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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예쁘게 잘 달리는 미니 쿠퍼S 시승기

4세대까지 오며 미니스러움을 잃지 않아서 다행

4세대 미니 쿠퍼S입니다. 운 좋게 쨍하고 햇볕이 난 월요일에 ‘익숙한’ 와인딩을 신나게 달렸던 이야기를 해 봅니다.

미니는, 얼마 전에 패밀리 SUV로 쓸만한 크기까지 커진 컨트리맨 시승기에도 썼듯이 이제는 단독 브랜드로 확실히 자리 잡았지요. 오리지널 미니가 1959년부터 나왔고, 창업주 알렉 이시고니스 경의 친구이자 스스로가 레이서이며 F1 팀을 운영했던 존 쿠퍼의 고성능 버전이 나온 것이 1961년이지요. 이 오리지널 미니 시리즈가 마크 7까지 가며 단종된 것이 2000년이고요. 1994년 BMW가 로버 그룹을 인수하며 랜드로버와 미니 등을 소유하게 되었고요, 2000년에 로버와 랜드로버를 팔고 미니를 남겨두게 되면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지요. 그러니까 사실상 미니가 BMW 안으로 들어온 지 올해가 30년이 됩니다.


그간 미니 해치백 모델은 2001년에 완전히 새로운 모델로 세대를 다시 시작해 1세대가, 2006년부터 2세대, 2013년부터 3세대가 나왔고 10년 만에 4세대의 지금 미니가 나온 겁니다. 모델 변경 주기가 점점 길어진 것이 특이하네요.

일단 겉모습은 심플해졌지요. 후드의 에어 인테이크나 앞 펜더의 장식 등이 사라지기도 했고, 전체적으로 선과 면을 매끈하게 다듬었지요. 오리지널 미니가 가진, ‘미니멀리즘’을 차 안팎에서 실천했다고 하지요.

실내는 센터의 9.4인치, 지름 240mm의 OLED 원형 디스플레이와 그 아래 다섯 개의 토글/시동 스위치도 오리지널 미니에서 가져왔지요. 물론 헤드업 디스플레이로 주요 정보는 쉽게 확인이 가능합니다. 당장 급하게 써야 할 기능들, 그러니까 시야 확보를 위한 앞뒤 유리 김서림 제거 같은 스위치는 따로 나와 있지요. 또 주행보조 기능의 선택도 물리 스위치가 있어 선택이 쉽습니다. 똑똑하게 배려한 부분이라 칭찬할 일입니다.

원래 쿠퍼 S는 꽤 고성능이었습니다. 3도어 해치백이라는 구성부터 그렇습니다. 휠베이스가 1/2세대는 2466mm였는데 3세대에서 2495mm로 늘었다가 지금 차도 같습니다. 이번에 론칭한 현대 캐스퍼 일렉트릭이 2580mm니까 그거보다 짧습니다.

여하튼 늘어난 덕분에 1열을 앞으로 최대한 당겼을 때 앞뒤 자리의 다리 공간이 그럭저럭 나옵니다. 2열 헤드룸은 물론 트렁크도 적당히 쓸 수 있을 정도는 되거든요. 작은 차니까 이 정도만 해도 괜찮습니다.

주행성능은, 외관만큼이나 참 예쁘게 달립니다. 주행모드를 고-카트를 고르고 변속기를 L(Low랍니다)에 놓으면 204마력의 엔진과 7단 DCT가 정말 똑똑하게, 열심히 움직입니다. 패들 시프트가 없는 게 전혀 아쉽지 않을 정도로 알아서 다운시프트를 하며 탱탱하게 달립니다.

달리기를 예쁘다고 표현하는 건, 거칠지 않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서스펜션 스트로크가 짧아 높은 과속방지턱에서 쿵쾅거리는 건 어쩔 수 없으나, 2세대 때까지의 ‘어우 이거 과격한데…‘라는 느낌은 없습니다. 게다가 3세대와 플랫폼이 같긴 해도 조금 더 세련되게 다듬어 뾰족함이 둥글려진 달리기입니다.

그렇다고 마냥 편하지만은 않은 것이, 유명산 와인딩을 달리며 액셀 페달 온오프로 차 앞머리를 코너 안으로 말아 넣는 것이 쉬워 ’앞바퀴굴림 달리기‘의 정석 같은 움직임을 보입니다. 휠베이스가 짧아야 가능한 일이기도 하고요. 여기에 인공적인 느낌이 거의 없는, 그럼에도 적당히 사람의 기분을 상승시키는 사운드가 더해져 달리는 동안 기분이 더 좋아집니다. 과하지 않으면서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차, 겉모습뿐만 아니라 달리기도 예쁜 미니 쿠퍼 S라지요.

가을이 되면 전기차가 나옵니다. 이전 세대를 탔던 기억으로 신형은 좀 더 잘 달리고 좀 더 멀리 갈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그런데 내연기관 고성능 끝판왕이었던 JCW(John Cooper Works)는 과연 나올까요?


브랜드의 오리지날리티를 지킨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시대와 사람들이 바뀌니까요. 오리지널 미니를 타 본 경험이 있다면, 지금의 미니들이 무엇을 빼고 어떤 것을 더했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첨단 기능은 쓰기 쉽게, 주행안전에 관련된 건 물리 스위치로 뺀 것 등은 고민의 결과이자 성공적인 부분이기도 하고요.

재밌어요. 그리고 (많은 면에서) 예쁜 차입니다. 여성 드라이버가 아니라도, 곰 같은 남자가 타더라도 ‘반전의 매력’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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