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야 현지에서 직접 운전하고 확인한 중국의 실력
태국 현지에서 경험한 중국자 두 번째는 지커(Zeeker)입니다. 지리 그룹의 브랜드 중 하나로 프리미엄 전기차를 지향합니다. 지리는 1986년 전자부품 회사로 시작해 94년 모터사이클, 97년 자동차산업에 진출했고 2010년 스웨덴 볼보 인수, 고성능 서브 브랜드인 폴스타를 바꿔 BEV를 생산합니다. 2017년 말레이시아 프로톤의 지분 49.9% 인수하고 영국 로터스도 산하에 넣었습니다. 지리 자동차를 메인으로 볼보와 합작한 링크앤코, 중국향 저가 전기차인 지오메트리, 런던 택시로 대표적인 LEVC 등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벤츠 그룹의 9.69%, 애스턴마틴의 17% 및 르노코리아의 34.02% 지분도 있고요.
태국에는 올해 초 시작해 8월 첫 인도를 한 초기 단계입니다. 준중형급 SUV인 X와 대형 미니밴인 009 두 종을 먼저 론칭했는데, 009의 경우 헤일로 모델에 더 가까울 듯합니다. 길이 5.2m에 544마력인 프리미엄 모델입니다.
이번에 탄 차는 지커의 준중형 SUV인 X입니다. 배터리는 CATL의 NCM 66kWh입니다. 섀시는 벤츠와 합작한 스마트에서 개발한 SEA(Sustainable Experience Architecture)를 공유하고요. 8년 또는 16만km 보증에 최대 150kW 급속 충전을 지원합니다. 기본형 RWD 모델은 200kW 모터를, 플래그십 AWD는 합산출력 315kW로 428마력입니다. 딱 제네시스 GV60과 비슷합니다.
프레임리스 도어를 쓴 데다 사이드미러도 폴스타에서 봤던 프레임리스 방식입니다. 외부 도어 핸들이 안으로 들어가는 방식이라 깔끔하고 전동식 도어 릴리즈가 됩니다. 키로 문을 열였을 때 테일램프 세리머니와 소리만으로도 고급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차 크기가 4432*1836*1566, w/b 2750mm로 현대 코나 일렉트릭보다 길고 넓은데 살짝 낮습니다. 휠베이스는 90mm가 더 길고요. 그래서 2열의 다리 공간이 여유 있다고 하긴 어려워도 어른이 타도 괜찮습니다. 머리 공간은 넉넉하고요.
지붕 전체가 유리로 되어 있어 더 넓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트렁크도 2단으로 나뉘어 아래 공간이 넉넉하고, 2열 시트를 폴딩하면 평평하게 연결되어 쓰기 좋더군요. 나파 가죽을 쓴 시트는 쿠션이 두툼한 데다 감촉이 좋고, 대시보드의 재질은 물론이고 다양한 컬러를 세팅할 수 있는 엠비언트 라이트, 20개 스피커를 쓴 야마하 오디오까지 고급차라고 하기에 손색이 없었습니다.
탄 건 플래그십 AWD입니다. 시승 전에는 310kW 출력의 폴스타2 AWD와 같지 않을까 싶었는데, 지커 X의 토크가 많이 낮아 느낌 차이가 있더군요. 일상 운전에서는 부드럽게 달릴 수 있습니다. 물론 스포츠모드를 선택하면 400마력이 넘는 출력을 쏟아냅니다. 신기한 건 서스펜션입니다. 전자제어 기능이 없다고 하는데, 태국의 거칠고 이음새가 큰 콘크리트 고속도로를 제법 매끈하게 커버합니다. 급가속이나 코너링에서 기울어짐도 적고요. 하체나 실내 어디서도 잡소리 없이 전체적으로 조용한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어… 이거 좋네’라는 생각이 딱 들더군요.
기본 세팅 언어가 태국어라 시승을 도와준 직원이 조작하긴 했는데요, 폴스타 계기판에 화려함을 더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센터의 14.6인치 모니터에서 거의 모든 기능을 제어하고, 운전대 너머 8.8인치 디지털 계기판은 딱 필요한 정보만 보여줍니다. RHD인데도 운전대 오른쪽 레버로 기어 선택을 하다보니 방향지시등 레버가 왼쪽에 있어 헷갈리지 않고요. 차 안에 반려견을 두고 가도 공조장치를 유지하는 것, V2L 등 장비도 충실합니다. 마지막으로 자동주차 체험도 했습니다. 공간이 넓긴 했어도 처음 선택부터 멈출 때까지 낭비가 없는 것도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기본형 119만9000바트(4883만 원), 시승차인 플래그십이 134만9000바트(5494만 원)입니다. GV60이 떠오르는데, 차 크기가 작고 실내 고급성은 제네시스보다 아래여도 현대나 기아보다는 높지 않나 생각이 들더군요. 그룹사인 폴스타나 볼보와는 다른 화려함이 있고요.
내년에 국내 론칭한다죠. 앞서 본 BYD의 차들처럼, 심지어 그보다 훨씬 고급스러운 실내와 달리는 느낌이 인상적이었다죠. 역시 국적과 브랜드에 대한 초기 이미지를 어떻게 잡느냐와 세일즈 현장의 고급스러움이 관건이 될 거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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