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무엇일까? (2)

남의 행복만 궁금했던 나

by 공진구

루시에게도 공책을 건네자, 그녀는 자신에게 행복은 햇살이라고 말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태양이 반짝이는 순간이 좋다고 했다. 사람들의 미소가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서로 다른 나라와 문화를 가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일을 사랑한다고 적었다.


그때 카밀이 가방에서 공책을 꺼내더니 내게 행복이 무엇인지 물었다. 늘 내가 질문하는 쪽이었는데, 막상 질문을 받으니 묘한 감정이 들었다. 남의 행복에 대해서는 자주 궁금했지만, 정작 나 자신의 행복은 무엇인지는 깊이 생각해본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펜을 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의 행복은 아름다운 것들을 직접 마주하는 순간이다. 햇살이 맑은 날 공원을 걸으며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길에서 강아지나 아기가 활짝 웃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따라 웃게 된다. 또 멀리서 뒷사람이 다치지 않게 문을 대신 잡아주는 사람을 볼 때, 우연히 찍은 사진에서 누군가의 사랑이 스쳐 지나갈 때 마음이 따뜻해진다.


두 번째 행복은 혼자 떠나는 여행이다. 혼자 여행을 한다는 것은 모든 결정과 책임을 온전히 스스로 짊어지는 일이다. 대화를 나눌 상대가 없어 고독이 밀려오기도 한다. 생각이 많아지고, 수많은 사람들과의 반복되는 만남과 이별에도 익숙해져야만 한다. 하지만 그 시간 덕분에 나는 나 자신을 알게 된다. 타인의 기준이 아닌 나만의 기준으로 하루를 살아가며, 낯선 도시의 아름다운 풍경에 깊이 머물 수 있다. 혼자는 불완전함이 아니라 가장 솔직한 상태이며, 그 속에서 나는 조금씩 단단해진다. 나는 인간이 외로움과 마주할 때 비로소 강해진다고 믿는다.


카밀은 내가 적은 행복을 보더니, 나중에 번역기를 돌려 읽어보겠다며 글씨체가 예쁘다고 말했다. 잠시 카밀과 루시는 이야기를 나누더니, 이내 이렇게 말했다.


”우리 배달 시켜서 타코를 먹으려고 하는데 같이 먹을래요?“


나는 정말 좋았지만, 호주 달러가 없어 대신 미국 달러를 드리겠다고 했다. 그러더니 두 사람은 괜찮다며, 그냥 선물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음식이 도착해 방 안에서 먹으려 했는데 책상이 따로 없어 카밀과 루시가 어떻게 할지 잠시 머뭇거리는 듯 보였다.


”저한테 돗자리가 있어요.“

나는 황급히 배낭에서 돗자리를 꺼내 바닥에 깔았다. 그러자 두 사람은 내가 돗자리를 가지고 있다는 게 신기하다는 듯 웃었고, 덕분에 우리는 편하게 앉아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지금까지 가본 나라 중에 어디가 제일 좋으셨나요?“

나는 치킨 타코를 손으로 집으며 말을 꺼냈다. 루시는 홀로 떠났던 남아메리카 여행 중에서 콜롬비아가 가장기억에 남는 나라라고 했다. 맛있는 커피와 알록달록한 건물들, 친절한 사람들이 그 이유였다. 내가 가보고 싶다고 하자, 밤늦게 돌아다니지만 않는다면 괜찮을 거라고 조언해주었다. 그 후로도 우리는 최근 프랑스의 이민 정책이나 북한과 한국의 관계 같은 다소 민감한 이야기까지 나누며 이 긴 밤을 함께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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