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라미>> 맥 바넷 글/ 존 클라센 그림/ 시공주니어
작가님, 커피 한 잔에 글 쓰기 좋은 오후네요.이렇게 글자를 입력하고 드래그하면 메뉴
맥 바넷 글/ 존 클라센 그림/ 시공주니어
『동그라미』라는 책은 맥 바넷이 쓰고 존 크라센 그림을 그렸습니다. 맥 바넷은 칼데콧 아너 상을 받은 유명한 작가입니다. 오십이 넘은 한 분이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했습니다. 평소 매우 진지한 독서취향을 가진 분이셨는데 그림책도 본다고 하니까 놀랍고 반가웠습니다. 그림책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즐길 수 있는 품이 넓은 문학인 것 같아 더 좋아집니다.
동그라미, 세모, 네모는 친한 친구입니다. 셋은 폭포 근처에서 숨바꼭질을 했어요. 하지만 겁이 많은 동그라미가 술래가 되어 폭포 안에 숨지 말라고 당부를 했어요. 폭포 안은 너무 깜깜해서 무서웠거든요. 네모는 그러겠다고 대답을 했지만 세모는 깜깜한 건 하나도 안 무섭다고 으스댔어요.
눈을 감고 열까지 센 동그라미는 아무데도 안 움직인 네모를 바로 찾아냈어요. 네모가 세모는 폭포 안으로 들어갔다고 말해주었어요. 두려웠지만 동그라미는 어쩔 수 없이 폭포 안으로 들어갔어요. 폭포 안은 고요했어요. 세모를 소리쳐 불러도 아무 대답도 들리지 않았어요. 너무 깜깜해서 하얀 눈동자만 동그랗게 보였어요. 마침내 또 다른 눈 하나가 나타났어요.
“세모, 너 여기 있었구나! 넌 꼭 하지 말라는 걸 하더라. 넌 왜 맨날 재미있는 놀이를 망쳐? 왜 제멋대로야?”
동그라미의 비난에 세모가 아무 말이 없었어요. 동그라미는 세모를 너무 몰아세운 것 같아 이내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세모가 좋은 친구라는 사실을 말해주었어요. 그때였어요. 동그라미 뒤에서 세모 목소리가 들렸어요!
“고마워,”
동그라미가 훽 뒤를 돌아봤어요.
“어? 너, 세모야?”
동그라미는 얼떨떨해졌어요. 지금까지 말하고 있었던 건 세모가 아니고 누구인지!
순간, 세모와 동그라미는 어둠속에서 빤히 보고 있는 눈동자를 보니 등이 오싹했어요. 둘은 우다다다 밖으로 도망쳐 나왔어요. 여전히 네모는 처음 그 자리에 가만히 있었어요. 세모는 괴물이라도 본 것처럼 벌벌 떨면서 다시는 폭포 안으로 들어가지 않겠다며 부들부들 떨었어요. 옆에서 숨을 고르던 동그라미가 가만히 속삭이듯 말했어요.
“있잖아. 어둠 속에 있었던 그 애는 어쩌면 나쁜 애가 아니었을지도 몰라. 좋은 애였을 거야. 우린 사실 제대로 보지도 못했잖아.”
동그라미가 가만히 눈을 감고 폭포 안에 그 애가 어떻게 생겼을까 상상했어요. 세모, 네모도 눈을 감고 저마다 떠오르는 모양의 친구를 그려보았어요.
동그라미는 순간적인 착각을 버리고 다시금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눈을 감고 진실을 알아보려고 노력했어요. 그러니 말썽꾸러기 세모나 답답한 네모 같은 친구들과 여전히 깊은 우정을 나누고 있는 거겠지요. 상상력이란 미래나 우주를 생각할 줄 아는 능력만이 아닙니다. 동그라미처럼 다른 사람의 입장과 마음을 상상해보는 것이 상상력이 가장 필요한 영역이 아닐까요.
나이가 들고 경험도 많아지고 당연히 이해의 폭도 넓어지겠지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세상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과 일들이 더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더 이상해진 건 아닐 거예요. 아마도 그건 우리가 우리의 잣대만으로 판단하는 마음이 커진 건 아닌지 돌아봅니다.
‘다른 사람의 신을 신고 1년간 걸어보지 않고서는 섣불리 판단해선 안 된다’라는 옛말도 있습니다. 판단하기 전에 한번쯤 동그라미처럼 눈을 감기를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