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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도아빠 Jul 17. 2023

볼보의 필승전략 세단 S90

결혼하기 좋은 남자 같은 차

by Volvo Official




스웨덴에서 온 이 신사들은 꾸밈에 과함이 없다. 그중에서도 제일 상위에 위치한 이 세단은 높은 경쟁력을 지녔지만 들뜨지 않고 조용히 자리를 지키는 타입이다. 여느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사고뭉치 주인공의 보좌적 역할을 하는 캐릭터인데 사람들은 그런 이들에서 신뢰와 안정이라는 이미지를 가진다.


전장이 5.1미터에 가깝기 때문에 흔히 타사의 정통 플래그 쉽과 경쟁한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차의 전장과 휠 베이스를 제외한 다른 구성들은 E세그먼트에 속한다. 그렇기 때문에 S90의 경쟁력은 극대화된다. 가격을 비롯한 전체적인 포맷은 E클래스나 5시리즈와 경쟁함이 마땅하나 어째서인지 21년도부터 전장과 휠 베이스 그리고 편의장비 등은 소위 플래그쉽스러워졌다. 독일 3사를 비롯한 정통 플래그 쉽 대접을 받는 차들에 면밀히 비교한다면 그 상세한 구성도 조금 모자란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가격이 최소 4천만 원 이상은 더 비싼 그들에 비교했을 때이다. 같은 클래스들은 기능 혹은 편의적으로 S90에 따라올 수 없다.

 

볼보는 내 생각에 세그먼트 정렬에 있어서 독자적인 룰을 가지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이 흔히 규정하는 세그먼트보다는 자신들이 분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격을 올리는 방향을 자제하고 이 차를 구매하는 이들의 구체적 워너비에 맞춘 차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차를 구매할 때 포커스가 플렉스나 개인적인 만족감 또는 주행성 같은 것이 아닌 합리성이라는 것에 달려있다면 구매 전 선택적 추론 후 볼보의 차들은 흔히 순위에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이 전략은 그 합리성이라는 것이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게 된다. 필요한 만큼이라는 것은 그 이상을 제공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불편하지 않을 정도 그것이 주는 의미를 제대로 느끼고 즐기기 위해서는 때로 줄 수 있는 약간의 아쉬움도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by Gear Patrol




볼보의 시리즈들은 마치 교과서처럼 제품적 통일성을 유지하고 있다. 세대가 바뀌며 변하는 디자인은 꽤 진보적이지만 같은 세대의 제품들은 너무 보수적이다 싶을 만큼 같은 룩을 유지한다.

또한 구동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통일된 2리터 가솔린 엔진을 토대로 터보와 슈퍼차저를 조합해 출력을 통제하고 있는데 시리즈 내에 덩치가 가장 큰 XC90 같은 차량에도 기본적으로 2리터 가솔린 엔진을 토대로 하는 것이다. 페이퍼 출력은 400마력 이상을 넘나드는 출력들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터보와 슈퍼차저의 최대 구동 시를 근거로 하기에 운전 중 극한을 비롯한 모든 상황에서 3리터 이상의 엔진이 주는 자연스러움에 비할 수는 없다. 하나 이 역시 필수적인 가감속 시와 일상적 주행의 범주 내에서는 출력적 이로움을 선사해 주기에 결국 합리적 성과로 귀결 나게 되는 것이다.


S90에는 이러한 합리적, 가성비적 매력이 수없이 많다. 특히 시선을 차량내부로 돌리면 그것은 더 극대화된다. 실내의 재질은 시리즈의 통일적 생산성을 바탕으로 그 질을 세그먼트 내에서 최상위로 끌어올린다. 가죽은 최고급 나파가죽이며 그 쓰임이 광범위하다. 우드는 리얼우드로 치장된다. 오레포스 기어노브는 전자식 기어노브의 기능적 아쉬움을 크리스털의 심미적 아름다움으로 덮어버린다. 그리고 누구나 칭찬을 마다하지 않는 바우어 앤 윌킨스의 오디오 시스템은 시각적으로나 그 성능적으로나 한치의 모자람도 없다. 이러한 사운드에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유리는 앞뒤 모든 부분이 이중접합유리로 되어있다. 또한 상위등급인 T8에서는 뒷좌석에 에어서스펜션까지 제공되어 편안함을 더한다.


by Volvo


길어진 전장과 휠베이스는 차량의 뒷좌석에 앉았을 때 감동적인 느낌마저 선사한다. 다리를 꼬아도 불편함이 없을 정도의 레그룸과 도어 및 후방유리의 전동식 선쉐이드가 제공되며 조그 다이얼을 이용해 조수석을 컨트롤할 수 있다. 또한 열선과 통풍을 기본적으로 제공한다. 22년 식부터 바뀐 터치식 조명버튼들은 감성적 만족감을 더한다. 사소한 부분이지만 독일산들에 비해 그 두께감부터가 다른 암레스트는 그 인색하지 않은 성의에 감탄하게 된다.


아울러 넘치는 안전사양에 대해서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렇게 합리성의 마법에 빠져있다 잠깐 정신을 차리고 본다면 차량의 부분적 맥락에서는 벤츠의 중후함과 정숙함, BMW의 주행적 스포티함 그리고 아우디의 기계적 충실함에 비해 분명 모자람이 있다. 전반적 NVH는 벤츠의 정숙함에 못 따라가며 주행성은 신사답게 운전하는 이들에게 알맞다는 주석을 달지 않는다면 너무도 무미건조한 수준이다. 또한 전체적으로 차량이 가지는 정량적 메커니즘은 아우디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볼보는 동 세그먼트를 의식하거나 비교하기보다는 기본과 그 이상이라는 자신들만의 룰로 무장했다. 따라서 결국은 다른 브랜드들의 차들과 기본 경쟁선에 설 수 있으며 합리적 포커스가 일치한 구매고객들에게 더 확실한 매력적 구매요소들을 어필하게 되는 것이다.




차는 급이다라는 말이 있다. 세그먼트 내에서 아무리 날고 기어도 결국 상위등급에게는 못 미친다는 소리다. 하나 이러한 룰을 S90은 무시하고 있다. S90은 분명 E클래스 등과 경쟁해야 하나 그들에 대비해 분명 여유롭게 경쟁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있어 보이게 만든다. 또한 실제로 그것들은 매력적이다.  이것은 볼보의 전략적인 우수성이라고 보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S90에 끌렸고 그렇기에 시승을 하고야 만 것이다. 그리고 시승 후 아쉬움의 요소가 있다한들 구매리스트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게 만든다.


그래, 아무렴 이 가격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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