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타이머의 삶
10년쯤 운영하던 카페를 폐업한 지 약 2주일이 지났다.
첫 주에는 울릉도-독도 여행을 다녀왔다.
폐업 기념은 아니고 좋은 기회가 생겨 한 달 전에 예약한 일정이다.
물론 당시에도 폐업은 예정되어있었고,
속 편히 여행이나 갈 상황이냐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누가 뭐라는 것도 아니고 내 마음만 조금 불편한 것이지 안될 것도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사형수처럼 폐업일자만 기다리기보다는
여행을 잡아놓고 설렘으로 폐업을 기다리는 것도 좋은 방법인 듯싶다.-
인간이 간사한 것인지, 내가 단순한 것인지
여행 일정을 잡아 놓고 보니 부정정인 감정보다는 여행을 기다리는 설렘이 더 강하게 작용했다.
어차피 폐업은 결정된 것이었고, 불편함을 가지고 있어 봤자 득 될 일이 전혀 없고,
여행에 대한 설렘 또한 해가 될 일이 전혀 없으므로
참으로 나이스한 결정인 것이다.
집순이 체질이라 여행은 그리 좋아하지도 않을뿐더러 체력도 따라주지 않아 포기하고 산지 몇 년이 되었다.
가족여행을 간다던가 꼭 같이 가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귀찮아서 움직 이지도 않았다.
이번 울릉도 여행도 세 자매가 같이 간다는 명분이 있기에 결정한 것이다.
장시간 배를 타본 적도 없고 울릉도-독도는 죽기 전에 한 번 가봐도 좋을 듯싶었다.
여행만 가면 피곤해서 체하고 몸살이 났던 터라 이번에는 만반의 준비를 했다.
소화제, 해열제, 피로회복제, 멀미약 등등.
첫날은 새벽 4시에 집결지에 도착해야 했고,
버스 타고 배 타고 일정을 소화하며 쪽잠을 자다 보니 당연히 두통에 시달렸지만,
다행히도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독도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360일 중 60일만 독도에 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듣고 정말로 운이 좋았구나 싶었다.
그렇지만 울릉도 자체가 경관이 아름다워 독도를 못 갔어도 큰 후회는 없을 듯하다.
음식도 입에 맞아서 만족도가 높은 여행이었고 기회가 된다면 다시 가고 싶은 여행지가 되었다.
그렇게 여행과 폐업한 매장 정리로 1주일을 보냈고,
이번 주부터는 본격적인 파트타이머의 삶이 시작되었다.
40대 중반까지 살아보니 내 인생에 있어서 나의 계획은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원래의 계획은 몇 달 쉬면서 요가원도 다니며 아무 생각 없이 여유롭게 살아볼 작정이었으나
아르바이트 제의가 들어와서 계속 일을 하게 되었다.
몇 일간은 집에만 있어봤는데 딱히 할 일이 있지도, 마음이 편하지도 않았다.
(특유의 걱정병이 소환.)
나의 발걸음이 가벼운 이유는
1. 걸어서 10분 내로 출퇴근이 가능한 거리라 충분히 느긋해도 된다.
2. 오늘은 매출이 얼마나 나올까로 시작되는 우울감이 없다.
3. 스타벅스에 들러 커피를 마시며 필사를 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4. 수입이 있으므로 커피를 사 먹는 것에 죄책감이 덜하다.
5. 아르바이트 공간에 싫어하는 사람이 없다.
6. 나름 바쁜 곳이라 잡생각 없이 일만 할 수 있다.
(3시간 근무 후 집에 돌아와 3시간쯤 쉬고 다시 3시간 근무하러 가는 일정이다.)
올 들어 가장 덥다는 오늘, 10분 걸었는데도 너무나 더워서 집에 오자마자 샤워를 하고 ,
어제 먹다 남은 음식에 막걸리를 곁들이니 극락이 따로 없다.
(노동강도에 많은 차이가 있겠지만, 이 맛에 막일을 하는구나 생각이 든다.)
단순노동을 하던, 창조적 활동을 하던, 나름대로의 맛이 있다.
언젠가는 이 패턴도 익숙해진다면 지루함으로 바뀌겠지만,
몇 개월 간은 나에게 주어진 또 다른 인생에 최선을 다해볼 생각이다.
나의 모토는
해야 할 일을 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