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는걸 내려 놓고 꾸준함을 가지기로 했다.

질량 총량의 법칙이 있다

by 링링


- 일찍 일어나는 새가 일찍 지친다.

- 질량 총량의 법칙이 있다.




나는 스타크래프트 게임에 나오는 초반러쉬 같은 타입이다. 초반러쉬는 게임의 한 전략으로 게임 시작과 동시에 잔챙이들을 빠르게 최대한 많이 뽑아낸다. 그리고 수많은 잔챙이들을 데리고 적에게 잽을 날리듯 수많은 저그들을 날린다. 이 게임 전략에 가장 큰 단점이 있다.


오래 하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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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시작과 동시에 최대한 빨리 게임을 끝내야 한다. 왜냐하면 오래 버틸 수 있는 에너지원을 나는 한 개도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처음부터 실수하거나 실패하는 걸 두려워했다. 지면 안될 것 같았다.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내 마음은 시작부터 있는 힘껏 내 달리게 했다. 그랬더니 누구보다 빨리 지쳤고, 힘들었다. 내가 잘 하면 다음에는 조금 못해도 되는 게 아니라 이미 높아진 기대 수치를 나는 더 맞추어야 했다. 내가 끌어올려놓은 수치는 자꾸만 높아졌고, 사실은 그렇지 못한 나는 힘에 겨워 허덕였다. 그리고 누가 걸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넘어지고 주저앉아 버렸다. 내 에너지를 다 써버렸다.


나는 그렇게 하나의 직장을 퇴사했다.

이번에는 실패하지 말아야지 했던 다음 직장도 마찬가지다. 다음 직장에서 몇 년을 보냈고 나는 여전히 지쳤고, 쌓였던 문제는 터졌다.


잘하고 싶다는 욕망은 내 마음을 잃어버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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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일을 왜 하는지? 무엇 때문에 시작했는지? 생각하며 선택했던 내 마음은 어디 가고 없고, 그냥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잘해야지 하는 마음은 내 본질을 잊어버리게 만들었다. 오로지 지금의 행위에 대한 인정과 성공만 바라보았다.


나는 그렇게 지쳐갔다.


그렇지 못한 내 능력은 자신을 스스로 갈아 넣게 만들었고 나는 매일 지쳐 있었다.


어느 날 나에게 물었다.



나는 왜 늘 힘든 걸까?


나보다 못한 저 사람들은 나보다 더 잘 사는데
왜 나는 자꾸 포기하기 되고, 끝까지 못 가고
너덜너덜해져서 나가떨어지게 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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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잘하고자 애쓰는 내 욕심에 있었다.

그걸 깨닫는 순간 잘하고 싶다는 내 마음을 내려놓기로 했다.
대신 나는 그 일을 끝까지 성공해 낸 사람들이 가진 꾸준함을 내 것으로 만들기로 했다.


나는 의지가 박약하여 [하루에 윗몸일으키기 한 개씩 매일 하기] 이런 것도 제대로 이뤄내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거창한 계획안을 짜지 않기로 했다. 대신 하루 더 버티는 걸 선택하기로 했다.


출근 한 김에 일단 일하자,
일한 김에 조금 있다가 퇴사를 생각하자.
하던 일 마저 하고 나중에 생각하자.
그렇게 하루를 버텼다.
그러다 보니 퇴근 시간이 되었다.


' 오늘 일당은 벌었으니
일단 퇴근하고 나중에 생각하자.
회사 일은 근무시간에만 생각하는 거야. '


그렇게 하루를 버티다 보니 20년 가까이 한 회사에서 일하게 되었다.


남들처럼 거창한 각오는 못해도 우선 버티면서 살아보자. 그냥 그렇게 하루를 살아보자. 하며 살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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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직이 바뀌면서 엑셀 작업을 할 일이 많아졌다. 엑셀 키를 거의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수작업으로 엑셀을 했고, 엑셀을 마치 한글 프로그램처럼 사용했다.


' 안되겠다. 학원이라고 가야겠다. '


그렇게 학원을 등록했다.


"퇴근하고, 아이들도 봐야 하고, 집안일도 해야 하고 언제 학원을 가겠다는 거야? 이러면 네가 쉴 수 있는 시간이 없잖아."

남편의 말에 나는 무심히 말했다.


" 일단 며칠 나가볼게. 가는 데까지 가보지 뭐. "


그렇게 퇴근 후 지친 몸을 질질 끌고 영혼은 반 사라진 채 일단 갔다. 내 몸은 그런데 함부로 가는 거 아니라고 날 말렸지만 그래도 돈을 냈으니 하루는 일단 가보자 생각하고 의식이 희미한 채로 퇴근 후 힘겹게 갔고, 간 김에 컴활 자격증을 따야겠다. 그렇게 하나씩 버티며 내 삶을 만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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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뭔가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지는 않는다.


잘한다는 건 일의 중심이 내가 아닌 남이 된다.

인정받아야 하고 돋보여야 할 필요는 없었다.


나는 단지 내가 할 일을 할 뿐이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나가고 싶을 뿐이다.
나는 내 삶을 이루어 나가고 싶은 거다.



새로 발령받은 신입 직원이 내게 와 말했다.



" 제가 저희 동기 중 성적이 꼴찌예요. 너무 못해서 발령 안 날뻔했는데 마지막에 엄청 노력해서 겨우 이 팀에 왔어요. "


신입직원의 귀여운 모습에 나는 피식 웃으며 답했다.


" 상관없어요. 그냥 하나씩 해 나가면 돼요. 포기하지 말고 천천히 본인 걸음에 맞게 선배를 따라와요. 그러다 보면 어느 날, 어느 순간 선배의 자리에 앉아 있을 거예요. 그때까지 잘하는 건 됐으니 포기하지마요. "


" 그래도 열심히 할게요. "


" 마음대로 해요. 지쳐 나가떨어지지만 마요. 그리고 어깨에 힘 좀 뺍시다. 처음에 힘을 많이 주면 빨리 지쳐요. 제가 그랬거든요. 알고 보니 회사나 인생은 장거리 마라톤이지 단거리 육상경기가 아니더라고요. 그러니 오래 달릴 수 있게 힘을 분배해요. "



인생은 단거리 마라톤 경기도 아니고, 3판 2승으로 끝낼 탁구 경기도 아니다. 오늘도 몇 차례 경기를 치르고 내일도 치르고 한 달, 두 달 일 년 십 년 그렇게 계속 매일 수많은 경기를 치러야 한다. 그러려면 초반러쉬전략을 멈추고 새롭게 전략을 짜야 한다. 내 삶의 전략을 다시 세우자 나는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



늘 잘하는 사람은 없다. 늘 이기는 경기를 할 순 없다. 질 때도 있고, 실패할 때도 생길 수 밖에 없다.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인정받고 잘하기 위해 사는가? 무엇을 위해 이 일을 하고 살아가는가 다시 생각해 보자.


나는 조금 행복하게 가정에 책임을 다하며, 즐겁게 살고 싶었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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