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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나윤 Nov 11. 2024

출국 D-2개월ㅣ거창한 예습 : 스쿠버다이빙과 스윙댄스

놀 기회도 준비된 자에게만 찾아오는 법

출국 D-2개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출국 준비


예상치 못한 의 손길

금방이라도 뇌가 터져버릴 지경이었다. 하필 시즌을 맞아 몰려버린 회사 업무에 스윙댄스 공연 연습, 10과목쯤 되는 자격증 시험공부,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의 알 수 없는 독일어 가사 시대와 국경을 넘나드는 잡탕 밴드의 합주곡 가사와 연극 까지... 울 것 투성이에 뇌 용량 초과 경고등이 울리기 시작한 바로 그때, 상치 못한 원의 목소리 들려왔다...!

이 시대 위대한 발명품, 태블릿 덕분에 수백장의 수험서, 악보 수십개, 대본집까지 전부 길바닥에서 암기할 수 있었다.

때마침 회사에서 나를 일찌감찌 맨 끄트머리 인턴 자리로 내쫓아주는 것이 아닌가...! 출국 전까지 새로운 업무를 맡으라는 통보다. 그렇게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래 담당하던 투성이 업무가 마무리만 남겨둔 채 내 손을 떠나버렸다. 처음에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출국 업무 변이라니, 인수인계 할 시간에 마저 마무리하면 될 것 같은데 이게 무슨 대혼란이람? 지만 찝찝한 마음도 잠시, 막상 그 무거웠던 짐덩이를 훌훌 털어버리자, 마치 휴지통 비우기 버튼을 누른 듯 뇌 용량에 빈 공간이 생기기 시작했다. 새로 맡은 업무는 골치 아플 것 없이 그저 기한에 쫓겨가며 일을 많이 하기만 하면 되었다. 세상에, 출근길 어깨가 이렇게 가벼워질 수 있다니! 그제서야 느껴지기 시작했다. 출국 준비에 만전을 기하라는 우주의 손길이...! 무엇보다 최고의 서프라이즈 선물은 업무 변경 덕분에 얻은 며칠의 여유였으니, 반드시 뽕을 뽑아야만 했다.




거창한 예습1. 이집트 다이빙 투어 대비

이틀의 휴가를 활용하여 나는 출국 준비 리스트에 급히 '스쿠버다이빙 투어'를 끼워 넣을 수 있었다. 파리까지 가는 김에 이집트 다이빙 투어를 할 생각었다. 하지만 자격증 해양 실습 이후로 바다에 들어가 본 적 없 다린이 혼자 투어 갈 생각에 약간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장비 체결 어떻게 했더라? 나 혼자 하강 못하면 어떡하지?? 이퀄라이징  되면??? 더구나 두 번째 어드밴스 자격증시원찮은 곳에서 야매(?)로 취득한 터라, 맨 처음 오픈워터 자격증 과정을 정석으로 교육해 주신 강사님의 클리닉을 받아야만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리하여 다이빙 예습을 위해 강사님을 따라 투어에 급 합류하기로 하고, 퇴근 후 사이판행 밤 비행기에 올라탔다.

어느 수요일 밤 비행기를 타고

숙소에 도착하니 아침 6시, 다이빙 브리핑은 7시 30분. 겨우 1시간 눈을 붙 후 수면부족 상태로 배를 타고 바다 나갔다.  2년 만에 잔뜩 긴장한 채로 바다로 내려갔는데, 음 느껴보는 종류의 두려움이 밀려오더니 당장 수면 위로 올라가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내가 손을 아주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고... 그때 강사님이 내 손을 잡아주고 장갑을 씌워주지 않았더라면, 내 호흡을 진정시켜주지 않았더라면 나는 아마 다이빙을 그만뒀을지도 모르겠다. 이 사단이 이집트에서 벌어졌다면? 상상만 해도 아찔했다. 지독한 두통에 시달가혹한 일정이었지만 이렇게라도 미리 예습을 강행했길 천만다행이었다. 무엇보다 3일간 환상적인 지형 다이빙 즐기며 덤으로 귀한 수중샷도 건지고, 좋은 사람들과 낮에는 물과, 밤에는 술과 함께 재밌는 추억을 만들었으니, 무리하길 백번 잘한 선택이었다.

