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일상

모든 천천히 음미하자,

삶을 유영하자 생각하며 산책을 시작했다.


뜨거운 날씨에 얼굴엔 선크림을 덕지덕지 바르고

언제 비가 올지 모르니 가벼운 슬리퍼를 신고 집을 나섰다.


하늘은 변덕스러워 지금은 파란 하늘에 햇빛을 뿜어내고 있지만,

언제 마음을 바꿔 비를 쏟아낼지 모른다.


난 종종 하늘에서 지구를, 우리 땅을 내려다보는 상상을 한다.

싱가포르 한복판에 서있는 나는 개미보다 작다.


거리는 한산하고 2층 버스들이 지나가는 풍경이 보인다.

위에서 보는 세상은 평화롭고 질서 있고 천천히 흐른다.


하지만 세상의 중심이 나의 시점으로 보이는,

땅 위에 두 다리로 굳건히 서있는 나에겐 세상이 빠르고 복잡하다.

마음속으로 '천천히 하자, 나중에 돌이켜보면 결코 중요하지 않다'라고 되뇐다.


옆엔 과일가게가 보인다.

값싼 망고, 용과가 보이고 벌레가 계속 나오는 망고스틴, 롱깐이 보인다.

달달한 과일이 눈앞에 있으니 침이 고인다.

과일을 골라 바구니에 담고, 망고 바나나 등 봉지에 한아름 담아 집으로 돌아온다.


푸르른 하늘 아래 과일을 한가득 베어 물고

시원한 선풍기 바람을 쐬면 무슨 고민이 있겠냐 싶다.


중요한 건 행위와 생각의 분리다.

손으론 과일을 바구니에 담고 입에 한가득 넣고 있지만, 마음은 다른 생각으로 요동 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나 아닌 누군가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난 우선 '천천히 살자'라는 마음을 되네이며 과일을 손질했다.

작가의 이전글[싱가포르] 호커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