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나를 찾아가는 방법.
한참을 나만의 취미생활을 찾아 이리저리 방황하던 시절이 있었다.
무엇이 좋을까? 자전거? 수영? 수채화 그리기? 캘리그래피? DIY? 그 외에도 정말 많은 취미거리를 찾기 위해 오만 곳에 관심을 두고 시간을 쏟았지만 나에겐 모든 게 영 탐탁지 않았다.
그러다 처음 시도해 봤던 취미는 자전거였다.
나름 가격 좀 있는 MTB 자전거를 구입하곤 당시 4대 강 종주를 위해 각 지역마다 자전거를 타며 누비고 다녔다. 덕분에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덤으로 좋은 추억까지 쌓을 수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 여가시간을 쉽게 낼 수 없던지라 결국, 일 년여간 타다가 가지고 있던 자전거를 다른 주인에게 양도해야만 했었다.
다음으로 도전했던 취미는 캘리그래피였다.
처음부터 의기양양하게 의욕에 가득 찬 포부를 던지며 여러 캘리용 팬과 붓 팬들을 구입하며 시작했건만, 체 일주일을 못 가 금세 흥미를 잃고, 그 많던 캘리 용품들을 저 깊은 서랍 속에 꾸깃꾸깃 집어넣어야만 했었다.
훗날, DIY에 입문한답시고 시작한 도전은 이케아 가구 몇 번의 조립으로 쏜살같이 그 꿈을 접었다는 건 안 비밀.
그래, 이 자리에서 고백한다.
나는 의욕만 앞선 의지 빈약 몹쓸 인간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한평생을 이렇게 살았거늘! 앞서 말한 것 말고도 평생 내 곁을 스쳐간 취미생활은 손가락 발가락 다 동원해도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다.
그럼에도 꾸준히 취미로 여기고 있었던 건 게임이 유일했지만, 그마저 어느 순간 급 질리기 시작하면서 일순 공허 상태에 빠지게 된다. 고된 하루,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유일하게 즐겼던 게임이거늘, 이젠 그마저도 재미를 못 느끼게 되니 참으로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그렇게 유일하던 게임마저 흥미를 잃고, 돌아오던 어느 주말에 아침부터 거실 식탁 앞에 앉아 멍하니 허공에 시선을 두곤 가끔 집안을 누비던 날파리만을 눈으로 좇던 중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집안 구석구석을 날던 날파리는 TV 옆에 놓여있던 책장에 앉게 되었다, 그리고 나의 시선도 날파리에서 책장으로 자연스레 옮겨갔다. 그 책장에는 언제 구입했는지 모를 책이 꽂혀 있었다. 그리고 무언가에 홀린 듯 자리에서 일어나 책장을 향해 걸어갔고, 책장에 꽂힌 책을 집어 들곤 그 자리서 펼쳐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책은 ‘룬의 아이들’이라는 소설책이었다. 탄탄한 스토리와 세계관으로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던 유명한 판타지 소설책이었다. 읽다 보니 어느새 나도 모르게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가 있음을 느꼈다. 그렇게 한참을 빠져서 읽다가, 정신 차리고 보니 어느새 손에 들린 책을 다 읽고는 다음 권을 찾아 책장을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그때였다. ‘이거구나!’라는 생각이 든 것은.
다음날 일 끝나고 퇴근하는 길에 동네 작은 서점에 들렀다.
서점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보이는 데로 책을 고르기 시작했다. 소설부터 시작해서, 인문학, 철학, 교양까지 가리지 않고 고르다 보니 어느새 손바닥 위로 쌓인 책들의 수가 열 권이 넘어갔다. 그렇게 구입한 책의 가격은 생각보다 비쌌지만 개의치 않았다. 곧바로 집으로 돌아와 씻지도 않고 식탁 위에 사 온 책들을 쌓아놓고는 전투적으로 읽어대기 시작했다. 아, 행복했다. 일 끝나고 무언가를 할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꼈다.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 생겼음에 가장 큰 행복감을 느꼈다.
그렇게 한순간에 독서는 취미가 되었다.
일 끝나고 서점에 들르던 그날 이후, 지금까지 읽은 책만 총 250권이 넘는다. 나중엔 책값이 부담이 되어 저렴하게 책을 볼 수 있는 플랫폼을 찾아다니다 우연히 ‘밀리의 서재’를 알게 되었고, 그 덕분에 나의 독서 생활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특히, 집이 아닌 밖에서 마저도 언제 어디서든 핸드폰만 있다면 책을 즐길 수 있었음에 감사함을 느꼈다.
그 이후로 나에겐 많은 변화가 생겼다.
무엇보다 새로운 취미가 생겼음에 왠지 모를 마음에 여유가 느껴졌다. 그리고 여러 많은 책들을 읽고 경험함으로써 내면의 변화가 생겼고, 흔히 마인드 셋이 되면서 넓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습성이 생겼다. 어떤 상황에서든 늘 긍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려 노력했으며, 그로 인해 주변으로부터 성격이 많이 유순해졌다는 평을 받고는 했다. 그리고 기존에 사이가 좋지 못하던 사람들도 내 사람이 되는 신기한 경험도 하게 되었다. 나아가서, 어떠한 시도와 도전을 하는 데 있어서 과거에는 두려움과 걱정 사로잡혀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나의 '개복치'멘탈에 ‘도전자’라는 인식을 심어주면서 어떠한 일이든 과감하게 덤벼들을 수 있는 용기를 북돋아 주기도 했다.
이렇듯 독서는 나에게 많은 것을 안겨주었으며 또 안겨 주고 있다.
새로운 취미를 찾지 못해 방황하던 나에게 단순 취미를 떠나 이러한 축복과 같은 일을 안겨주는 독서에 나는 큰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과거에 경험하고 느꼈던 그 어느 취미들을 통틀어 보더라도 이만한 가치를 가진 취미는 없다고 본다. 무엇보다 꼭 새 책을 고집하지만 않는다면 시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이나 '밀리의 서재'를 통해서 저렴하게 양질의 책을 접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많은 돈이 필요치 않은 유일한 취미 중 하나라 생각한다.
독서! 너무나 좋은 것!
여러분도 오늘 하루 즘은 책 한 권 찾아 읽으며 독서에 취미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