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호커센터

치킨라이스의 맛

일을 마치고 터덜터덜 집 앞에 있는 호커센터를 향했다. 한국에서 날아와 처음 싱가포르 호커센터를 방문했을 때는 조금의 거부감이 있었다. 쟁반과 접시는 무척 오래되어 보였고, 수저들은 밖에 나와있어 수많은 사람이 손을 댔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난 아직도 남아있는 습관이 있다. 손에서 가장 멀리 있는, 닿기 어려운 수저를 집어가는 것이다. 그건 나를 무섭게 하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내가 호커방문 시 가장 두려워하는 건, 바로 새다. 모든 새 종류를 무서워하진 않지만 비둘기는 내가 극혐 하는 동물 중 하나다. 생긴 것도 징그럽게 생긴 데다가 비생적일 것 같은 느낌까지.. 야외 호커센터에는 비둘기와 함께 먹는다는 각오를 하고 가야 한다. 이 때문에 처음엔 무서웠지만 지금은 실내 호커센터를 가거나, 야외를 가도 신발을 벗고 의자 위에서 양반다리를 하고 먹곤 한다.


더운 날씨에 야외에서 먹는다는 것이 처음에는 잘 적응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저렴한 가격에 간단하게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저녁에 귀찮을 때 집 주변에 있는 호커센터를 방문한다.


집 앞 호커센터에는 50개가 넘는 식당이 있다. 말레이시아, 인도, 중국, 한국음식이 모두 있다. 그렇다고 그들이 질 좋은 현지의 맛은 아니다. 그중에서 지금 중독된 집이 있다.


하얗게 찐 치킨에 향이 나는 밥을 처음 먹었을 때는 반이상 남겼다. 입맛에 맞지 않았다. 지금은 나의 싱가포르 소울푸드다. 단백질이 가득한 닭살에 허브향이 솔솔 나는 밥, 치킨라이스. 거기에 닭을 고은 수프도 같이 나온다. 야채가 없다는 것이 아쉽긴 하나 배가 엄청 부르진 않으면서 든든한 한 끼로 해결하곤 한다. 나도 배가 차지 않는데, 싱가포르의 건장한 남성들은 이를 먹고 배가 부를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다들 나보다 날씬한 것일까.


이 치킨라이스 식당에는, 열심히 치킨을 써는 할아버지와 그 옆에서 밥을 공기에 담아 그릇에 동그랗게 올리고, 계산을 하는 인상 좋은 할머니가 있었다. 2평 남짓한 공간에서 먼지가 잔뜩 낀 선풍기가 타달타달 돌아가고, 그 주인장 부부는 얼굴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얼굴로 매일 치킨라이스를 팔았다. 이렇게 작은 식당에서 어떻게 요리를 할까 싶지만, 싱가포르 전역에는 이런 식당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공간은 작지만 맛은 작지 않다.


한국에서는 차가운 닭요리를 먹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아 없진 않다. 전날 남은 양념치킨을 냉장고에서 바로 꺼내먹을 때, 그만의 맛이 있다. 하지만 치킨라이스는 요리 자체가 차갑다. 이게 뭐가 맛있다고 먹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가끔가다 이 부드러운 닭고기와 향이 나고 짭짤한 밥이 당길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는 이 노부부가 있는 치킨라이스집으로 향한다. 할머니는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중국어로 계속 말을 걸지만, 나도 이에 굴하지 않고 영어로 주문을 하면 맛있는 식사를 먹을 수 있다. 그렇게 음식을 받고 아빠다리를 하고 앉아 한입 크게 먹으며, 느낀다. "아, 싱가포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