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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성국 Dec 31. 2021

그래서 도대체 원하는 게 뭔데?

[창업은 처음이라] EP. 2

첫 번째 실패를 하고 난 이후에 나는 “이제는 더 이상 내가 만들고 싶은 게 아니라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겠다”라고 다짐했었다.(방금 막 첫 번째 실패를 겪었거나 첫 번째 실패가 무서워 아무것도 못하겠다면 이 글을 보길 바란다.) 그런데 맨날 컴퓨터 앞에 앉아서 검은 창에 흰 글씨만 보며 사람들보단 인공신경망과의 교감이 잦은 나로서는 당최 사람들이 뭘 원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여러분의 흥미와 관심사를 분석해서 가장 어그로를 끄는 아이템은 어디 있냐?


사림들이 뭘 원하는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창업을 했다는 사실에 스스로가 너무 웃겼다. 그리고 이렇게 앉아 있을 수만은 없어서 뭐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검색도 해보고 결국 방구석 그리고 사무실 구석에서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아직 아이템을 못 찾은 내가 어떻게 밖으로 뛰쳐나와 사람들이 원하는 것 그리고 사람들의 문제를 찾고 다니는지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처음엔 무작정 프로토콜

내가 80회 이상 본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은 준 영상이 하나 있다. 바로 토스의 이승건 대표가 EO채널에서 한 인터뷰 영상이다. 이 영상에서 이승건 대표는 토스 이전 4년가량 총 8번의 실패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8개의 아이템과 토스가 다른 점은 그 8개는 내가 원하는 걸 만들었고 토스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8번의 실패 이후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홍대, 신촌, 강남 등으로 가서 그곳에 하루 종일 앉아서 사람들을 관찰하는 “고스트 프로토콜”이라는 것을 3개월 동안 했다고 한다.


https://youtu.be/uPhHPO98M84?t=189




아 저것이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나도 무작정 집을 나서서 먼저 대학가를 찾아갔다. 가자마자 내가 정말 사람들한테 관심이 없구나를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20대 학생들이 많다는 이유로 시험기간 인지도 모르고 대학가 카페에 간 것이었다. 사람들이 서로 대화를 하는 것을 들어야 “아 저런 것들을 문제라고 생각하는구나?!”할 텐데 대화는커녕 카페가 아니라 커피 파는 독서실 같았다. 그렇게 황당하게 첫 번째 고스트 프로토콜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다들 이러고 있었다니까!?!


오전에는 그곳에 있었으나 더 이상 그 엄숙한 곳에 있다가는 내 정신이 아득히 다른 은하로 날아갈 것 같아서 도심에 있는 스타벅스로 이동했다. 다행히 그곳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대화를 하는 곳이었다. 그리고 난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는 자리 바로 옆 자리에 앉아서 아닌 척하며 모든 신경을 그쪽 테이블에 세우고 있었다.


여기서 두 번째 문제가 발생하는데 카페는 생각보다 음악을 크게 틀어준다는 것이었다. 그제야  “카페에서 음악소리를 트는 이유는 테이블마다의 대화를 옆 테이블에 잘 안 들리게 하는 장치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화의 절반 정도는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당최 들리지 않는다.


거 같이 좀 들읍시다


간신히 들리는 대화에서 나는 세 번째 문제에 직면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바로 사람들은 생각보다 자기가 무엇을 원하고 뭐에 불만을 가지고 뭘 불편해하는지 입 밖으로 잘 꺼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거 아는가 남자 무리의 90%는 여자 이야기를 하고 여자 무리의 90%는 제삼자 뒷담화를 한다는 것을, 그리고 남녀 연인끼리는 생각보다 카페에서 그리 많은 대화를 하지 않고 각자의 폰을 만지고 있다는 것을?


거의 한 달째 카페를 옮겨가며 그냥 무작정 사람들의 문제를 수집하려 했지만 그냥 사람들이 어떤 것이 문제인지 뭘 필요하는지만 말해주길 기다린다면 진짜 아무것도 얻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뭔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대책이 필요했다.



그냥 인터넷에서 찾아볼까?

정말 사람들이 도대체 뭘 원하는지 답답해서 그냥 검색을 해보기로 했다. 구글 네이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에 ‘불편’, ‘불만’, ‘문제’, ‘왜 이렇게’ 같은 키워드들을 몽땅 검색했다. 심지어는 인터넷의 던전이라고 불리는 디씨인사이드에서 ‘x 같은’ 등의 키워드로 검색하기도 했다.


그곳은 모든 인간 군상(안 좋은 쪽으로)을 다 볼 수 있고 별 일이 다 일어나는 곳이다.


대부분은 건질 수 없는 것들이었지만 생각보다 건질게 많았다. 집 앞으로 배달 오는 택배가 사라지면 택배기사가 배상을 해줘야 하고 뭐 그런 저런 문제들을 찾을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이런 문제들을 수집하는 <불편함> 같은 서비스도 알게 되었다.


