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17분 22초

한 시간을 가볍게 넘기는 결혼 장려 영상

https://youtu.be/Yn0q3pppHfA?si=Hnxy7cc5juA0hexw​

1시간 17분 22초

마음 따수워지는 시간이자 2주전 예고편 글감으로 남겨둔 영상이 여기 있다. 이슬아 이훤의 결혼식, 그 안에서 웃음버튼으로 사람들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강다솔 양의 축사까지. 이슬아와 이훤 이란 여섯글자는 태초부터 고유명사이자 한 세트처럼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인지.

서로 꼭 맞는 사람이 만나서 많은 이들의 진심 어린 축복 속에 파묻혀서 그런지, 최근 내게 인상 깊은 영상 Top3에 올랐다. 이슬아 이훤의 지인이 아닌게 아쉬웠다는. (이 따뜻함 속 초대받을 수 없었음에) 영상의 댓글 중엔 이런 글도 있다. 사랑이며 가족이며 제게 아직 오지 않은 불확실한 것들에 희망을 가지게 된 기분이라고.

다들 똑같이 진행하는 공장식 결혼식을 선호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혼자 준비하거나 새로운 방식을 고민한다면 챙겨야 할 것과 돈이 더 드는 웨딩시장의 돌고 도는 물레방아 구조 속을 알아버렸기에, 무엇이 맞다고 어느 편에 서서 손을 들 순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둘의 결혼식에 형식은 거들뿐, 콘텐츠만으로도 두 사람의 견고하고 오래될 약속을 넘치게 기념하고 있다. 신부 어머니(복희님)의 훌라 축무부터 이 날을 위해 남동생이 만들고 부른 노래, 이 커플의 지인들이 앞다퉈 축하해 주는 편지 낭독에 축시에 스탠딩 코미디 축사까지. 가수 장기하가 신부 부케를 받기도. 하객 축하 메시지 중엔 축하인사말을 고르고 고르며 충조평판(충고 조언 평가 판단)을 하지 않겠다는 중년 부부의 인사도 마음에 남는다. 이들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진심 앞에서 새로운 시작을 기념한건지. 절로 흐뭇해진다.

모든 게 편안해 보이는 이 행사의 아우라는 식에 초대하고 초대받은, 모두가 만든 것이자 모두의 것 같다. 어찌 보면 결혼 장려 영상이 될 수도. 식의 여러 장면 중에 신부인 이슬아가 절친의 축사를 소개하는 코너도 얘기하고 싶다. 나의 영원한 사고뭉치이자 웃음버튼인 천재 양다솔 양을 소개한다는 애정이 듬뿍 담긴 멘트와 기다렸다는 듯 잔잔한 개그와 폭소를 끌어안은 여제가 무대로 나온다. 사람들의 웃음 포인트를 미리 예측하고 기승전결을 써나가는 스마트함이 곧 코미디다 이것들아,라고 고급지게 이야기는 힘에 박수갈채를 보내고 싶다. 축사 영상 안 보고 갈 수 없겠다.

**41분 24초부터**

https://youtu.be/Yn0q3pppHfA?si=4CHTlKb98Sme8o1H​

2부엔 신랑 신부가 mc를 보는 점도 좋았고. 생각해 보니 결혼식은 늘 사회자가 모든 진행을 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간 보지 못해서 그렇지 신랑 신부가 진행하는 방식도 좋았다.

다솔 양의 축사에 따르면, 브랜드라곤 샤넬 뱅뱅 프라이탁만 아는 이슬아와 신세계 백화점에서 두 시간을 그릇만 보는 이훤 앞에는 서로 다른 세계를 헤엄쳐 볼 수 있는, 넓고 기다랗고 아름다운 행보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마음과 생각을 오래 나눠온 이들의 앞날이 기대된다.

그런 행보를 위한 어느 외국인의 좋은 인터뷰는 덤이요. 출처: SNS

https://www.instagram.com/reel/Cx2zsGgR7vH/?igshid=MWEzcGZsNWQ1bmxsYg==​

Q. 첫 번째 결혼을 실패한 후 가장 큰 교훈은 뭐였나요

A. 스스로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자신이 걷는 길을 좋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으면 항상 자신을 완성시켜 줄 누군가를 찾게 되죠. 스스로를 이미 완전한 존재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덜 중요한 것들을 먼저 찾고 있죠. 우리는 그가 무엇을 가졌는지, 무슨 직장을 다니는지, 무엇을 제공할 수 있는지, 어떻게 내 삶을 더 편하게 해 줄 수 있는지에 따라 평가해요.

정말 중요한 질문은 던지지 않았습니다.

어떤 가정환경을 만들고 싶은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결혼을 결심하기 전에 서로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의 가치를 공유해야만 합니다.

우리는 사랑에 빠지면 명확한 판단을 내리기가 어렵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매료되어있고 그것에 휩쓸려 있죠. 외모니 물질적인 끌림이 있겠지만 그것만으로 관계가 지속되지는 않죠.

그때의 끌림이 사라지게 된다면 무엇이 남을까요

무엇이 남았죠?