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그렇게 살아보려고 해
- 자연스럽지 않잖아.
- 억지로 애쓰지 않기로 했다.
건강검진 결과가 좋지 않아 진료의뢰서를 가지고 재 검사를 하기 위해 병원에 갔다. 세포 검사를 진행하면서 의사가 내게 물었다.
" 분명히 아팠을 건데 왜 이제 왔어요? "
의사 말에 나는 당연한 듯 대답했다.
" 시간이 없었어요. 병원에 올 시간을 내는 게 쉽지 않아요. "
" 그래도 자기 몸을 먼저 봐야죠. 좋지 않아요. "
좋지 않은 결과를 만날 거라 예상은 했지만 종양의 크기가 커서 수술은 어쩔 수 없다는 의사 말이 가슴을 찔렀다. 오늘은 오랜만에 날 위해 연차를 쓰는 날이었다. 그리고 나는 오늘 수술 권유를 받았다.
' 기분 좋은 날이 되고 싶었는데 아쉽네. '
연차를 쓴 김에 며칠 전 욕실에서 넘어진 다리를 보러 외과 병원에 들렸다. 곧 나을 것 같은 무릎은 시간이 지나도 낫지 않았다. 걸을 때마다 아팠고, 잘 때도 아팠다.
직장인으로 살고, 부모로 살고, 아내로 살고, 자녀로 살다 보니 날 위해 시간 내는 게 쉽지 않았다. 오랜만에 날 위해 연차를 냈으니 이참에 무릎도 보러 외과를 갔다. 데자뷔 인가? 아까 비슷한 말을 들었던 거 같다. 외과 의사가 나에게 물었다.
" 많이 아팠을 건데 왜 이제 왔어요? 너무 늦게 왔어요. "
나는 같은 답을 해야 했다.
" 시간이 없었어요. 병원에 올 시간을 내는 게 저에겐 참 어려운 일이었네요. "
" 그래도 참아야 할 때가 있고, 와야 할 때가 있어요. 이건 와야 했어요. "
울컥 눈물이 났다. 나는 뭘 하겠다고 혼자 이렇게 애쓰고 살았던 거지? 가만히 생각해 보니 요 몇 달 동안 너무 애쓰며 살았다. 마음도 몸도 너무 힘주고 살았다. 그렇게 애쓰고, 힘주고 살았더니 혈압이 올랐다. 몸도 아프기 시작했고, 몸의 에너지는 고갈되기 시작했다. 하나둘씩 여기저기 망가지기 시작했다. 이건 몸이 나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너 지금 너무 힘이 꽉 들어가 있어. 이건 자연스러운 게 아니야.
힘든 거고, 아픈 거야.
조금 더 편히 살아야겠다.
조금 덜 애쓰고
조금만 마음을 내려 놓고 자연스럽게 살아보자. 잘 할려고 너무 용쓰지 말자.
내 욕심에 회사 팀원을 독려한다는 말로 재촉했다.
" 너 더 할 수 있잖아. 이거 조금만 더 해보자. 조금 더 애써 주지 않을래? "
그렇게 좋은 말로 포장해서 사람을 밀어 붙였다. 그래서였을까? 크레임이 발생 되었고, 직원들이 다른 곳에 화를 내기 시작했다. 일은 오히려 엉망이 되고 있었다.
내 욕심이였다.
나는 내 잘못을 인정하기로 했다.
" 그만하자. 내 잘못이야. 내 요구에 맞추려다 이렇게 된거잖아. 우리 무너지겠다. "
나는 내 삶에 브레이크를 걸기로 했다. 아파보니 소용없었다. 달려온 내 회사도 일도 삶에 큰 의미를 가지지 못했다. 전부인 줄 알았던 일은 쉽게 사라지고 흩어져 버리는 내 삶의 사소한 것이었다.
' 나는 이 사소한 것에 내 건강과 행복을 걸었던가? '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젠 그냥 살아야겠다.
용쓰며 달려가지만 말고 천천히 즐기며 자연스럽게 살기로 했다.
산은 산인 채로 물은 물인 채로 흘려가는 자연스럽게 삶을 살기로 했다.
할 일은 하되 잘되면 잘 되는 채로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대로 흘러 갈 수 있도록 놔두기로 했다. 너무 연연해 하지 말고 흘려가게 놔 두자. 신경 써봐야 얻는 건 높아진 내 혈압 밖에 없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다.
그냥 지나가라
그렇게 하나씩 놔 주기로 했다.
집에 오니 오늘 하루도 즐겁게 놀다 온 아이들이 날 뛰고 있다. 공부할 생각은 없고 오늘도 즐겁게 놀고 와서 노는 게 제일 좋다고 말하는 아이들이다. 나는 공부하라고 역정 내기를 포기하고 피식 웃으며 물었다.
" 그래서 오늘 즐거웠니? "
" 네! 전 노는 게 제일 좋아요. 조금 더 놀아야 하는데 자꾸 해가 져요. "
신나게 말하는 아이를 보며 나는 대답했다.
" 네가 즐거우면 됐다. 그래 행복해라. "
" 맞아요. 엄마 난 행복해요. "
말하는 아이를 보면서 즐겁게 흘려가는 아이의 삶을 응원하며 기다려 보기로 했다. 애쓰고 조급할 시간에 좀 더 지금을 즐기며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살아보기로 했다. 그랬더니 삶은 의외로 잘 굴러가고, 문제도 크게 일어나지 않았다. 생각보다 훨씬 더 괜찮았다. 그래서 모든 일에 힘을 빼라는거구나 라는걸 느끼게 되었다. 내가 자연스럽게 내 삶을 살 때 오히려 힘들지 않고, 문제는 문제가 아니게 된다. 무엇이든 내가 원하는 대로 굳이 바꾸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무엇이든 내가 굳이 다 가질 필요도 없고, 다 내가 반드시 이루어야 할 필요는 없다.
나는 오늘을 성실히 살면 되는 거고, 하루를 살아가면 되는 거였다. 삶은 자연스러운 거였다. 억지로 끼워 맞추고 무리하게 힘을 주다 보니 삐걱거리게 되고, 힘들어지게 되는 거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인생사 새옹지마다. 이 또한 내가 지나가야 할 자연스러운 내 삶인 거다.
내 병을 듣고 속상해서 괜시리 화를 내는 남편에게 말했다.
" 그냥 받아들여 이런다고 뭐가 나아져? 아니잖아. 나으면 낫는 거고 아프면 아픈 거야. "
" 넌 그게 쉽니? "
" 아니, 나도 어렵네 그런데 그렇게 살아 보려고 해 "
그렇게 나 역시 자연스럽게 살기 위해 노력한다. 애쓰며 매달리지 않고 힘 빼고 자연스럽게 흘려보내는 연습을 오늘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