나는 좀 더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많은 문제 그리고 근본적인 문제들을 찾고 싶었다. 그래서 정말 무식한 짓들을 많이 했는데 앱스토어 인기 앱 1위부터 50위까지 별점 1~2개짜리 리뷰들을 전부 읽으면서 기존의 서비스가 미처 해결하지 못한 문제 거나 오히려 기존의 서비스가 만들어버린 문제들을 찾기도 했다.


마케팅 관련 유튜브 채널 중에 일헥타르라는 채널이 있는데 그 채널 영상 중에 잘 파는 사람들의 비밀에 대한 영상이 있다. 이 영상 앞부분에서 하는 말이 뭔가를 팔기 전에 사람부터 모으라고 한다. 사람이 모이게 되면 그 모인 곳에 가서 사람들로부터 문제를 발견할 수 있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을 그 사람들에게 팔면 된다고 한다.


https://youtu.be/LTE7PbsoxxU?list=PLds127c4DK-ml1D9nyuxwT651A0Zxnxmw


나는 삼만 명의 개발자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고 여러 IT 관련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커뮤니티의 장점은 특정 부류의 사람들이 모여 있어서 니즈가 더 명확히 보인다는 것이다. 그 커뮤니티들에서 올라오는 글들을 파악하여 그들이 어떤 것들에 문제를 느끼는지 수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그들과 일부 동일한 가치를 공유하므로 그들의 문제와 니즈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었다.



다시 한번 고스트 프로토콜

한 달 동안 고스트 프로토콜을 진행한 이후 사람들은 본인이 원하고 본인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되는 걸까 카페에 죽치고 앉아서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은 부질없는 것일까? 사실 토스는 운이 좋아서 하늘에서 툭 떨어진 것일까? 전혀 아니다.


내가 이 과정에서 진짜로 깨달은 것은 다짜고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직접적으로 들으려고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원하는 것을 말한다고 해도 그건 진짜 원하는 게 아닐 수도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그 사람의 원하는 것이나 문제를 파악하기 이전에 그 사람에 대한 이해와 파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사람의 옷을 입는 스타일, 말하는 스타일, 말할 때 습관, 재스처와 같은 비 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을 중심으로 말하는 내용을 바탕으로 그 사람의 라이프스타일과 대화 속에 숨은 욕망과 욕구 그리고 그게 충족되지 못하는 것들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이런 라이프스타일의 이해로부터 브랜딩을 하는 전문가 중에 한 명이 노희영 대표다.


https://youtu.be/ypctNEqI5dY

결국 사람을 이해하는 휴머니즘이 필요하다

당연히 이것은 하루아침에 되지 않고 또 이해한 것이 틀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분석을 할 수 있어야 결국 누군가로부터 그들의 문제를 찾아낼 수 있다. 내가 요즘 끼고 사는 책이 한 권 있는데 바로 로버트 그린의 <인간 본성의 법칙: The laws of human nature>라는 책이다.


이 블로거는 책도 무료로 홍보해줍니다(?)


이 책에서는 인간의 비언어적인 의사소통 방식에서 그 사람의 진짜 의도와 욕구 등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과,  그것을 연습할 수 있는 방법 또한 알려준다. 그리고 그 사람의 말하는 내용에서 그 사람이 어떤 성향을 보이는지 또한 그 사람의 그림자 인격 또한 파악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이제 나는 이 책의 방법을 이용해 고스트 프로토콜 할 때 다른 사람의 대화에서 “이게 불편해, 이게 문제야”라는 대화를 넘어서 모든 대화에서 “저 사람이 말할 때 왜 저런 행동을 같이 할까”를 고민하게 되고 “저 대화 내용에는 어떤 욕망과 욕구가 숨어있을까”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저 사람은 라이프스타일을 가질까?”를 고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어떤 대화에서 그 사람들의 욕망과 욕구를 더 잘 파악하기 위해 나만의 욕구-욕망 모델을 만들었다. 이 프레임워크는 로버트 그린의 책뿐만 아니라 매슬로우의 욕구 모델, 프로이트, 라깡의 욕망 모델, 그 반대쪽의 들뢰즈, 가타리 등의 이론 등을 참고해서 만들 수 있었다. 이 모델링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적도록 하겠다.


딕 헌터를 보며 확신했다. 욕망은 돈이 된다!


그래서 이런 모델을 바탕으로 사람들의 언어적, 비 언어적 의사소통을 욕망과 욕구에 매핑하고 그것을 막고 있는 게 무언인지를 통해 문제를 도출했다. 그리고 그 막고 있는 것을 없앨 수 있는 솔루션은 무엇일까 라는 고민을 하며 아이템 후보군을 리스팅하고 있다.


결국 나는 사람들이 뭘 원하는지와 그들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알아내서 좋은 문제를 정의하고 좋은 솔루션을 만들어낼 것이다. 그것을 리스팅 해서 원기옥 모으듯이 모은 다음에 세탁기 돌리듯이 2주에 하나씩 시장에서 린하게 돌려볼 것이다. 그것이 fun 하고 cool하고 sexy한 아이템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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