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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자동차 그랑 콜레오스 시승기

크고 분명한 장점과 고칠 수 있는 부족함이 있는 중형 SUV

지난주에 르노 그랑 콜레오스를 시승했습니다. 사진이 어디서 보던 것 같다 싶으실 텐데, 류청희 평론가 @jason_ch_ryu 같이 타서 메인 컷 찍은 위치가 같습니다. 파도 소리 좋더군요.


차는 장단점이 명확합니다. 긍정적으로는 기본기인 섀시, 서스펜션과 파워트레인, 공간과 내장재 등이 충분히 좋다는 것이고요, 부족한 부분은 소프트웨어적으로 업데이트가 가능한 것들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나중에 개선이 될 수 있겠지요. 핵심은 동급에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기가 좋은 경쟁 모델을 대체할 ‘대안’이 될 수 있느냐였는데요, 개인의 취향 영역인 디자인을 제외한다면 ‘결이 다르긴 해도 고민할 만하다’가 제 결론이었습니다.

실제 도로를 달리는 모습을 보니 어색하지 않고 잘 어울립니다. 원본(?)에서 인상을 좌우하는 헤드라이트가 바뀌지 않은 게 좀 아쉽더군요. 전체적으로 안정적이고 튀지 않는 디자인이라 ‘정’을 맞진 않을 듯합니다.

무엇보다 놀란 건 파워트레인이었습니다. 144마력 가솔린 1.5L 터보 엔진, 100kW(134마력) 및 60kW(80.4마력) 두 개의 모터, 토크컨버터와 두 개의 유성기어 세트로 3단 변속을 하는 변속기의 조합입니다. 복잡하지요?

사실 이거 작동 원리 설명만 해도 한 시간쯤 할 텐데, 그냥 매우 매끈하게 잘 작동합니다. 구동 모터의 힘이 넉넉해 3단으로 충분한 변속기의 조화와 세심한 회생제동의 단계 조절까지 일상용도로 쓰기에 편하고 좋습니다. 이전 아르카나(XM3)의 하이브리드와도 다른 구조인데 각 동력으로의 전환이 부드럽고 특히 엔진 온오프 충격과 소음이 거의 없어 좋더군요.

엔진 작동음도 거의 들리지 않습니다. 실 주행에서 조용하다는 뜻이라 르노가 말하는 ‘EVness’, 전기차스러움이 무엇인지 잘 알 수 있습니다. 좋더라고요.

섀시도 그렇습니다. 모나지 않게 노면 충격을 잘 받아주면서도 좌우 롤이나 앞뒤 피칭이 많지 않아 편합니다. 바퀴부터 여러 부싱과 링크를 거쳐 차체까지 이어지는 느낌도 괜찮고요. 그래서 탄탄한 섀시를 믿고 밀어붙이면 파워트레인이 ‘그렇게 달리라고 만든 차 아닙니다’라며 느긋하게 반응하고, 코너에선 타이어가 먼저 소리를 내기 시작합니다. 사실 섀시가 남는다는 생각이라 더 적극적으로 100kW 모터를 주행에 써 달리고 싶더군요. 물론 2.0터보가 있지만 사람이 어디 그런가요. 평소 살살 달리면 15km/L 이상 연비를 낼 수 있는 하이브리드로 다 끝내고 싶으니까요.

실내는 큼지막한 스크린 3개가 전체 이미지를 만드는데요, 앞 승객석 전면의 스크린은 운전석에서 ‘절대 보여서는 안 된다’는 기준이 셌던지 편광 필름이 매우 강하다는 것 빼고 무난합니다.

차 크기에 따라 2열도 넉넉하고 편한 데다 트렁크도 꽤 넓습니다. 패밀리용으로도 충분하겠더군요. 다만 요즘 많이 보이는 6인승(2+2+2)이 없다는 건 아쉽고요.

이 사진부터는 부족한 부분들입니다. 앞승객석 다리 공간이 부족합니다. 앞바퀴굴림차인데 센터 터널이 두꺼워 왼발을 바로 뻗을 수 없더군요. 이게 측면충돌 평가에서 넉넉한 안전거리 확보 때문에 앞 시트를 가운데로 민 것과 함께 자세가 좀 이상하게 잡힙니다.

터널을 들고 날 때 실내 정보들의 밝기 조절 과정도 느립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가장 먼저 어두워지고 그다음에 계기판이 블랙 테마로 바뀌면서 센터 모니터도 어두워집니다. 전체적으로 빛에 대한 반응이 느린 데다 티맵 내비게이션은 야간모드로 전환이 안되고 그냥 어두워지더군요. 계기판도 글씨들이 전반적으로 작고 전환 속도가 느려 답답합니다.


사실 르노자동차-사실은 삼성자동차 시절부터 티맵과 협업을 했습니다. 그랑 콜레오스는 볼보나 폴스타처럼 차의 디스플레이/인포테인먼트 OS가 안드로이드 기반이 아니라 개발이 좀 더 어려웠을 것 같은데요, 현장에서 말씀드린 몇몇 개선사항들을 빠르게 OTA로 바꾸면 좋겠네요.


시승차는 아이코닉 트림(4152만)+클라우드 펄 외장 컬러(20만)+BOSE사운드&액티브노이즈캔슬링(115만)+저소음타이어(40만)+HUD&차음글래스(100만)를 합쳐 4427만 원이었습니다. 외장 컬러 4개(그것도 거의 무채색)과 실내 2종이라 선택의 폭이 좁은 것도 아쉬운 부분이고요.


그럼에도 기본기는 충분히 좋습니다. 다듬을 시간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긴 해도 지켜보면 좋아지겠지요. 조만간 장거리를 한번 가보고 싶네요.


#르노자동차 #그랑콜레오스 #시승기 #하이브리드차 #자동차칼럼니스트이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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