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으로 떠나는 여행
현대인의 삶은 늘 ‘채우기’의 연속이다. 가방 안에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물건들이 가득하고, 머릿속은 내일의 걱정과 어제의 미련으로 빈틈이 없다. 어느 날 문득 그 무게에 짓눌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을 때, 나는 비로소 짐을 덜어내기로 했다. 그것이 내가 캠핑을 시작하게 된 진짜 이유였다.
나의 캠핑 철학은 단순하다. '최소한의 것으로 최대한의 존재감을 느끼는 것'. 으리으리한 거실형 텐트나 화려한 조명 대신, 배낭 하나에 쏙 들어가는 작은 돔 텐트와 침낭, 그리고 조그마한 스토브 하나만을 챙겨 숲으로 향한다. 어깨를 짓누르던 가방의 무게가 가벼워질수록, 신기하게도 내 마음이 감당해야 할 휴식의 농도는 짙어지기 시작했다.
캠핑장에 도착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나의 작은 영토를 구축하는 일이다. 폴대를 끼우고 팩을 박는 단순한 행위에 집중하다 보면, 복잡하게 얽혀 있던 생각의 타래가 하나둘 풀린다. 집에서는 당연하게 누렸던 벽과 지붕이 사라진 자리에는 대신 바람의 길과 나무의 그림자가 들어선다. 얇은 천 한 장을 사이에 두고 자연과 마주 앉은 순간, 내가 가진 짐이 얼마나 적은지가 비로소 자유의 크기가 된다.
해질녘, 작은 스토브 위에 물을 끓여 마시는 커피 한 잔은 세상 그 어떤 고급 레스토랑의 만찬보다 묵직한 만족감을 준다. 화려한 반찬은 없어도 흙 내음과 풀벌레 소리가 양념이 되어 감각을 깨운다. 어둠이 내리고 시작되는 '불멍'의 시간은 이 여행의 하이라이트다. 요란하게 타오르는 장작 불꽃을 응시하고 있으면, 그동안 나를 괴롭혔던 강박들이 불꽃과 함께 재가 되어 날아가는 기분이 든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허락, 아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환경이 주는 강제적인 정지 상태야말로 내가 찾던 '가장 무거운 휴식'이었다.
도시에서의 휴식은 늘 다음을 위한 충전이었다. 하지만 캠핑에서의 휴식은 오로지 현재를 만끽하는 소모에 가깝다. 짐을 덜어내고 불편함을 자처하며 얻은 이 고요한 무게감은,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나를 지탱해 줄 단단한 뿌리가 된다.
다음 날 아침, 텐트 위로 떨어지는 햇살에 눈을 뜨며 나는 깨닫는다. 내 삶을 무겁게 만들었던 것은 챙기지 못한 물건들이 아니라, 버리지 못한 마음들이었음을. 가벼워진 배낭을 다시 메고 산을 내려가는 길,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경쾌하지만 내 안에는 밀도 높은 평온함이 가득 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