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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수 Nov 28. 2023

영화 속 등장인물들

 삶이 한 편의 영화 같다. 어느 평범한 아침 톱스타 여배우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노팅힐의 주인공처럼,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 나오는 미란다와 안드리아처럼. 일상에서 매력적인 인물을 만나게 되면 마치 내가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만 같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무수히 좋은 인연이 있었지만 그저 운이라고 여겼다. 인연이 길을 알려주는 별자리 같다고 느낀 건 서행구간을 만나고부터다. 하필 퇴촌이라는 작은 동네에 책방이 있었고 하필 그 책방은 눈에 띄는 보라색이었고 하필 글 모임을 열었고 하필 나는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서행구간은 그 시기의 내게 꼭 필요한 만남이었다. 그렇게 나와 비슷한 결의 사람들이 책방으로 모인다. 누군가 정교하게 짜맞춘 시나리오가 아닐까. 새삼 놀라울 때면 트루먼 쇼처럼 의심하게 된다.

 책방 대표님과 연을 맺고 든든한 문우들이 생기면서 나는 서서히 변해왔다. 우리만의 이야기를 지으며 그 안에서 조금씩 나를 다져가는 느낌이다.      

 요즘 바에서 일하고 있다. 고양이와 엘피판이 있고 오래된 것들이 많아서 포레스트 검프를 비디오테이프로 볼 수도 있다. 사장님은 지브리 영화 귀를 기울이면에 나오는 할아버지의 가게를 모티브로 바를 만들었다고 했다. 헤매는 청춘들이 영감을 얻고 꿈을 찾는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란다. 그런 곳에서 내 또래 청춘들과 밤새 음악과 술을 곁들여 서로의 이야기를 나눴다. 작곡하는 친구도 있었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려는 친구도 있었다. 그 밤이 미드나잇 인 파리의 한 장면처럼 남는다. 이곳에서는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만나게 될지 기대된다.      

 우연이란 없고 모든 것은 의미와 복선이다. 수많은 인연이 나를 만들고 내가 향해야 할 곳을 정한다. 서로의 삶에 이런저런 영향을 미치면서 각자의 영화를 찍고 있는 것 같다. 나도 내가 느꼈던 것처럼 누군가에게 특별한 등장인물이 되어주고 싶다. 언젠가 내 엔딩 크레딧에 모든 이의 이름이 오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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