 2년에 한 번 계약을 갱신할 때마다 한 달치 월세를 ‘갱신료’로 집주인에게 줘야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참 불합리하고 돈이 많이 드는 제도였습니다.
또 하나 큰 장벽은 보증인 제도였습니다. 반드시 일본인 보증인이 필요했고, 게다가 안정적인 수입이 있는 사람이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외국인들은 보통 다니는 회사가 보증을 서주거나 회사 명의로 계약을 하고, 월급에서 월세가 바로 빠져나가는 방식으로 집을 구했습니다.
일본 사람들도 이런 구조 때문에 월세로 오래 사는 게 부담스러워서, 회사를 다니기 시작하면 빠르면 3~4년 안에, 보통은 30대에 들어서 가족이 생기면 집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은 세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보증인을 요구하지 않고, 보증 회사를 쓰는 게 일반적입니다. 집주인 입장에서도 개인 보증인보다 회사 보증이 훨씬 안전하고 편리하니까요. 레이킹 제도도 거의 사라졌습니다. 아주 고급 주택(월세 수백만 엔이 넘는 경우)을 제외하면 사실상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보증금도 대체로 1~2개월치 수준으로 줄었고요.
저도 회사를 다니면서 ‘이 돈이면 차라리 내 집을 사야지’라는 생각을 강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은행 대출(모기지)였습니다. 외국인이 일본에서 모기지를 받으려면 반드시 영주권이 필요했어요. 당시에는 영주권을 받으려면 10년 이상 일본에 살아야 했습니다. 사실상 10년을 기다려야 집을 살 수 있다는 얘기였죠.
다행히 제가 영주권을 받을 즈음에는 일본도 경기 침체와 인구 부족으로 제도를 바꿔 7년 만에 영주권이 가능해졌습니다. (나중에 홍콩에 와서 알게 되었지만, 일본 영주권은 세계적으로도 가장 까다롭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더라고요. 영주권 관련해서도 하고 싶은 얘기가 많지만, 그건 나중에 따로 풀어볼게요.)
영주권을 받은 뒤 본격적으로 집을 살 준비를 하면서 느낀 팁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은행 대출 조건 : 회사 이름과 직장 안정성이 중요합니다. 보통 3년치 월급 명세가 필요하고, 임원급은 5년치 명세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직보다는 한 회사에서 꾸준히 일하는 게 유리합니다.
거래 비용 : 일본은 한국보다 세금이 높고, 부동산 중개 수수료도 비쌉니다. 하지만 재직 중인 회사에 따라 직원 할인 혜택이나 제휴 혜택이 있을 수 있으니 꼭 확인해 보세요. 큰 금액이라면 가격 협상도 가능합니다.
집 고르기: 부동산은 절대 서두르면 안 됩니다. 일본은 집이 비어 있지 않으면 사고팔기가 쉽지 않고, 기본적으로 거주 목적이 강합니다. 제 첫 집도 무려 1년 동안 동네를 정해놓고 꾸준히 집을 보러 다니다가 결국 비어 있던 집을 원하던 가격에 구입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가격이 맞지 않아 포기했는데, 1년 뒤 집주인이 다시 연락을 줬죠. 결국 제가 원하는 가격으로 거래가 성사됐습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일본에 온 지 정확히 13년 만에 제 첫 집을 마련했습니다.
이 과정을 겪으며 배운 건 단 하나입니다.
“부동산은 인연이 있어야 내 집이 된다.”
억지로 무리해서 계약하면 나중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연스럽게 일이 풀리고 마음이 편해야 진짜 내 집이라는 걸 그때 깨달았습니다.
이번 글이 조금 길어졌네요. 다음 편에서는 일본 부동산, 법과 제도의 차이 — 계약 절차, 세금, 관리 방식 등 한국과는 어떻게 다른지 구체적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여기에 소소한 팁들도 함께 풀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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