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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평살이 May 20. 2021

방구석 시간 여행자를 위한 종횡무진 역사 가이드


여행을 떠나기 전 우리는 여행지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품고 계획을 설계한다. 여행은 또 다른 세계와 나의 세계가 접붙임하는 경이로운 지점이다. 여행은 개인의 사고의 한계를 초월해 또 다른 삶의 지평을 여는 계기가 된다. 마크 트웨인이 여행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바가 있다. 


“여행은 편견, 아집, 그리고 편협함을 죽이는 것이다.”

Travel is fatal to prejudice, bigotry, and narrow-mindeness.


그렇다. 여행은 변화를 촉발한다. 내면의 고정되어 있던 세계는 편협함을 죽임으로써 확장된다. 하지만 지금의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방구석에서 쭈구려 있는 많은 이들에게 쉽사리 여행을 계획하기 어려운 시기가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간접적으로 방구석에서 상상여행을 힘차게 펼칠 수 있는 책이 있다. 부키에서 출판된 방구석 시간 여행자를 위한 종횡무진 역사 가이드라는 책이다. 


“타임머신이라는 사변적인 아이디어 역시 맨 처음 일반 상대성 이론에 토대를 두며 떠올랐다. 아인슈타인을 비웃지 않기 시작하면서, 시간과 공간에 고리를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이 대두되었다. ”


시간여행이란 탐구로 시작된 이 책은 아인슈타인의 연구를 토대로 쓰여졌다. 과학의 발전은 이처럼 인간의 상상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시간여행을 대표적으로 상징하는 영화 백 투더 퓨처 또한 아인슈타인의 연구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니 이는 놀라운 성과 아닐까 싶다. 이 책의 장점은 단순히 역사적인 관점에서만 서술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책은 시간여행을 다녀왔던 한 사람이 직접적으로 경험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느껴지고, 책의 제목처럼 시간을 종횡무진하며 각기의 주제들을 실감나게 다룬다. 아 참.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이 책은 말 그대로 ‘가이드’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시간여행을 떠나면서 주의해야 할 것들에 대해서 설명해주는 측면에서 책의 저술의도와 저자의 재기발랄함 같은 것들이 느껴졌다. 예를 들어 동독과 서독이 분열되어 있었던 시기에 많은 사람들이 정부에 보고 하기 위한 위장하고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근거로 쉽사리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아서는 안 된다던지, 공룡 시대를 떠날 때 예기치 않는 변수가 많기 때문에 식량을 직접적으로 지참해야 한다던지, 그에 따라 시대별로 고양시켜야 할 ‘건강 유지를 위한 몇 가지’의 조언을 한다는 것들은 역사적인 서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의 상상의 나래를 무궁무진하게 펼칠 수 있는 동기로써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나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챕터는 21장인데, “나를 누구라고 소개할 것인가”라는 주제였다. 왜냐하면 시간여행을 떠나는 주제로 만든 영화와 애니메이션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이 아이러니는 늘 웃음을 자아내는 요소였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여행하고는 다르게 그 시대 사람들은 지역적 차원을 넘어 시간적 차원에서 여행은 내가 누구인가를 설명해야 하는 지점에 봉착한다. 그러나 능숙한 ‘가이드’ 답게(?) 이를 잘 설명한다. 


당신이 어느 시대로 여행을 떠나느냐에 따라 여행사가 요구하는 지위가 달라진다. 1600년과 1800년 사이의 유럽으로 간다면, 남성 관광객들은 낯선 나라에서 온 귀족 신분을 가지고 과거로 보내진다. (중략) 여성인 당신이 중세가 근대 유럽으로 여행을 떠난다면, 가장 실용적이고 유익한 신원 중 하나는 기숙 신학교의 수녀다.”


정말 그렇다. 만약 시간여행이 미래에 가능하다고 전제한다면 우리는 그 시대의 어려움과 직면할 수밖에 없다. 자신이 ‘미래’에서 왔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누가 믿어주겠는가? 가령 위계질서가 엄격한 사회에서 여행을 떠나기 전에 미리 예절을 학습하지 않는다면 그 여행은 파멸을 야기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여행은 자기를 돌아보게 하고, 새로운 세계에 진입하게 되는 신비로운 과정이다. 내가 누구인지를 더욱 명확하게 알고, 세계를 알아가는 것. 역사의 찬연함속으로 뛰어 들어가는 것이다.


여행을 다체롭게 즐길 수 있는 ‘팁’을 주는 이 책은 단순히 시간여행에만 고립되진 않는다. 우리가 여행을 떠날 때 어떤 태도와 마음 가짐을 갖고 있어야 할지를 깨닫게 해준다. 한편으로는 가이드란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드는 책이기도 하다. 여행을 보다 더 잘 떠나기 위해, 그리고 여행을 떠난 후로 앞으로 더 좋은 여행을 설계하기 위해, 누군가에게 가이드가 되기 위한 여정은 시대를 넘어 역사로의 여행을 가이드를 통해 섬세하게 경험하게 한다. 총 3부로 나눠진 이 책은 여러 역사를 다룬 책들과는 달리 기이 하지만, 기가 막힐 정도로 독자들에게 몰입감을 선사할 것이다. 방구석에서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언제든지 책을 열어 가이드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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