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팝니다, 가격은 '열정'입니다#10

서울시 민간형 매력일자리 UIUX디자인 과정

by 세보

2026년 봄, 세상으로 한 걸음을 내디뎠을 때 내 손에 들린 것은 '비전공자'라는 꼬리표와 스스로 보기에도 민망한 포트폴리오 뿐이었다. UI/UX 디자이너라는 화려한 명함을 꿈꿨지만, 현실은 지도 한 장 없이 낯선 숲속에 던져진 기분이었다.


그러던 중 마주한 '서울시 매력일자리' 공고. 그것은 내게 커다란 기회인 동시에 거대한 벽이었다. 서류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 기쁨보다 먼저 찾아온 것은 서늘한 막막함이었다. 면접까지 남은 시간은 단 5일. 전공자들 사이에서 내가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압도적인 성실함'으로 무장한 진심뿐이었다.


그날부터 나의 밤은 낮보다 뜨거웠다. 잠을 줄여가며 내가 만든 프로젝트의 의도를 복기했다. 단순히 "툴을 잘 다룹니다"라는 말은 공허했다. 대신 나는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되물었다.


"왜 이 버튼이 여기에 있어야만 하는가?" "사용자가 여기서 겪는 불편함을 어떤 '시스템'으로 해결할 것인가?"


거울 속의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1분 자기소개를 외우고 또 외웠다. 입술이 바짝 마르고 눈이 충혈될 때마다 거울 속의 나에게 주문을 걸었다. "너는 할 수 있다. 네가 고민한 시간은 배신하지 않는다." 디자인은 화려한 테크닉이 아니라, 사용자를 향한 집요한 관찰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스스로에게 증명하고 싶었다.


면접 당일, 회색빛 면접장의 공기는 에어컨 바람보다 더 차갑게 느껴졌다. 긴장한 탓에 준비했던 답변 중 하나를 빼먹는 실수를 했지만 입가에 경련이 일어날지언정 웃음만은 잃지 않으려 애썼다.

질문은 예상보다 더 날카로운 창이 되어 날아왔다. 본인의 포트폴리오 PT가 끝나고 프로젝트를 본 면접관이 물었다. "본인은 기획자 성향인가요, 아니면 디자이너 성향인가요?"

그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지만, 이내 깨달았다. 그들은 내가 '예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인지 묻는 게 아니었다. 서비스의 본질을 꿰뚫고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를 묻고 있었다. 이어지는 "기존 사용자가 이탈한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라는 이른바 '뼈 때리는 질문' 앞에서 나는 비로소 디자인의 진짜 얼굴을 마주했다. 디자인은 감각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붙잡아 두는 고도의 '전략'이었다. 어찌저찌 준비해온 답변은 다 말했지만 면접관을 충족시키는 답변을 하지 못한거 같아 마음 한편으로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최종 합격 통보를 받고 너무나 기뻤다. 3주간의 초조했던 기다림, 그리고 5일간의 치열했던 준비 과정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비전공자라는 약점은 역설적으로 나를 더 넓게 보게 만들었다. 툴의 숙련도보다 중요한 것은 '사용자를 향한 집요한 고민'과 '새로운 기술을 유연하게 수용하는 태도'라는 것을 나는 그 면접장에서 배웠다.

아직은 내 자리가 조금 낯설고 배울 것 투성이인 초보 디자이너 취업준비생이지만, 이제는 확신할 수 있다. 간절함과 성실함이 담긴 포트폴리오는 전공의 벽을 넘어서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는 것을. 오늘도 나는 책상에 앉아, 어제보다 조금 더 선명해진 상태에서 디자인하고 있다. 이 길 위에서 함께 헤매고 있을 수많은 동료에게, 나의 이 작은 이야기가 다정한 응원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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