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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솜사탕 Dec 15. 2023

산타의 계획

크리스마스 이브 선물

 올해 크리스마스에 나는 산타가 되기로 했다. 내가 도담이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그리고 도담이 어린 시절을 함께해 주신 퍼피워커분께도.

 올해 크리스마스이브, 나는 도담이의 퍼피워커분과 만나기로 했다. 용인에 간 김에 안내견학교 선생님들에게도 인사를 하러 갈 예정이다.

 도담이 은퇴 전 할 일 첫 번째. ‘나와 도담이를 만나게 해주신 분들에게 감사 표현하기’.

 사실 일부러 크리스마스로 날짜를 잡은 건 아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종교인이 아니기에 크리스마스라고 해서 특별히 갈 곳이 있는 것도 아닌 데다가 테디베어와 반드시 뭘 해야 하는 그런 성격도 아니니 우리는 이런 형태로 뜻깊은 시간을 함께 보내기로 했다.

 원래는 은퇴 후, 도담이를 퍼피워커분이 데려갈 예정이었지만 지금 함께 있는 은퇴견 친구 건강이 많이 안 좋은 모양이라 도담이까지 케어하시는 것은 어려우신 듯했다. 그 친구 또한 가족이기에 모두를 위한 방향으로 결정해 주신 게 틀림없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7년 전 분양식 때 도담이가 은퇴하면 데려가실 거라고 하셨던 분이셨는데 얼마나 마음이 아프실까. 어쩌면 어린 시절 도담이가 퍼피워커분에게 많은 위로를 해주었을지도 모른다. 어떤 이유이든 도담이와 퍼피워커분, 서로가 분명 소중하고 각별한 존재일 것이다.

 하지만 나도, 퍼피워커도 아닌 다른 은퇴견봉사자분에게 가면 퍼피워커분께서 도담이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으실 터, 나 또한 퍼피워커분께 감사를 표하고 싶었던 상황이었기에 도담이가 내 품에 있는 사이 퍼피워커분을 만나는 것이 좋을 거라 판단했다.

 “근데 가서 무슨 말을 하지?”

 고구마를 손질하며 테디베어에게 물었다.

 “하고 싶은 말 하면 되지. 문제 있나요?”

 테디베어가 나의 질문에 의아해했다.

 “감사했습니다. 외에 무슨 말을 더 하면 될지 모르겠어.”

 “그걸로 충분한 거야.”

 “그런가..? 도담이도 퍼피워커분을 기억하겠지?”

 “기억하겠지. 이 녀석 얼마나 똑똑한데.”

 “먹을 거 주는 것보다 더 좋은 선물이겠지?”

 “어... 그건 확답을 못 하겠다.”

 “그럼 가서 맛있는 걸 주면 최고겠네.”

 “그건 최고지.”

 “안내견학교 가서 달리기하고, 퍼피워커 엄마 만나고, 맛있는 간식도 먹고 도담이가 행복하겠지?”

 “그럼!”

 도담이가 내 손에 들린 생고구마를 노리는지 발밑에 와서 예쁘게 앉았다. 간식 줄 생각인 건 정말 기가 막히게 잘 아는 녀석이다.

 “기다려~.”

 바닥을 쓰는 신난 꼬리 소리가 들려온다.

 “먹어!”

 고작 엄지손톱 하나 만한 크기이지만 신나게 받아먹는다. 반려견이 되어갈 준비. 일찍이 내겐 반려견이지만 이제 정말 반려견 생활을 맞이할 도담이에게 내가 준 선물 고구마, 아니 크리스마스 선물을 도담이가 맘에 들어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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