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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jin Apr 16. 2024

[KR-Seoul] 여행인 듯 일상인 듯

자유는 언제나 내 곁에.

사실, 한국에 돌아오는 것이 약간은 두려웠다.

눈부신 샌디에이고 햇살 아래서는 그 모든 것으로부터 멀었고 자유로웠기에.

이곳에 돌아오면, 무언가 다시 힘들고 자유롭지 않을까. 사실은 걱정이 많았다. 


일 하지 않으려 했으나 다시 일을 하게 되고,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지방에서 살고자 하였으나, 여전히 서울에 머무르며.

인생은 어쩌면 늘 이렇게, 내가 뜻하던 바와는 사뭇 다르게.

내 뜻 대로 하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두면,

나보다 더 나다운 길이 눈앞에 펼쳐지기도 한다.


또다시 내 앞에 허락되는 작은 일에

그저 감사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낮은 마음으로 한결같기를.




서울의 2월은 꽤나 추웠다.

어느 눈이 내린 날, 양재천을 지나가는 타이밍에 버스를 타지 않고 걸어본다.

오랜만에 만나는 추위에 벌벌 떨면서도, 버스정류장의 저 '엉따' 의자가 어찌나 맘에 들던지.

저 엉따 의자가 주는 '뜨뜻함' 덕에 얼굴로 불어대는 시원한 겨울바람을 제대로 즐겼다지.


반갑다 눈이 소복한 숲길. 내가 좋아하는 아니 사랑하는 양재천 길이 그대로다. 슬플 때나 괴로울 때나 무지하게 걸어 다녔던, 내 그리운 친구.

그리고,

드디어 봄이 왔다.

내가 그토록 사랑하던, 한국의 봄이다.

미세먼지가 중간중간 뿌옇게 끼기는 했지만, 뭐 이 정도는 참을만하다.

샌디에이고의 쨍하고 맑디맑은 하늘은 좀처럼 보기는 어렵지만,

샌디에이고를 잊을 만큼 아름다운 봄. 

아, 이렇게 팡팡 불꽃놀이 같은 벚꽃놀이라니.. 연두빛과 핑크빛의 이 아름다움.. 사진만 봐도 설레이는구나~~



점심시간이나 퇴근하는 길에나, 밤이나 낮이나.

여기서도 나는 좀머씨.

새로 지은 아파트들의 조경도 아름답고, 밤 벚꽃도 화사하다.



한국에 돌아온 다음다음날부터 새로운 곳으로 출근을 하고 매일매일 열심히 일하고 있다.

주말에는 부지런히 걷고, 부지런히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을 만난다.

어디 멀리 가지 않아도,  봄이 다가오는 그 순간순간을 함께 하는 기분이다.

꽃눈이 내리는 날. 꽃눈을 맞으며 살랑거리는 봄바람을 느끼며. 봄은 매 순간이 천국같다.
다시 봐도 숨 막히게 예쁜 연둣빛




돌아와서의 일상 역시 여전히 여행하는 기분.

매일매일 거의 같은 곳에서 멀리 벗어나지 않지만, 나는 이곳을 여행하는 중이다.


꼭 멀리 떠나야만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여행은 일상 같고, 일상은 여행이다.

계절이 스치는 그 시간과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나도 자유롭고 충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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