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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구 Aug 12. 2024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꿈의 근처에 있어야 한다.

도쿄에서 꿈을 찾다.

그날의 기분, 감정 그 모든 것들을 기억한다. 지브리 미술관으로 향하는 지하철 안이였고 곳곳엔 서로 다른 광고 포스터들이 덕지덕지 부착되어 있었다. 창가 너머는 쭉 큰 강을 비추고 있었는데 이런 풍경이 당장 눈앞에 있음에도 무표정으로 휴대폰만 바라보는 일본 사람들을 보고 한국과 별다를 것 없구나 느꼈다. 30분이 지났을 무렵이었을까. 음악을 듣고 있던 나는 어디까지 왔나 위치를 확인하려고 지도를 실행했다.


그런데 그 순간 수많은 대륙들이 보였다. 그중에서 유독 땅덩어리가 큰 몽골과 중국에 눈길이 갔다. 지도 안에서도 이렇게나 큰데 실제로는 얼마나 넓을까 궁금해졌다. 내가 위치한 이곳은 정말 지도에서는 먼지 한 톨에 불과하구나. 그동안 가본 나라라곤 일본과 필리핀 두 곳밖에 없다는 사실이 허망하게 다가왔다. 당장 내일 죽을 수도 있는 게 인생인데 후회 없는 삶을 한 번 살아보고 싶었다.  


여태까지 하나의 울타리 안에만 갇힌 채 살았다는 생각이 들자 눈물이 흐르고야 말았다. 때마침 슬픈 음악을 듣고 있었는데 그것 때문에 감정이 북받친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건 내가 이 사실을 조금만 더 일찍 깨달았다면, 현재보다는 더 많은 나라에 가봤을 텐데라는 아쉬움이다. 그때부터 더 늦기 전에 이 세상에 또 다른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직접 경험해 보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꿈이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깊은 우울감에 빠지고 말았다.


여행이 끝나고서 밀려오는 공허함의 크기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거창한 목표가 생겼지만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래서였을까. 며칠간은 자발적으로 방에서 나오지 않고 갇히다시피 살았다. 어질러진 머리카락. 휴대폰에서 조용히 흘러나오는 음악. 정신없이 흩어져있는 충전 선들. 보기에는 깔끔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서랍장과 까져있는 책상. 먼지로 덮여있는 컴퓨터.


아침이 오면 창문으로 내리쬐는 햇볕이 극도로 싫었다. 나에게 햇빛은 깊은 숙면을 방해하는 ‘존재’였기 때문에 내 방은 늘 어두웠다. 저녁이 되면 종종 생각에 잡아먹혀 침대 위에 뻗어있는 내 몸을 이불로 숨기기 바빴다. 들려오는 소리라곤 격해지는 숨소리뿐이었으며 머리는 등받이 쿠션에 의지한 채 작은 틈 사이로 나갈 수 없는 문밖을 내다보는 나의 눈동자만이 이 방의 유일한 빛이었다.


새벽이 되면 내가 누워있는 이 침대가 끝없는 심해 속으로 추락하고 있는 것 같이 느껴졌다. 그런 기분이 들면 침대로부터 멀리 도망쳐야 하는데 그럴 힘이 있을 리야 없었다. 벽 위에 위태롭게 걸려있는 시계 초침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이 내가 가진 힘의 전부였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수중에 돈은 없지만 여행은 하고 싶은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일까? 이 허탈함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하면 좋을까? 곰곰이 고민하다 문득 한 가지 방법이 머릿속에서 스쳐 지나갔다. 바로 여행 유튜브를 보는 것.


유튜브에 여행을 검색했더니 수많은 영상들이 업로드되어 있었다. 1년 동안 다양한 대륙을 오가며 여행 중인 신혼부부, 아프리카를 홀로 여행하는 배낭여행자,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해 해외 봉사 활동을 하는 사람 등 그들은 이 순간에도 각자 서로 다른 ‘여행’을 하고 있었다.


그 용기가 부러웠다. 내가 생각만 하고 실행에는 옮기지 않았던 것들을 그들은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네가 가진 용기를 너만의 것으로 만들어봐. 나는 지금 그러고 있다고, 지금 이 순간에 미치고 있다고‘ 속삭여주는 듯 내게 들렸다. 멈춰있던 내 심장이 조금씩 뛰기 시작하더니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에서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자신감이 생겨났다. 늘 어두컴컴했던 나의 아침이 따스한 햇빛으로 활기를 되찾는 순간이었다.


“이번 연도 안에 1000만 원을 모으고 말겠어”


이유는 없었다. 왠지 세계여행이라는 큰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천만 원이 필요할 것 같았다. 목적이 뚜렷해지니 길이 보이기 시작했고 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에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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