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긴 모카

모카의 응가 때문에 변기가 막혔다

by 솜다


저렇게 쳐다보는 건 양반이다

KB의 본가에서 키우는 강아지가 수술을 했다. 이 댕댕쓰와는 두 번 만나서 놀았는데, 그때마다 대체로 나를 싸가지없게 쳐다보고 가끔은 내게 앵겨왔다. 만나면 나를 똥개 훈련 시킨다. 이쪽으로 가는 척하길래 따라가면 저쪽으로 뛴다. 성동격서의 바이블이다. 또 조그마한 게 얼마나 빠른지 하네스를 차고 산책 다운 산책을 하나 싶었는데 냅다 뛰기 시작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냥 뛰는 것도 아니라 하룻강아지가 범이라도 조우한 듯이 뛴다. 나도 따라 뛰는 수밖에 없다. 덕분에 얘를 만나고 집에 온 날은 매번 녹초가 됐다. 서른이 넘어 힘이 들지만 강아지라는 이유로 봐줬다. 이 강아지는 너무 작고 말라서 내가 보호해줘야만 하고 또 귀엽긴 해서 내가 봐줬다. 만나면 귀엽고 그래서 만나고 싶어 하다가도, 나를 좋아하지도 않는 것 같고 KB의 품에만 안겨서 나를 올려다보는 눈빛, 그 눈빛이 마치 내가 상간녀라도 된 것처럼 날이 서있어서 나조차도 내가 얘를 좋아하는 건지, 좋아하지 않는 건지 헷갈린다.


이 아이의 외관을 얘기해 보자면 못생겼다. 말티푸라고 하지만 못생겼다. 태어나서 못생긴 말티푸 처음 봤다. 생후 한두 달 됐을 때의 사진을 보면 졸귀탱인 말티푸가 맞는데 지금은 그냥 주둥이가 겁나 긴 푸들이다. 말티즈의 유전자는 거의 발현되지 않았다. KB는 예쁘다고 난리지만 그건 객관적이지 못한 시선이다. 제3자의 냉철한 시각으로 이야기하자면 생긴 건 안 예쁘다. 하지만 그게 너무 귀엽다. 못생겨서 귀여운 것도 축복이다. 모카는(지금껏 이 댕댕이의 이름도 얘기를 안 했구나, 이름은 모카다) 갈색 강아지라는 1차원적인 이유로 모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는데 사실 모카는 모카색이 아니다. KB는 바보다, 모카색이 어떤 색인 지도 모르는. 오히려 옛날 통닭의 짙은 브라운 컬러에 가깝다. 그, 왜, 아버지들이 좋아하는 튀김옷 없이 튀겨낸 시장에서 파는 통닭 말이다. 그렇다고 KB가 이름을 통닭이나 치킨으로 짓지 않아서 다행이다. 지나친 현실 반영도 가끔은 어지럽다.


최근엔 수술도 했다. 수술의 정확한 사유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수술 직후 회복이 더디어 바로 퇴원을 하지 못했다. 남 걱정을 잘 못하는 편인데 모카는 걱정 됐다. 내게 특별한 존재였나 보다. 고작 두 번 만나고 미운 정이라도 들었는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하면서(대체 왜?) 나름 여러 번 모카의 경과를 물었다. 당일은 아니더라도 곧 퇴원을 했다고 한다. KB는 목에 넥 카라가 씐 모카의 사진을 보내왔다. 역시 귀여웠다. 다음에 만나게 되면 또 저 귀여운 얼굴로 나를 째려보겠지. 그럼 착한 내가 봐줘야지.


호캉스는 사치라고 생각하는 KB에게 폰 너머로 호캉스 타령을 하다가 안 먹히길래 '모카도 가고 싶다던데'하면서 어그로를 끈 적이 있다. 이에 KB는 그럼 모카를 데리고 애견 동반 펜션에 갈까,라고 물어왔다. 갑자기 얼마나 힘들지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감성은 사치이고 모카 뒷바라지하느라 KB와도 제대로 못 놀게 분명했다. 게다가 펜션과 호텔을 다르다. 그래서 바로 정정했다. 모카는 사실 그런 적이 없으며 모카가 나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으니 다음에 데리고 나오지 않아도 된다고. 그러자 KB는 우리 둘 사이의 오작교라도 되려는 건지 애써 모카가 나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주절주절 얘기하기 시작했다. 왜 우리 둘이 잘 지내길 바라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 모습이 괜스레 웃겨서 짓궂게도 '나를 좋아하지 않는 개는 나도 싫다'라고 대꾸했다. 다시 모카가 내게 와서 안겼던 찰나의 순간을 찍은 사진을 내게 전송하며 '이것 좀 보라'를 시전하는 KB였다. 저 정도의 노력이면 예뻐하는 척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지금 이 글을 적으면서도 모카가 보고싶은 걸 보면 난 모카를 좋아하는게 틀림없다.


맨날 못생긴건 아니다

추가.

신년이라 본가를 찾은 KB는 모카와 잤다고 했다. 새해 첫날 아침에 일어나니 KB가 수술의 후유증으로 변비를 앓고 있던 모카가 드디어 응가를 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KB의 동생이 그걸 치워 변기통에 버렸더니 변기가 막혔다고 한다. 말티푸(같진 않지만)라 엄청 작은 모카인데 모카의 응가로 변기가 막히다니. 안 믿겨서 반문했다.

"모카 때문에 변기가 막혔다고?"

"응. 많이 딱딱했나 봐..."

"그래서 어떻게 했어?"

"동생이 도와달라고 소리쳐서 내가 가서 뚫어줬어."

"올해 잘 뚫리겠다."

"오, 좋다."


신정부터 변기가 막힌 건 액땜했다고 치자. 결론적으로는 잘 뚫어서 해결했으니 2025년도도 전부 다 잘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자. 못생기고 성격도 사납지만, 귀여운 모카가 있으니 귀여운 한 해가 될 거라고 기대해 보자. 1월 1일, 다음 날 출근임에도 날 보러 본가에서 남양주로 달려와준 KB와 함께라면 다 잘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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