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여행 트렌드는?

여행 스토리텔러의 잡담

by mc음주가무

2026년이 밝았다. 1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길 위에서, 그리고 텐트 안에서 밤하늘을 보며 살아온 나 같은 사람에게도 올해의 여행 트렌드는 참 묘하고 흥미롭게 다가온다. 예전에는 남들이 다 가는 유명한 곳에 발도장 찍고 인증샷 남기는 게 여행의 전부인 줄 알았는데, 이제는 세상이 정말 많이 변했다는걸 느낀다. 오늘 내가 들려줄 이야기는 단순히 '어디가 뜨나' 하는 정보가 아니라, 우리가 왜 떠나고 그곳에서 무엇을 채우려 하는지에 대한 아주 사적인 고백이자 관찰기 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여행이 우리네 '평범한 일상'과 아주 밀착되었다는 점이다. 예전엔 공항 가는 길부터 비장함이 감돌았다면, 지금은 그냥 옆 동네 산책하듯 짐을 싼다. 특히 요즘 여행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마트어택' 같은 걸 보면 참 재밌다. 미쉐린 가이드에 나온 비싼 식당 예약하는 것보다, 숙소 근처 동네 마트에 들러서 처음 보는 식료품을 구경하고 현지인들이 즐겨 먹는 간식을 바구니에 담는 게 훨씬 더 짜릿한 경험이 된것이다. 거창한 랜드마크 앞에서 줄 서기보다 골목길 작은 서점이나 동네 도서관 구석에 앉아 있는 시간이 더 소중해진 진거다. 이게 바로 2026년식 '현지인처럼 살아보기'의 진짜 모습이 아닐까 싶다.






재밌는 건, 이렇게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쫓으면서도 우리 손에는 가장 진화된 기술인 AI가 들려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AI는 단순한 검색기가 아니라, 내 마음을 읽어주는 '여행 버틀러'가 되었다는것. "오늘 기분이 좀 센치한데, 조용한 숲소리가 들리는 카페 좀 찾아줘"라고 하면 찰떡같이 알아듣고 경로를 짜준다. 덕분에 우리는 숙소를 예약하고 길을 찾는 번거로움에서 해방됐고, 그 아낀 시간만큼 우리는 뭘 할까? 나는 그 시간에 사람을 더 깊게 보고, 자연을 더 오래 감상한다. 기술이 복잡한 일을 대신해주니, 인간인 우리는 더 인간답게 여행할 수 있게 된 역설적인 상황이 참 반갑기도하다.





그리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자연'에 대한 갈망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 복잡한 도심의 소음과 24시간 연결된 디지털 기기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산악 바이브'나 '웰니스'라는 이름으로 폭발하고 있다. 예전엔 바다를 많이 찾았다면, 이제는 깊은 산속이나 트레킹 코스를 걷는 분들이 정말 많아졌다. 땀 흘리며 걷고, 텐트 앞에서 가만히 책을 읽는 '책스케이프' 트렌드를 보면, 우리가 얼마나 진정한 휴식에 목말라 있었는지 알 수 있다. 자연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






소비 트렌드도 참 흥미롭다. 이른바 'N극화' 현상인데, 아낄 때는 철저히 아끼면서도 내가 가치를 두는 것에는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 예를 들어 저렴한 항공권을 찾기 위해 밤을 지새우면서도, 정작 현지에서는 내 취향에 딱 맞는 이색 숙소나 럭셔리 스파 한 번에 거금을 투자하는 방식이겠다. 여기에 더해, 내가 방문한 지역이 나로 인해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길 바라는 '재생형 관광'에 대한 관심도 부쩍 늘고있다.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은 이제 기본이고, 지역 공동체를 돕는 착한 여행이 진정한 '멋'으로 통하는 시대가 된것이다.





마지막으로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할 수 없겠다. 혼자 떠나는 여행이 대세였던 시기를 지나, 이제는 다시 '연결'을 찾고 있는 느낌이다. 조부모부터 손주까지 함께하는 다세대 여행이 늘어나는가 하면, 혼자 떠났더라도 그곳에서 만난 낯선 이와 취향을 공유하며 일시적인 '여.만.추(여행에서의 만남 추구)'를 즐기기도 한다. 결국 여행은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자, 타인과 세상을 향해 마음의 문을 여는 과정이라는 본질로 돌아온 것 같다 라는 평가를 하고 싶다.


2026년의 여행은 이처럼 기술과 감성, 일상과 일탈, 그리고 나와 타인이 절묘하게 섞여 있다. 17년 차 여행/ 캠핑 스토리텔러인 내가 판단하기엔,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나다운 여행'을 하기 좋은 해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남의 시선 신경 쓰지 않고,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발길을 옮겨보는 건 어떨까? 그게 집 앞 공원이든, 이름 모를 산속이든 상관없다. 여러분의 2026년 여행길에 따뜻한 볕과 기분 좋은 바람이 가득하길 진심으로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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