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와 다툼이 있었다. 내가 일방적으로 화를 내는 다툼. 상사와의 가벼운 술자리였다지만 무겁게 취해버린 그가 말실수를 했기 때문이다. 술에 거하게 취해버렸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주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화를 내었지만 사실 큰 실수도 아니었을뿐더러 나름 귀엽게 사과해오는 KB의 모습에 화가 눈 녹듯이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퇴근 후 갑작스러운 그의 데이트 일정 변경에 또다시 서운함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래서 또 다퉜다. 이것도 거의 일방적이었다. 금요일 저녁 퇴근길에 그와 나눈 통화에서였다. 파도처럼 밀려온 서운함이라했지만 그처럼 부서지기는커녕 켜켜이 쌓이는 기분이었다. 이런 감정 상태로는 통화를 계속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우선, 집에 도착해서 씻지도 못하고 있는 KB에게 씻고 오라며 전화를 끊었다. 신기하게도 전화를 끊자마자 그에게 미안해졌다. 이런 적이 없었는데. 그동안 길다면 긴 연애도 몇 번 했었고, 짧디짧은 연애도 꽤 있었다. 그때마다 다툼도 있었고, 그 다툼 중에 내 마음부터 다스리고 나서야 상대방을 헤아릴 틈이 생겼었다. 어린 맘 같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도 내 맘을 어쩔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런데 전화를 끊자마자, 아니 어쩌면 끊기 전부터, KB가 슬퍼졌다. 남들 다 칼퇴를 외치는 금요일에 그는 사무실에서 홀로 남아 야근을 했다. 같이 저녁 먹을 동료도 없어 좋아하는 동태탕 집에 가서 혼밥을 했다고 한다. 야근쟁이인 KB에게 '오늘도 야근이야ㅜㅠ??'하고 톡을 보낼 때마다 '돈 벌어서 솜 빵 사줘야지'라고 대답하는 KB인데. 사실 그 야근의 이유에 내 빵의 지분이 몇 퍼센트나 있을까 싶다지만 저런 말을 해오는 KB가 밉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마다 나는 빵순이 탈퇴 선언을 했다. 빵 안 먹어도 되니까 야근하지 말고 빨리 집 가서 쉬라고.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KB는 야근했으니까 주말에 케이크를 먹으러 가자고 했다. 이번엔 미안하니까 2개를 사주겠다고 했다.
싸우고 후회할 거 처음부터 화내지 말걸. 그냥 좋게 넘어갈걸. 좋게 좋게 넘어가면 호구로 안다는 말, 서로를 모르는 상황에서나 들어맞는 말 같다. 좋은 게 좋은 거다. 적어도 우리한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