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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은 Jan 05. 2024

어쩌면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지도 모르는 것

어쩌면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라고 표현한 것은 독자들 눈치를 봤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확신한다. 어떻게? 이것이 우리 삶에 있어서, 모든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들이라고. 다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라고 한 것은 인간은 각기 다르고, 개인마다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존중하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이 점을 말해 두어야 겠다. 인간은 개인마다 그리 큰 편차가 있는 동물이 아니라는 것. 심리학, 고고학, 역사, 철학 등을 통해서 보자면, 인간은 차이보다 공통점이 압도적으로 많다. 차이라고 분류하는 것조차도 몇 개의 카테고리로 좁혀진다. 그러니, 나는 달라, 라고 너무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 그리 맞는 이야기는 아니다.


나, 지금 책을 한 권 쓰는 중이다. 그래서 하루 한 번, 한 시간 정도는 꼭 산책을 하려 하고 있다. 운동도 빠뜨리지 않으려 노력한다. 책을 쓸 땐 높은 집중력이 필요하고, 그러자면 몸이 뒷받침 되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뇌를 온전히 사용하려 몸을 쓰고, 산책을 하는 것이다.


오늘은 햇살이 좋아, 산책하기 참 좋았다. 여의도공원을 주로 걷곤 하는데, 걷다 보면 회사 사람들을 자주 본다. 한 해 한 해 더 늙어가고, 더 초라해지는 (내 눈에는 그렇다) 모습을 본다. 오늘 마주친 어떤 사람은, 내가 18년 전 입사했을 때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던 이였다. 그땐 그 사람이 대단해 보였고, 심지어 아우라마저 느낄 정도였다. 그런데 오늘 마주친 그의 모습은 그저 동네에서 흔히 볼 법한 멋 없고 평범하기 그지없는 데다, 나아가 초라하기까지 했다.


그런 생각을 곧잘 하게 된다. 우린 다 이렇게 늙어가고, 그러다 언젠가 곧 죽는 거구나.


나는 매일 죽음을 생각한다. 염세적이거나 부정적인 의미에서가 아니라 매일 죽음을 떠올리며 오늘 하루 젖먹던 힘까지 쥐어짜내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를 곱씹는 것이다. 만일 내가 오늘 죽는다 해도 그렇게 억울하지 않도록, 늘 오늘이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다. 그렇게 살 때 좋은 점은 후회가 남지 않는다는 것이리라. 그래, 나에게는 후회란 게 없다. 이것은 내가 가진 최고의 행복이다. 또, 나에게는 올해의 목표란 게 없다. 물론 올해 안에 해야 할 일 같은 것이야 마음 속으로 정해 둔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목표란 내게 있어 인생 목표(Life Goal)뿐이다. 그것 외에 하위 목표들은 인생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통과하는 작은 관문들일 뿐이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책도 올해 해야 할 일 중 하나다. 그저 내 인생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들르는 경유지 정도의 의미일 뿐이다. (구독자들께 참고로 말씀드리면 이 책은 4월 10일 출간될 것이다. 그 전에 이 책의 내용과 이모저모에 대해 구독자 여러분들께 먼저 알려 드릴 생각이다.)





오늘 산책을 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인간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 내 생각에 그것은 첫째 젊음, 둘째가 목표, 셋째가 즐거움, 넷째가 건강과 관계다. 물론 이것들 이외에도 중요한 것들이 있으나 그것은 각자의 판단에 맡긴다.


1. 젊음

2. 목표

3. 즐거움

4. 건강과 관계


왜 젊음이 첫 번째인가? 중요도로 따지면 목표나 즐거움이 먼저여야 한다. 그러나 내가 젊음을 먼저 놓은 것은 이것은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그저 순간 주어졌다가 지나가는 것이다. 괴테가 말한 바 대로, 젊음이란 그저 한 때 왔다가 어느덧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내가 선택할 수도 없고, 붙잡을 수도 없는 자연이기에 나는 이것을 으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 내가 젊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축구를 할 수 있고, 역기를 들고, 얼굴에 탄력도 있어서 여러 모로 나는 젊다. 20대 같은 젊음은 아니지만, 나는 여전히 걷는 데 이상이 없고 뛰는 데에도 문제가 없다. 잠을 잘 자면 활발하게 일을 할 수 있다. 외적 내적 젊음을 오래 유지하고 싶어 역기를 들고, 러닝을 한다.


젊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또 행복한 일이며 감사한 일이다. 죽음을 앞둔 노년의 백만장자는 백이면 백 자신의 전재산과 젊음을 바꾸려 할 것이다. 젊음의 가치는 이러한 것이다. 그런데 사람은 어리석어 그 가치를 모른다. 백만장자의 전재산을 가졌음에도, 자신에게 없는 것을 굳이 찾아내 삶을 한탄하는 것이다.


젊음이 주어지는 것이라면, 나머지 것들은 내가 선택하고 내가 쟁취하는 것들이다. 목표와 즐거움, 건강과 관계, 이것은 온전히 혹은 어느 정도 내게 달린 문제다. 젊음을 가졌으면서도 그 가치를 모르듯이 인간은 목표의 중요성을 간과한다. 인생 목표(Life Goal)을 가지고 매일 최선을 다하는 이가 드물다는 점을 고려하면 목표는 누구나 가질 수 있지만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목표를 얻기 위해서는 그만큼 노력하고 생각하고 경험하고 희생해야 한다.


나는 대학이 목표의 산실이어야 한다고 믿는 편이다. 대학 진학 이전에 목표를 세운 이도 없지 않으나 대개는 대학 시절 목표를 정립하는 게 보통이다. 우리 사회의 대학들은 그 중요한 시간을 취업 공부하는 데 전부 탕진한다. 그것이 전부 쓸모없지는 않으나 그리 현명한 처사라고는 보지 않는다. 한 인간에게 있어 목표는 즐거움과 행복의 초석이다. 삶은 곧 고통이요 고난이지만, 목표는 이 모든 것을 의미있는 것으로 바꾸어 놓는다. 목표는 상실과 혼돈의 해독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목표를 갖지 못한 채 죽는다. 이것은 너무나 아쉬운 대목이다.


이 브런치를 구독하는 분들이라면, 지금이라도 목표를 세우셨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갖게 된다. 목표에 있어 늦은 때란 없다. 시간이 걸리겠으나, 2년이든 3년이든 나를 연구하고 발견할 수만 있다면 목표는 자연스럽게 뒤따라오는 것이다.


오늘도 나는 산책을 하면서 목표 없이 떠도는 사람들을 본다. 100년 전, 혹은 1000년 전에 죽은 이와 마찬가지로, 이들 역시 저렇게 얼마간 살다 무덤 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그들은 한때 젊었으며, 한땐 누군가에게 아우라마저 풍겼을지 모른다. 그러나 모든 인간은 늙기 마련이고, 조용히 잠들 날을 맞이하기 마련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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