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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혼자의 헛헛한 시간

by 김정은

누구에게나 그런 시간이 있는지 모르겠다. 나는 이제까지 살면서 이런 경험은 사실상 처음이다. 늘 그래왔던 것 같다. 스물다섯 살 이후론, 늘 바쁘게 살았고, 할 일이 있었고, 쉬는 것도 쉼답게 의미를 느꼈다. 그렇게 20여 년을 달려왔는데, 작년 그리고 올해, 유독 시간이 헛헛하다. 지친 것일까, 늙은 것일까, 나이먹은 것일까... .


쉬어도 쉬는 것 같지가 않고, 빈 시간이 생기면 마치 무엇에 쫓기듯 불안하다. 하하. 나 참 희한한 체험 중이다.


아침마다 기도를 한다. 주님. 나의 주님. 왜 이렇게 불안할까요.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왜 이렇게 평온하지가 않을까요. 무엇에 쫓기는 것도 아니고, 하지 않은 과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나는 왜 이리도 평화를 누리지 못하는 걸까요. 주님 오늘 하루, 내가 평온하게 하옵소서. 나의 마음을, 육신을 평안하게 하옵소서.


차를 타고 가며 음악을 듣고, 오전 이내에 벌써 커피를 세 잔째 마시고, 산책을 해도 무언가 헛헛한 것을 느낀다. 봄이어서 그런 걸 수도 있어. 나는 말한다. 아니면 간 기능이 예전만 못해서 그런 걸지도 몰라. 운동이 부족한 걸까? 그래, 그럴지도 몰라. 그런데 이 이상으론 운동할 수 없어. 더 이상 뭘 해?


하기 싫은 몸을 이끌고, 질질 끌어다 체육관 안에 던져 놓는다. 폼롤러 위에서 바둥대다가, 역기를 든다. 꾸역꾸역. 몸이 굳고, 근육이 들어차는 게 느껴진다. 찬 물로 샤워를 하고 거울 속 나의 몸을 들여다본다. 단단하군. 그럼 뭐 하나. 다시 헛헛해질 텐데. 하하.


운동을 하고, 찬 물로 샤워를 하면, 기분이 개운하다. 그래, 그건 좋아. 하지만 도파민 효과는 그리 길지 않다. 물론 안 하는 것보다는 나아. 나는 생각한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다. 나이가 들수록 나는 더 확신한다. 육체를 지배하는 것은 육체다. 육체가 정신도 지배한다. 몸을 움직이는 것이 먼저다. 몸이 움직이면 정신도 그제서야 시동을 건다. 아이디어가 샘솟고 활력이 생긴다. 물론 젊을 땐 이 관계가 조금 모호하게 다가올 것이다. 그러나 나이들수록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언제나 몸이 먼저, 그 다음이 정신이다. 둘은 상호작용하고, 서로 영향을 미치나 정신이 기운을 차릴 때까지 기다리면 언제나 늦다.


헛헛한 기분을 그냥 놓아둘 순 없어. 그래서 매일 아침 역기를 든다. 찬 물을 끼얹는다. 땀을 흘린다. 산책을 하고, 숨을 쉰다. 독자 여러분들의 봄은 어떠신지 궁금하다. 하~~ , 저는 요즘 많이 헛헛해요. 독자 여러분 건강한 봄 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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