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찬바람 맞으며 생선 굽는 이유

스테인리스팬, 환기로 유해물질 피해야

by 박현봉

부산 처가에서 보내온 ‘적어’를 달궈 놓은 프라이팬에 올렸다. 뜨거운 기름이 ‘치치치’ 소리를 내며 자그마한 그놈을 얼씨구나 하고 받는다. 미리 열어놓은 베란다 창문으로 찬 바람이 들어와 순간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창문과 문을 활짝 열어야 할 때가 있다. 나는 프라이팬을 사용할 때면 베란다의 창문을 활짝 열고 주방의 문도 연다. 주방 후드도 켠다. 내가 이렇게 된 데는 2020년 3월에 개봉한 영화 ‘다크워터스’의 영향이 크다. 이 영화에는 우리에게 ‘헐크’로 잘 알려진 ‘마크 러팔로’가 주연으로 나오며 세계최대 화학회사 듀퐁과 ‘PFOA’의 유해성을 두고 오랜 시간 분쟁을 벌인 변호사가 고군분투한 이야기가 나온다.


PFOA(Perfluorooctanoic Acid)는 과불화화합물의 일종으로 프라이팬이나 콘택트렌즈, 종이컵 등의 코팅재료와 반도체 세척 작업등에 사용된다. 우리 몸에서 잘 배출되지 않는 잔류성 유기화합물로 인체에 많이 축적되면 간암과 태아 기형을 일으킬 수 있다는 내용이 영화의 주 내용이다. PFOA는 공기 중으로도 배출된다.

복잡한 화학식을 따지지 않아도 프라이팬의 코팅이 벗겨지면 몸에 엄청 해로울 것이라는 예상은 어렵지 않다. 그래도 별로 신경 쓰지 않다가 영화를 보고는 ‘아 그렇지’하고 새삼 놀랐다.


그 뒤로 우리는 쓰고 있던 프라이팬을 코팅팬에서 주물팬, 스테인리스팬으로 모두 바꿨다. 주물팬은 너무 무겁고 관리가 까다로운데다 비쌌다. 스테인리스팬이 들어온 뒤로 구석에서 나오지 않고 있다. 우리는 벗겨질 코팅이 없는 스테인리스팬을 박박 긁어가면서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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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가에도 스테인리스팬을 보냈다. 프라이팬을 많이 사용하시는 장모님은 미리 달궜다가 사용해야 하는 데다 가볍지 않은 스테인리스팬이 불편하셨는지 우리에게 돌려주셨다. 장모님은 오십견에다 코로나19에 두 번이나 걸린신 뒤로는 근력마저 많이 떨어져 무거운 스테인리스팬을 사용하기 힘들어 하셨다. 노인이 사용하기 좋은 제품이 나와야겠다.


스테인리스팬을 사용하는데도 왜 겨울에 왜 창문을 열어가면서 생선을 구워야 할까? 그것은 가스연료의 불완전성, 식용유와 식재료의 연소 때문이다. 주방에서 많이 사용하는 가스는 불완전연소로 유해물질을 배출하고 있다. 이는 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차량과 발전소에 대해서도 지적돼왔다. 최근 미국 정부는 가스의 유해성이 담배와 다름없다며 금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공화당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여기에다 프라이팬에 많이 사용되는 생선과 육류는 그 조리과정에서 유해물질을 배출한다. 인덕션을 사용해도 마찬가지다. 논란이 됐던 ‘고등어구이 미세먼지 배출’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담배를 피지 않는 주부와 요리사에게서도 폐암이 많이 발생하는 상당한 이유가 이런 조리과정에서의 유해물질 때문이다. 식당 주방은 말할 것도 없고 가정의 주방도 환기가 매우 중요한 이유다.


주방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은 차단되지 않은 거실이나 다른 공간으로도 확산될 수 있다. 공간 분리가 되지 않는 최근의 주택 추세가 오히려 실내공기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 공기청정기도 탄소필터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제 역할을 못할 수 있다. 환기는 조리와 무관하게도 라돈이나 가구 광택제 등 때문에도 매우 중요하다.

겨울보다 황사가 심해지는 계절이 오면 환기가 더 힘들어진다. 실외공기가 나빠도 환기가 필요하다니 먹고 살기 힘들다. 갈수록 현대식 집 구조가 더 불안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