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장래희망은 강아지를 키우는거야

나는 더 이상 화려한 미래를 꿈꾸지 않게 되었다.

by 링링

- 엄마의 장래희망은 뭔가요?

- 우선 오늘을 살아 볼려고 해.


" 엄마는 장래희망이 뭐예요? "

아이의 질문에 하던 일을 멈추고 답을 했다.

" 엄마는 이제 마흔이 훌쩍 넘어서 장래희망을 말하기에는 ..."

" 그래도 장래 희망을 가질 수 있잖아요. "

" 그건 그렇지. 그런데 미처 생각을 못 했네. 난 뭘 하고 싶은 거지? "

어느 순간부터 장래희망을 말하지 않았다. 나는 왜 꿈을 꾸지 않게 되었던 걸까?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은건지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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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신나게 자신의 꿈을 이야기한다. 축구 선수가 되었다가,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되었다가, 역사학자가 되고, 회사원도 되고, 줄넘기 국가대표도 꿈꾼다. 아이가 꿈꾸는 삶은 화려하고 빛이 난다. 아이는 나에게 다시 말했다.

" 엄마도 장래희망을 가져요. 흠, 엄마는 뭘 하면 좋을까요? "

" 나는 일 걱정, 돈 걱정없이 한달정도 여행 가고 싶어. "

" 엥? 그게 장래희망이에요? "

" 응, 장래의 희망을 말하라는 거 아니야? "

" 아, 그게 뭐예요? 그건 쉽게 할 수 있는 거 잖아요. "

" 그런가? 그렇지만 엄마는 길게 여행을 가거나 쉬어 본 적이 없는걸, 한번은 해 보고 싶어. "


어릴 때는 어른이 된 내 삶은 화려할 줄 알았다. 어른이 되면 좀 더 화려하고 요란해야지 성공한 거 같고, 잘 사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어른이된 내 삶은 조용하고 단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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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나는 같은 자리에서 해가 뜨기 전 일어나야 했다. 어제와 똑같이 아침부터 서둘러야 했고, 하루 종일 스트레스 받고 바빴으나, 막상 오늘 한 걸 적어보면 적을 게 없다. 억울하다. 하루종일 열심히 살았지만 특별한 한 줄도 없는 그런 평범한 시간이었다. 퇴근하면 당연한 듯 집안일을 하고 소파에 앉아 뒤늦게 한숨을 고를 때 이미 해는 졌다. 내 삶은 요란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았다.


아이가 나에게 장래희망을 물을 때 나는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나는 더 이상 화려한 미래를 꿈꾸지 않게 되었다.

꿈은 꼭 화려하고 빛이 나지 않아도 괜찮은 거 같아. 작은 꿈도 좋은 거 같아.


언젠가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 여행을 가고 싶어,

그리고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지금은 내가 책임질게 너무 많아.


인간의 삼대 욕구는 식욕, 수면욕, 성욕이라고 한다. 이건 내가 학창 시절에 배운 내용이다. 요즘 말하는 인간의 삼대 욕구는 [무노동, 많은 재산, 신나는 소비] 라고 한다. 나는 이 말이 더 공감 간다. 일하지 않고 일확천금을 가지고 싶다. 쇼핑은 아무리 해도 지겹지 않은 거 같다. 일하지 않고 많은 재산을 가지고 신나는 소비를 하며 살고 싶다. 그러나 해가 뜨기 전 당연하듯 오늘도 피곤을 뒤로하고 일어난다.


이제는 화려한 미래를 꿈꾸기 보다는 하루를 정직하고 성실히 살아가기로 했다.
하루를 버티고, 하루를 살아가다 보니 오늘이 만들어졌고, 내일도 꿈꿀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하루를 잘 살기로 했다.


내 삶은 어릴 적 내가 생각한 것 처럼 화려하지도 재미있지도 않다. 그러나 내 삶은 빛나고 있고 아름답다. 나는 하루를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고, 나의 오늘을 정직하고 성실하게 지켜내고 있다. 그래. 그러면 충분하다. 이런 하루를 모았더니 오늘이 되었고, 삶이 이어져 내일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삶은 그렇게 단순하고 지루한 하루들이 모여서 내일의 아름다움을 만들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의 지루한 삶을 즐기기로 했다.


오늘 하루 정직하게 자신의 의무를 다하자.
오늘 하루를 즐기고, 감사하며 주어진 삶을 누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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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 기다리지는 이유는 평일에 일을 했기 때문이다. 늘 쉬는 사람은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잘 모른다. 그에게 요일은 큰 의미가 없다. 오늘 늦잠을 잘 수 있고 내일도 늦잠을 잘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꿈꾸며 얻은 작은 미래가 귀하고 행복한 이유는 내일을 지키기 위해 살아온 오늘이 있기 때문이다.


퇴근 길 아름답게 물든 저녁 하늘이 너무 예뻤다.

' 아름다운 저녁하늘을 만나기 위해 오늘 상사한테 몇 번을 머리 숙여 사과했구나.'

생각이 들었다. 힘든 하루가 끝나니 오늘의 저녁이 너무나 소중했다.

평범한 내 삶이 빛나는 이유는 오늘 하루 내가 성실히 살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오늘을 살자. 오늘을 살고, 또 오늘을 살아보니 뭐라도 조금씩 이루어지게 되었고, 무엇이든 서서히 인생은 만들어지고 있었다. 이제 내가 꿈꾸는 미래는 어릴 적 꾸던 꿈처럼 화려하지도 요란하지도 않지만 내 꿈은 여전히 아름답고 빛나고 있다. 나는 언젠가 여행을 갈 것이고, 강아지도 키울 것이다. 언젠가 내일 출근할 걱정 없이 저녁을 맞이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러기 위해 우선 오늘을 잘 살아 보기로 했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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