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약을 먹는 얘기를 해보려 해요. 병원을 다니게 된 확실한 계기는 존재하지만 오랜 시간 병원을 다니며 내린 결론은 '나는 발단이 없었어도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다' 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그러하다' 예요. 힘들지 않고 늘 행복하기만 한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다만 그것을 다루는데 약물과 심리치료 없이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을 알고 스스로를 컨트롤할 수 있는가에 따라 삶의 방식이 다를 뿐이구나 알게 됐어요.
처음 병원을 찾은 건 2017년 엄마가 돌아가시고 몇 달 후 매일 눈물이 났어요. 저는 부모님과 깊은 유대관계가 없었음에도 엄마의 부재가 크게 느껴졌고 엄마가 돌아가신 원인이 아빠에게 있다고 생각했어요. 제 인생의 많은 시간이 엄마가 아빠 때문에 고통받고 희생하며 살았고 그로 인해 나도 소홀히 방치되어 자랐다고 서운했었으니까요. 그런데 놀라운 건 사 남매 중에서 셋째인 저만 아빠를 많이 미워하고 원망하며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는 거예요. 똑같은 부모님 아래에서 성장했지만 언니들과 남동생은 저랑 다르게 튼튼하고 긍정적인 성향으로 자랐어요.
엄마의 장례식 후 몇 주간 우울감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지내자 남편이 병원에 가는 게 좋겠다고 조심스레 이야기 꺼내 줬어요. 저는 돌봐야 할 아이도 있기에 가까운 동네 정신건강의학과를 처음 방문하게 됐어요. 사전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정신과'는 선입견이 있고 좋지 않은 인식이 있어서 부담됐었는데 스스로 제 상태가 버거워지니 병원이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참 이상했어요. 정말 죽고 싶어서 병원을 찾은 제모습이 이상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