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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솜사탕 Jul 07. 2024

바다를 손에 넣다

반쪽과의 첫 여행을 추억하며

 나는 그에게로 다가가 속삭였다.

 부모님한텐 친구랑 간다고 했어.

 그 순간 그의 시선은 내 것이 되었다.


 어색한 미소와 출렁이는 눈동자.

 평소보다 붉어진 그의 봉긋한 뺨.

 사랑에 빠진 소년의 얼굴을 두 눈에 찰칵.

 남몰래 마음 속 앨범에 간직한다.


 우리의 첫 여행을 슬쩍 훔쳐보려는 걸까.

 어둠 속을 밝히던 도시의 불빛들이

 별똥별이 되어 그와 나의 뒤를 쫓아 달린다.


 객실에 어둠이 내려앉고 모든 소리가 검은 세상 속으로 녹아들 때

 나를 향해 반짝이는 그의 눈동자를 발견했다.  


 심야열차 속 잠들지 못하는 우리 두 사람.

 비밀스런 입맞춤.

 모래사장이 되어버린 서로의 손바닥 위로

 사랑한다는 말이 수십 번 수백번 새겨진다.


 눈부신 빛줄기에 달빛이 부서지고

 검은 바다가 무지갯빛 옷을 입는다.

 노란 태양이 달라붙은 하늘과 바다 사이를 가로지른다.


 인적 없는 목포 앞바다.

 아무도 보지 않는 한여름날의 일출.

 나는 조용히 그의 가슴에 머리를 묻는다.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그 풍경을 두 눈에 담는다.


 퍼즐처럼 꼬옥 맞춰진 두 사람의 손.

 꿀보다 달콤한 그의 땀방울.

 서로를 향한 마음이 바람에 흩어지지 않도록

 작은 숨결조차 놓치지 못하고

 사랑한다 외친다.

 

 내 두 눈이 가진 마지막 필름에 남은 어느 여름날의 일출.

 그 속에서 태양보다 빛나는 그의 미소.

 그가 내게 다가와 속삭였다.

 앞으로 찾아올 나의 끝 없는 밤을 영원히 밝혀주겠노라고.

 

 그 순간 이글거리는 태양과

 비릿한 바다향은 사라지고

 그의 향기만이 나에게 남았다.

 오직 나만을 위한 여름향기.

 나만 아는 바다.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큰 바다를 나는 손에 넣었다.


 퍼즐처럼 꼬옥 맞춰진 두 사람의 손.

 꿀보다 달콤한 그의 땀방울.

 서로를 향한 마음이 바람에 흩어지지 않도록

 작은 숨결조차 놓치지 못하고

 사랑한다 외친다.


 오직 나만을 위한 여름향기.

 나만 아는 바다.

 누구에게도 보여주기 싫은 나만의 바다.

 광활한 그의 가슴에 오늘도 나는 얼굴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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