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편의 한마디가 시작이였다
영국에 도착하고 한참 지내다 보니, 어느 날 남편이 내게 말했다.
“영국이 한국보다 장애인구가 많은가 봐. 어딜 가나 장애인이 보이잖아.”
“아니? 장애출현율은 전 세계가 비슷해. 다만 산정 방식이 달라서 인구 수가 다르게 보일 뿐일걸?”
“아니야, 한국보다 훨씬 더 많은 장애인분들을 여기서 봤는걸?”
그때 나는 결심했다. 사회적 취약계층, 특히 장애인과 유모차의 이동권에 대해 글을 써보자고.
실제로 두 아이와 함께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체험해보니, 영국은 정말 ‘장애인·유모차 이동권 천국’이었다. 영국뿐만 아니라 주변 유럽 국가들도 비슷하다. 버스 정류장 앞에 유모차를 세우면, 기사님이 바로 내려 몇 초 만에 버스를 기울여 승하차를 도와준다. 처음에는 조금 놀랐지만, 반복 경험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마음이 놓였다. 엘리베이터와 휠체어 공간도 넉넉하고, 기사님들의 여유와 친절함까지 더해져 이동이 훨씬 편하고 즐거웠다.
한국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큰 아이가 5살이 될 때까지 유모차를 가지고 버스를 탄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좁은 계단, 높은 바닥, 휠체어·유모차 공간 부족, 제한적인 안내 서비스 때문에 대부분 부모는 택시나 자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왜 한국은 유럽식 저상버스를 보편화하지 못했을까? 첫째는 뭐니뭐니해도 비용 문제다. 저상버스는 일반 버스보다 차량 가격과 유지·관리 비용이 높다. 둘째는 인프라 부족인데 정류장 구조, 도로 상태, 승강장 높이가 저상버스에 맞지 않는 지역이 많다. 셋째는 항상 장애인관련 정책이 그렇듯이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유럽은 이동권을 기본권으로 강하게 보호하지만, 한국은 예산·효율 중심 정책이 많아 교통약자 이동권은 아직 충분히 우선시되지 않았다. 마지막으론 결국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한 사회적 인식이 다르다는거다. 유럽은 이동권이 자연스러운 사회적 권리지만, 한국에서는 배려가 선택적 서비스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영국에서 이동하며 느낀 것은, 단순 편의성을 넘어 사회적 권리와 배려, 정책과 인프라가 함께 작동해야 이동권이 완성된다는 점이다. 특수교육과 장애인고용공단 경력에서 배운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글에서는 정책 비교, 실제 사례, 일상 속 실용 팁까지 공유할 예정이다.
(영국의 2층버스를 타고 신난 우리 첫째)
이번 1화를 시작으로, ‘영국에서 바라본 한국 속 장애인’이라는 큰 주제로 글을 이어가려 한다. 다음 글에서는 영국과 한국의 대중교통 경험 비교, 특수교육과 직업재활, 생활 속 소소한 에피소드와 실용 정보를 함께 담아, 독자와 소통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