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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웅이 집 Mar 10. 2023

아 리멤버 빽 낀 더 데이

힘들죠 (힘들죠) 오늘도 잔인한 세상은 너를 비욱꼬~

거울 앞에서도 기죽꼬우 또 홀로 술잔을 비우꼬

아 돈노 웨얼 투고 단 한번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꼬

고개를 숙일땐 손을 모아 날개를 피고 육 캔 플라이 하이어~


이 서정적면서도 비관적인 문장을 세상에 내놓던 이들이 컴백했다. 타블로, 미쓰라진, 투컷츠가 모여 만든 에픽하이라는 그룹. 한 때 싸이월드 BGM을 물들이고, 타블로의 꿈꾸라(꿈꾸는 라디오)는 고딩 야자시간에 몰래 듣기 바빴고, 라디오 진행하며 쓴 타블로의 필사는 싸이월드의 퍼가요~핫투 게시물의 파도타기를 즐겼다.


존재감이 대단했던 이들을 잠시 잊고 지내다, 피식 쇼에 나온다는 예고편에  조금 놀라고 흥분했다. 피식 쇼는 보통 20분 컷에 끝나는데, 에픽하이 편은 45분이라니..! 한 번 시작한 영상은 끊을 수가 없어 끝까지 보고 잠들었다. (무려 일요일 밤, 내 유툽 안방마님인 김나영의 노필터 티브이를 제치고)

https://youtube.com/watch?v=c_TbLKl1tcQ&feature=shares

피식 쇼 호스트들도 에픽하이 노래를 듣고 컸기에, 늘 그렇듯 말도 안 되는 진행과 동시에 경외로운 눈빛이 오갔다. 20년을 함께 보낸 이들을 보니 세월이 야속하다는 유행어가 생각나며, 고등학교 야자시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건 최근에 슬램덩크를 보고 어릴 때를 추억했던 감정과 비슷한데, 바쁘고 마음의 여유가 없을 때 더욱이 단순하게 살던 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커지는 것 같다.


다음날 출근길은 어김없이 에픽하이 노래 모음집과 함께 했다. 한 곡에 3분이란 짧은 시간에 줄줄이 외는 서정적인 가사가 국내 힙합의 변천사를 말해 주기도 했고, 피처링엔 클래지콰이 호란의 음색까지 반겨줬다.


에픽하이 결성은 2001년에, 데뷔는 2003년 10월 23일에 했으니 오늘 기준으로 7078일 차, 19주년을 맞은 그룹이다. 지금이야 음악 장르가 다양해지고, 작곡 작사에 영향받을 것들이 수두룩하지만 2000년대에 이런 힙합 그룹이 나왔던 건 센세이션이기도 했다.


얘기가 나온 김에 앨범 픽을 남겨보자면, 2집 High Society 중엔  말도 안 되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하고 클래지콰이가 등장하는 "혼자라도" 곡을, 아 리멤버 빼 낀 더 데이~로 시작하고 아소토 유니온이 피처링한 I Remember 곡을 좋아한다. (지금 들어도 촌스럽지 않음) 타블로가 본격 예능을 시작하며 음악도 같이 유명해진 건 3집(Swan songs) 때다. 대표곡 Fly는 당시 음악프로에서 동방신기를 제치며 1위까지 했으니 전성기의 시작이였다.(출처:나무위키)

윤하와 클래지콰이 호란, 러브홀릭의 지선,  롤러코스터의 조원선까지, 에픽하이+음색깡패 여보컬로 가는 피처링 체제가 있는데, 본인들과 잘 맞는 단골 음색들과 함께 작업하는 뚝심의 색깔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다. 실험적인 시도도 많이 하는 편인데, Born Hater란 곡 뮤직 비디오는 당시 최초, 세로 촬영 기법을 시도했다. 2014년도엔 이 뮤비가 엄청 트렌디하고 새로워서 계속 돌려봤던 기억이 있다.(지금 봐도 세련스) 지금이야 인스타그램/틱톡 스토리며 사진까지 세로 촬영 기법이 당연하다만, 당시엔 최초였다.

 

https://youtube.com/watch?v=3s1jaFDrp5M&feature=shares

 Born Hater MV


앨범 얘기까지 하며 조금 흥분스+이야기가 길어졌다. 슬램덩크로 혼자서 핫한 일주일을 보냈듯, 에픽하이 컴백과 노래 돌려 듣기도 앞으로 열흘 정도 갈 듯싶다. 유튜브에 에픽하이 노래를 검색하면 쌈디와 이센스가 함께했던 슈프림팀 노래부터 다듀까지 줄줄이 나오는데, 여기까지 듣다 보면 일주일이 또 후루룩이겠다. 당분간 내 유툽 재생 목록은 2000년대 주름 잡던 힙합그룹들로 바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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