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 하세요? 그래서 그게 뭐 하는 건데? 왜?
수많은 물음표가 내게 꽂힌다. 요즘 어느 자리에 가든 이런 질문을 받는다. 직장을 다니지 않고 이런저런 일을 하는 내가 사람들은 퍽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나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있을 뿐인데. 사실 일일이 대답한다 해도 납득하는 거 같지 않아 대답을 은근히 피하게 된다. 일주일 중 며칠은 말들과 보내고 책방에 다니며 유리공예 작업도 하고 밤에는 뮤직바에서 일하고 어떤 날은 멀리 떠나 있기도 한다. 그때그때 끌리는 일을 받고 있다. 아빠는 한 곳에 정착해 퇴직금이라도 챙기라며 염려한다. 강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가 된 기분이다. 세상사 물살에 몸을 맡기지 않고 혼자 열심히 헤엄치는 중이다.
최근 내 인생의 핵심가치를 찾는 시간을 가졌었다. 많은 단어 중 마지막까지 남은 것은 모험이었다. 도전이라는 단어도 있었지만 나는 도전을 일찍 탈락시키고 모험을 택했다.
도전은 모험보다 안정적이고 긍정적인 어감이다. 당연히 성공할 만한 것에 시도하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모험에 더 끌렸던 덧 같다.
곧 우리 책방에서 기획한 마음학교가 열린다. 학교의 이름은 숨비학교다. 숨비는 해녀들이 물질하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면 터트리는 숨소리다. 우리는 사람들의 안식처를 만들고 싶었다. 처음부터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었지만 머리를 맞대고 골몰했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을 삶의 벼랑 끝에서 잡아줄 수 있을까. 설령 찾아오는 이가 단 한 명이라도 숨을 틔어주는 곳이 되어주자 약속했다.
나는 항상 남과 다른 것을 선택하고 싶었다. 반골 기질이 있어서인지 모르겠지만 늘 대중적이지 않은 편에 섰다. 후회는 전혀 없다. 결과가 어찌 됐든 원하는 대로 살아왔다.
사람들의 질문에 구구절절 대답하지 않고 보여주고 싶다. 이런 삶도 있고, 생각보다 괜찮다고.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도 된다고 알려주고 싶다.
가는 길에 곰에게 먹히거나 알을 낳고 나면 죽는 연어처럼 될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힘차게 거슬러 보고 싶다. 위험을 감수하고 달려드는 것, 그게 모험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