사이판 다이빙 포인트 1. 스팟라이트
뇌리에서 절대 잊혀지지 않는 장면 : 영화관 스크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황홀한 순간이었다.
사이판 다이빙 포인크 2. 그로토

마지막 날, 리는  눈으로 새벽 비행기를 기다리며 아쉬운 마음을 담아 다이빙 샵에 방명록을 남겼다. 나따뜻한 다이빙샵 식구들, 열심히 사진을 찍어주신 강사님, 조류를 만나 허덕이는 나를 힘껏 밀어 준 S씨, 그리고 보트에서 낚시하던 사람들까지 모두 담기 위해 그림을 그렸다. 아름다운 마무리였다. 새벽 비행기에서 한숨 자고 아침에 귀국하여 곧바로 출근을 했다. 몸뚱아리가 부서질 지경이었만 마음만은 충만했다. 별수 있나? 고 싶은 걸 다 하고 살려면 이 정도 피곤함은 감수할 수밖에.

 우리가 남긴 롤링페이퍼 방명록에 그린 그림
공항 도착 > 지하철역에 캐리어 보관 > 사무실 출근




거창한 예습2. 파리 스윙 출바 대비

귀국하자마자 쉴 틈 없이 그 주 주말 예정된 스윙댄스 공연 특훈에 합류였다. 우리는 퇴근 후 다 같이 연습실에 모여 땀으로 샤워를 하며 안무연습다. 빠른 음악에 쉽지 않은 안무, 모두가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며 정말 열심히 춤을 췄던, 뜨거운 여름밤이었다.

열기가 뜨거운 연습실 현장

스윙댄스 공연 당일, 그날도 나는 혼자 전쟁을 치렀다. 오전에는 합창 연습 있었고, 연 리허설까지 시간이 촉박하여 택시로 이동하며  안에서 김밥으로 점심을 때워야 했으며, 리허설을 마친 후에는 한강으로 다시 이동여 유난히 뜨거웠던 땡볕 아래스윙댄스 공연을 올렸다.

출석률 기준 때문에 빠질 수 없었던 오전 합창 연습
"기사님 죄송한데... 혹시 저 김밥 좀 먹어도 될까요...?"
뙤약볕 아래 한강에서 춤을

사실 곧 다가올 거대한 시험과 각종 공연 준비 등으로 공사가 다망하여 여유롭게 춤을 추고 있을 때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공연 연습을 했던 건 그동안 함께한 사람들과의 마지막 춤을 기념하기 위해서, 그리고 파리에서 스윙 바를 기웃거리기 위한 최소한의 예습을 위해서였다. 가뜩이나 초보인데, 당장 가서 조금이라도 더 신나게 춤을 추려면 하나라도 더 배워가야지 않겠어?연습에 연습을 거쳐 겨우 흉내낸 동작들로 공연에서 원없이 신나게 춤을 출 수 있었다. 덕분에 훗날 파리에서도...!

함께 춤을 췄던 팔로워들


출국을 40여 일 앞둔 어느 날의 기록
프랑스 갈 준비가 너무 안 되어있다. 실감도 안 나고 설레지도 않고 당장 앞에 닥친 일들이 너무 많아서 신경 쓸 여력이 없다. 그 와중에 수요일 출국, 월요일 귀국 일정으로 사이판 다이빙 투어를 다녀왔다. 아마도 내 인생에 전무후무할 살인적인 일정인 것 같다.

현재 기준 합창 공연 D-13, 자격증 시험 D-19, 밴드 공연 D-25, 연극 공연 D-32, 마지막 출근 D-39, 어학연수 개강 D-41. 이 모든 상황이 동시에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벼락치기 난이도 최상, 벼락치기 인생 최대의 위기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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