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번아웃에 빠지기 전에 쉬어야 하는 이유

by 김정은

번아웃 :

Burnout Syndrome. 한자어로 소진(燒盡)이라고 한다. 어떤 직무를 맡는 도중 극심한 육체적/정신적 피로를 느끼고 직무에서 오는 열정과 성취감을 잃어버리는 증상의 통칭. 정신적 탈진이라 생각하면 편하다. (나무위키)


이런, ... 나에게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그야말로, 몇 주 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정서적으로 황폐한 상태, 무력한 상태였다. 말할 수도, 글을 쓸 수도, 음악을 들을 수도, 영화를 볼 수도 없었다. 아무것도 통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래서, 그냥 두 손 두 발 다 들고, 늪 속에서 허우적거렸다. 우울증 걸린 이들이 왜 죽음을 택하는지 아주 조금, 아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만약 그런 식으로 계속 가야 한다면, 무슨 방법을 떠올릴 수 있을까.


나는 그런 상태로 몇 주가 흐른 뒤에야, 나의 상황이 번아웃이라고 결론내렸다. 처음이다, 그런 증상, 그런 상태는.


번아웃이 오니, 가장 먼저 나타나는 것이 놀랍게도, 감사의 실종이었다. 나는 아무것에도 감사의 기분을 느낄 수 없었다. 감사는 내가 가진 것들 중 가장 큰 능력이었는데, 감사가 사라졌다. 햇빛에도, 들꽃에도, 산책을 해도, 퇴근할 때도 전혀 감사가 느껴지지 않았다. 감사가 사라진 삶은 암흑 그 자체였다. 소리가 없고, 색이 없는 흑백 무성영화처럼, 건조하고 따분한 삶. 1분 1초가 내 영혼에 화살을 쏘는 것처럼 감정이 아프고 따갑고 에렸다.


선거가 있던 날, 나는 교회에 가서 목사님, 동역자들과 함께 1시간쯤 걸었다. 나는 여전히 번아웃의 그늘 안에 있었고 입으로는 웃고 말했으나 마음은 삭막한 상태였다. 논과 밭이 있는 길을 걷고 난 후 우리들은 교회 카페에 앉아 피자를 먹었다. 저녁이 되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느꼈다. 아, 아주 조금은 벗어나고 있구나! 누가 말해주거나 알려준 게 아닌데, 나의 본능은 직감했다.


실제로, 그 다음날부터 나의 상태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나는 회사 특파원 어학시험을 봤다. 제대로 준비 못 한 채로,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시험을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는 무언가 다시 시작되고 있다고 느꼈다. 물론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다, 번아웃! 한번 빠지면, 헤어나올 방법이 없는 늪이란 걸, 알았으니.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쉬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그렇지 못한 모양이다. 나는 일중독이 아니다. 일을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책임감이 강해, 매일 극단까지 나 자신을 밀어붙인다. 이게 일중독인가? 하하. 어쨌거나 그 결과가 몸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 시간에도, 혹시 번아웃에 시달리고 있는 독자가 있다면, 깊은 위로를 보낸다. 그 시간이 얼마나 힘들고 또 힘든지 잘 알기에! 누군든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밧줄을 부여잡고 그 늪을 빠져나오시길 기도드린다. 아직 번아웃 경험이 없다면, 더욱 쉬고 또 쉬시기를! 번아웃, 한번 빠지면 너무나 지독하다는 것을 아시길. 바늘로 생살을 찌르는 고통, 그 고통이 감정으로 오는 것임을 말씀드리고 싶다. 정신적 통풍, 정서적 당뇨....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 아무튼, 피할 수 있을 때 피하시길!







*구독을 부탁드립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