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곡 모임 첫날 자기소개를 하다가

샘솟는 창작욕구, 게으른 몸뚱아리: 채찍질해줄 사람들을 찾아서

by 도나윤

2025년 3월 넷째주

내 인생 두 번째 자작곡 모임 첫 날



모임 가는 길

발길이 이끄는 곳

자작곡 모임 첫날, 공교롭게도 댄스공연 리허설과 시간이 딱 겹쳤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 하루 종일 어디로 갈까 고민이 깊었다. 아무래도 당장 코앞에 닥친 공연이 더 중요해서 연습실로 향하다가 모임 시작 직전, 뭔가 직감적으로 이끌리는 자작곡 모임으로 급히 발길을 돌렸다.




첫 모임 자기소개

샘솟는 창작욕구, 게으른 몸뚱아리

어느 모임이나 첫날은 자기소개로 시작된다. 질문 세 가지가 제시되었다. 내 창작욕구의 뿌리를 돌아보게 하는, 동시에 끝까지 쓰여지지 못한 채 케케묵어버린 노래 조각들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좋은 질문들이었다.


1. 나를 한 줄로 표현하면?

"음... 저를 한 줄로 표현하면... 저는 춤추고 노래하고 연기하는 사람입니다. 직장은 ●●쪽인데 너무 안 맞아서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다보니까 요즘은 취미로 무대에 오르고 있어요."


2. 내가 음악을 만들고 싶은 이유는?

"음악을 좋아해서 보컬 레슨도 받아 보고, 악기도 종류별로 다 배워보고 했는데, 결국 열정의 끝은 창작이더라구요. 사실 5년 전에도 이런 자작곡 모임에서 처음으로 노래를 한 곡 썼어요. 그때는 한 사람당 무조건 한 곡씩 쓰게 해서 자작곡 발표회에서 기타치면서 노래까지 불렀는데 너무 재밌는 거예요. 그렇게 한 곡 써보니까 계속 제 이야기를 노래로 만들고 싶더라구요. 이후에도 혼자 4~5곡 정도 노래를 썼어요. 완성은 못했지만..."


당시 나는 지독하게 앓고 있던 회사병을 주제로 노래를 만들었다. 잠 못 이룰 정도로 극심했던 고통을 예쁜 가사로 승화시키고, 수백번 흥얼거리며 멜로디를 만들면서, 감정에 북받쳐 울기도 참 많이 울었다. 그리고 자작곡 발표회를 마쳤을 때의 그 카타르시스란... 몇 년간 앓았던 정신병이 싹 나아버렸다! 나는 자작곡 쓰기의 심리치료 효과를 맹신하는 사람이다.


3. 이 모임에서 기대하는 점은?

"저는 딱 하나, 강제성이 필요해서 왔어요. 이제까지 끄적여 둔 노래들 전부 완성하고 싶은데, 제가 해 보니까 누가 딱 시키지 않으면 평~생 고치고 앉아있겠더라구요. 사실 최근에 첫 자작곡 만든 지 4년만에 겨우 녹음을 했는데 아직도 이것저것 고민하느라 발매를 못했어요. 그 지난한 과정을 혼자서는 도저히 해낼 수가 없겠더라구요. 여기서 같이 재밌게 노래 만들면서 채찍질을 좀 받고 싶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날 모임에서, 첫 자작곡에 대한 고민의 힌트를 얻었다. 나는 모임장님에게 오랫동안 막혀있었던 고민을 털어놓고 조언을 구했다. 그는 너무나도 간단하게, 솔로몬처럼 해답을 제시해주었다. 아마도 그 사이다 같은 힌트를 들려 주려고, 그날 발길이 나를 그곳으로 이끌었나보다. 그리고 마침내 어제, 나는 거의 반년만에 프로듀서에게 연락을 했다. 드디어 결정을 내렸다고!



집에 가는 길

1년 만에 쓰는 노래

역시 채찍질은 효과적이었다. 첫날 우리는 각자 쓰고 싶은 노래를 하나씩 정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덕분에 쓰고 싶은 수십 가지 노래 중에 단 하나, 가장 먼저 쓰고 싶은 최고 우선순위 노래를 고를 수 있었다. 1년도 더 전부터 누군가에게 선물하려고 구상했던 노래였다. 우리의 추억을 평생 노래에 담아 간직하고 싶어서, 그리고 말로 이루 다 표현할 수 없는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 다만, 그걸 선물하려면 노래를 영어로 써야한다는 큰 문제에 봉착해서 시작조차 못 하고 있던 터였다. 모임에 나간 덕분에 나는 게을러서 외면하고 있었던 그 노래 조각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다. 모임 사람들의 피드백을 통해 새로운 영감도 한 스푼 얻었다. 1년 만에, 나는 다시 노래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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